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 사회비용 100조원 vs 무상 대중교통 10조원…당신의 선택은?
무상 시리즈에는 당연히 돈 문제가 뒤따릅니다. 그 재정을 어떻게 메울 것이냐는 우려입니다. 실제로 무상 대중교통 제도를 철회한 사례도 존재합니다. 역시나 재정 때문입니다. 1997년부터 무료 대중교통을 제공했던 벨기에 하셀트시(市)는 2013년 5월1일부터 19세 미만 청소년을 제외한 모든 주민들로부터 요금을 받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하루 평균 버스 이용객이 13배가량 늘어나면서 소요 예산이 3배가량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무상 대중교통 정책이 시행될 경우 얼마의 재정 소요가 필요한지에 대해선 상세한 연구 결과가 없습니다. 요금수입 등을 기초로 단순 계산했을 때 수도권에서 무상 대중교통을 도입하기 위해선 5조원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서울시의 경우 버스 요금수입 1조2000억원과 지원금 2000억원 등 1조4000억원이 필요합니다. 지하철 요금수입은 1조5000억원가량입니다. 경기도 버스회사가 벌어들인 요금수입은 1조6000억원입니다. 경기도 대중교통 지원 예산 연간 2800억원까지 더하면 약 2조원에 가까운 세금이 투입돼야 합니다. 서울시나 경기도의 전체 예산의 10%가량이 소요되는 거대한 사업이 되는 셈입니다. 전국으로 확대할 경우 10조원 이상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포퓰리즘이라고? 무상 대중교통의 경제학
엄청난 규모지만 정부에서 이미 쓰고 있는 예산을 고려하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교통 혼잡을 막기 위해 도로를 추가로 건설하겠다며 투입된 예산만 2017년 7조5000억원가량 됩니다. 국토면적당 도로 길이는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5위로 이미 선진국 수준에 도달한 상황입니다. 대기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확보한 대기부문 환경예산도 6000억원 수준입니다. 자동차 배기가스로 인한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친환경 자동차를 보급하겠다며 2017년 2600억원가량을 예산으로 잡았습니다. 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으로 노후경유차 조기 폐차를 유도하기 위해 올해 482억원을 쓸 예정입니다. 서울시에선 버스 준공영제를 운영하기 위해 3000억원을, 경기도에선 버스 환승할인 지원금으로 5000억원가량 씁니다. 도로 아스팔트를 다시 까는 등의 관리비용, 주차장 확보를 위해 소요되는 비용 등도 어마어마합니다. 대부분 교통 수요를 줄이고 무상 대중교통을 실현했을 때 아낄 수 있는 예산들입니다.
특히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면 경제적 편익도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기 오염으로 연간 104조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합니다. 강광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대기환경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의 연구 결과입니다. 2013~15년 각 오염물질별 사회적 비용을 산출하고 여기에 인구수·소득수준·자동차 보급 대수 등 한국의 환경적 특수성까지 반영해 사회적 비용을 추정한 내용입니다. 경제활동인구 1인당 400만원 가까이 부담하는 꼴입니다. 강 연구위원은 “이들 수치에는 포함되지 않은 다른 오염물질도 많이 있으므로 실제 사회적 비용은 더 크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단계적 무상 대중교통 정책으로 정책 패러다임 바꿔야
무상 대중교통 정책은 상상 속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현재 서울·부산·인천·대구․광주 등 5개 광역시는 버스 준공영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에서 민간사업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관리감독권을 행사하는 방식입니다. 이를 확대하는 단계적 접근으로 무상 대중교통 정책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우선 적자노선과 장거리 출퇴근 노선부터 공영제를 도입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무료 혹은 할인 계층을 확대해나가는 방식입니다. 단계적으로 완전공영제를 실시한 뒤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무상 대중교통을 실현하기 위한 재정 확보 방안으로 ‘교통세’ 신설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개인이 아니라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게 세금을 물리는 방안입니다. 대다수의 기업이 근로자에게 교통비 명목의 임금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가운데 일부를 전환하면 기업 부담도 줄 수 있습니다.
전임 대통령은 “왜 한국은 닌텐도 같은 게임기를 개발할 수 없느냐”고 했습니다. 현재 직무가 정지된 대통령도 ‘창조경제’를 역점적으로 추진했습니다. 모두 ‘발상의 전환’을 주문한 셈입니다. 그러면서도 현실 속에서 상상력은 곧잘 ‘망상’이란 말로 배격당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무상 대중교통이 불가능해 보이십니까. 정부 정책의 방향은 결국 사회 구성원들의 선택을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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