문재인 정부의 3차 남북 정상회담이 끝났다. 이 회담은 9월18일부터 20일까지 우리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이뤄졌다. 나는 2주 전에 나온 시사저널 1508호에서 대한민국 언론인 중 유일하게 “다음 남북 정상회담은 서울에서 열자”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내 서울을 답방하겠다고 밝혔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라도 남북 화해가 정상적인 모양새를 갖춰가는 듯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가서 남북 정상회담을 가진 것 자체는 좋은 일이다. 비핵화 관련해서는 별 진전은 없었지만, 어차피 비핵화는 이르면 10월에 열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될 문제다.
문제는 따로 있다. 남북 경협에 임하는 정부의 자세가 문제다. 정부는 2008년에 발생한 박왕자씨 피살 사건에 대한 북한 측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지 못한 채 금강산 관광 사업 재개에 합의했다. 이대로 사업이 재개되면 북한 측에 나쁜 신호를 줄 수 있고 이런 사고가 재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북 화해는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 몹시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가 원칙 없이 감상적인 동포애로만 접근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정부는 조바심을 버려야 한다. 아마 차기에 보수정권이 들어서면 현 정권에서 이룩한 남북 합의를 뒤집어엎을까봐 서두르는 느낌이 없지 않은데, 시대의 흐름이란 게 있다. 차기에 보수정권이 탄생하더라도 남북 간의 올바른 합의는 되돌리기 어렵다. 그러니 이 점 안심해도 된다. 이 정권에서 못 하면 다음 정권에서 하면 된다.
통일은 언제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우리 사회에서 이 점은 별로 거론되지 않는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 과정에서 나타난 북한의 실태는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는 것이 많았다. 이렇게 수많은 군중을 동원할 수 있는 전제국가, 병영국가가 북한의 실상이다. 남한의 재벌 갖고 말이 많았지만 그래 봤자 재벌 1위라는 삼성도 정권이 바뀌면 오너가 감방에 간다. 북한은 특정 집안이 3대째 해먹고 있고 별일 없으면 앞으로도 주야장천 해먹을, 가공할 체제다. ‘우리민족끼리’를 외치며 무조건적인 남북경협에 올인하면 김씨 왕조를 반석 위에 올려놓는 결과만 될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 국민들은 당장 편하게 살기 위해 아무 원칙 없이 북한과 악수할 것인지, 아니면 원칙을 갖고 북한에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으면서 지낼 것인지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통일에 너무 무관심했고 부국강병에도 소홀했다. 우리는 통일이 돼도 강대국이 못 되고 중견국가에 불과하다. 이웃 강대국에 안 잡아먹히려면 죽기 살기로 군사력을 포함한 국력을 키워야 한다. 그러나 이런 말은 작금의 대한민국에서는 달나라 이야기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