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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찬 노무사의 노무궁금] 1회 - 도급, 위임계약서 그리고 근로자성 인정여부
무심코 서명하면 근로자로 인정 못받아 노동관련법률 보호 안돼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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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시사저널은 노재찬 노무법인 해원 대표노무사의 '노재찬 노무사의 노무궁금'을 연재합니다. 노 노무사는 풍부한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주위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노무 분쟁을 알기 쉽게 풀어나갈 계획입니다. 독자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노재찬 노무법인 해원 대표노무사
노재찬 노무법인 해원 대표노무사

직장을 잃고 6개월 간 백수생활을 이어오다 각고의 노력으로 드디어 문제상사에 취업을 하게 된 A씨. 부푼 희망을 가지고 첫 출근을 하게 됐고, 문제상사 관리팀장은 입사를 축하한다며 슬그머니 종이 한 장을 보여주며 서명을 요청했다. 당연히 근로계약서라고 생각했던 A씨는 '위임 계약서'라는 문구가 마음에 걸렸으나 서명하지 않으면 입사 첫날부터 위 사람에게 찍힐 것을 우려하여 따지지 않고 조용히 서명한 후 근무를 시작한다.

A씨의 사례는 필자가 운영하는 법인에 자문을 구하는 빈도가 꽤 높은 이슈이다. 일반적으로 업을 담당하는 직원에게 위와 같은 계약서 체결을 유도하는 사례가 많고 업종으로 보면 의류업, 미용업에 종사하는 직원을 대상으로 위임계약서를 체결하는 빈도가 굉장히 높다.

위 사례의 쟁점은 도급계약서, 위탁계약서라고 불리는 일명 '프리랜서계약서'를 쓴 경우, 회사측의 의도대로 근로자성이 부인되어 근로자가 노동관련법률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는지 여부로 요약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서는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는 퇴직금, 연차휴가 등 노동관련법률의 각종 보호를 받게 되기 때문에 회사는 근로자성을 부인 논리를 찾으려 하고, 반대로 직원들은 근로자성 인정을 받기 위해 노동지청, 노동위원회를 찾아 권리구제를 받으려고 한다.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 목적으로 일하는 자

그렇다면 이쯤에서 근로자성 판단기준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을 제외하고 법률에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근로자성 인정여부는 실무에서 판례법리로 판단하고 있다. 지면이 한정되어 해당 내용을 모두 소개할 수는 없고 핵심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사용종속관계 성립 여부'로 정리할 수 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 여부 ② 업무수행과정에서 지휘감독 여부 ③ 근무시간과 근무장소가 정해져 있는지 여부 ④ 업무의 내용을 회사에서 정해주는지 여부 ⑤ 비품·원자재 등을 근로자가 소유하는 등 독립적인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여부 ⑥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져 있고 사회보험의 적용을 받는지 여부 등으로 판단한다.

2008년 11월17일 오후 서울 서초동 금융위원회 앞에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주최로 "금산분리완화 및 보험업법 개정저지 결의대회"가 열렸다. 참석한 시위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시사저널
2008년 11월17일 서울 서초동 금융위원회 앞에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주최로 "금산분리완화 및 보험업법 개정저지 결의대회"가 열렸다. 참석한 시위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시사저널

필자가 최근에 근로자 인정여부와 관련하여 사건을 진행했던 대표적인 건으로 IT업계에서 프리랜서로 근무하는 개발자, 보험설계사를 관리하는 팀장, 피트니스센터의 트레이너 건 등이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상기 판례의 근로자성 인정요소 대부분을 충족하면서 근로를 제공하고 있었는데, 사실관계를 파악해보니 예상보다 기업들의 직원관리가 허술하다는 것을 느꼈다. 프리랜서 계약서를 교부한 자들에게 특정 장소로의 출근을 지시하면서 출퇴근 시간 준수를 지시하고 목표달성을 위해 수시로 업무에 개입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었고, 그 중 한 명이 퇴직금 지급을 요구하자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도급 위임계약서는 근로기준법 '사각지대'

회사에서는 당사자에게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이미 도급, 위임계약서를 썼으니 퇴직금과 연차휴가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는 식으로 설명을 하는데, 이는 노동관련법률을 자세히 알지 못하는 근로자를 이용하여 사내 인건비를 절감시켜 보려는 기업의 그릇된 관행으로 밖에 볼 수 없다. 회사에서 확실하게 근로자성을 부인하고 싶다면, 위 근로자성 인정 요건의 반대로 인사노무관리를 하면 될 것인데,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난제이다.

만일 이 글을 보고 현재 자신의 상황이 근로자 인정기준에 부합하는 것 같은데 회사에서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은 채 퇴직금, 연차휴가를 인정하고 있지 않다면 사업장 관할 고용노동지청을 찾아가 상담을 통해 절차를 안내 받아 소중한 권리를 되찾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시길 바란다.

반대로 근로자성 인정요건과 그렇지 않은 요건이 혼재되어 있어 근로자성 인정여부가 중요한 회사에서는 근로자성 인정 시 인력관리 리스크가 매우 커질 것이므로 논쟁이 발생할 수 있는 직무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사전에 근로자성 판단기준에 저촉되는 사안의 발생여부를 꼼꼼하게 체크하고 개선방안까지 철저하게 준비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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