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취임 100일’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태극기 들어온다 해도 대세 영향 없어”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0월24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김 위원장은 지방선거 참패 이후 분위기 수습과 인적쇄신, 미래지향적 혁신이라는 과제를 안고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직을 받아들였다. 출범 100일을 맞은 김 위원장은 임기의 ‘전반부’를 마무리했다. 내년 2월쯤 차기 당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가 열릴 예정이기 때문에 현재 추진 중인 과제를 속도감 있게 마무리해야 하는 입장이다. 시사저널은 김 위원장 취임 100일째인 10월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실에서 김 위원장을 인터뷰했다.
현재 자유한국당 안팎에서는 ‘보수대통합론’이 한창이다. 외부에서 집회를 열고 있는 소위 ‘태극기 세력’과 또 다른 보수정당인 바른미래당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나온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꼭 자유한국당이라는 그릇에 둘 필요는 없다. 정책 연대 및 인적 연대를 하는 ‘네트워킹’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태극기 세력이 자유한국당에 입당해 당권을 가지려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분들이 입당하시는 것은 자유다. 그리고 보수정치를 걱정하는 분들이 특정 세력에 휘둘리지는 않을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한창 화제였던 전원책 조직강화특별위원에 대해서는 “전 위원의 말이 당의 무조건적인 입장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서는 비판의 날을 세웠다. 김 위원장은 “현재 문재인 정부는 북한에 끌려 다니고 있고 경제 분야에서는 대책이 없다”며 “새로운 평화 로드맵과 자유시장적 가치에 기반한 경제정책 등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 100일이 지났다.
“100일이 벌써 지났나 싶다. 많은 이들이 100일 되기 전 그만두는 것 아니냐는 농담을 할 정도였는데, 지금까지 잘 견뎌 왔다.”
비대위원장 취임 당시 당의 상황은 어땠나.
“심각했다. 특히 내부 갈등이 심했다. 알게 모르게 힘든 고비를 많이 넘겼다. 밖으로 알려지지 않은 내용을 포함해서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내가 하려는 로드맵 따르고 있다”
‘힘든 고비’란 계파 문제인가.
“계파 문제도 치열했다. 비대위원장에 취임한 상태에서 인사를 하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었다. ‘김병준이 틀림없이 사무총장을 독단으로 임명할 것’이라는 얘기도 심심찮게 나왔다. 나로서는 균형 있게 인사를 추진했는데, 소위 ‘복당파’에게 끌려간다는 의구심도 나왔다.”
지방선거 참패 후 당내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
“나는 역대 다른 비대위원장과는 다른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들어왔다. 그동안의 비대위원장들은 대표 직무를 대행할 사람을 계파 간 교섭을 통해 모시는 과정이었지만, 난 처음으로 표결을 통해 임명됐다. 정식 표결은 아니었지만 의원들이 이름을 써냈다. 그런 프로세스를 거쳤으니까 오히려 독립적이다.”
인적쇄신에 있어서는 무디다는 지적도 있다.
“인적쇄신이 답이냐는 부분에 있어서 할 얘기가 많다. 지금 민주당을 보라. 인적쇄신 한다고 잘라낸 사람이 당 대표로 있다. 또 국회 사무총장도 마찬가지다. 탈당까지 했던 의원이 보궐선거에서 돌아와 당의 실세가 됐다. 인적쇄신이 꼭 답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당의 비전을 새로 세우고 정책이나 가치를 다듬는 게 더 중요할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로드맵과 국민이 생각하는 로드맵이 어긋날 수 있다. 그런 것을 버티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해 왔다고 보면 된다. 인적쇄신도 당을 정립하는 단계, 즉 최종 단계에서 결론이 날 것이다.”
“전원책 말로 당황하진 않아”
전원책 변호사의 말이 연일 화제다. 전원책 변호사를 조강특위 위원으로 영입한 이유는 무엇인가.
“누가 봐도 중립적인 분, 결정에 권위를 더할 수 있는 분, 그러면서 자유한국당을 도와주겠다고 하실 만한 분을 찾았다. 그중에 한 사람이 전원책 변호사였다. 김용태 사무총장과 내가 설득했다. 본인 고심이 많았는데 수락한 것이다. 전 변호사가 가진 대중적 이미지와 지명도는 중요하다. 한편으로는 그것이 권위를 상징하고, 결정에 무게를 실어주기도 한다.
최근 전 변호사의 말이 여러모로 화제가 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옹호하는 입장에서 한마디 하자면 조강특위 위원으로 하는 말과 개인적 생각으로 하는 말이 다르다. 나도 공적인 권한을 가졌을 때는 공적인 얘기를 하지만 개인적인 얘기도 하지 않나. 언론에서 접할 때 개인적인 의견을 조강특위의 입장인 것처럼 오해하는 경향도 있다. 전 변호사가 하는 말로 당황하지는 않는다.”
보수대통합론이 당 안팎에서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통합을 좁게 생각하면 한 당에 모두 담는 것으로 생각할 텐데, 난 그런 의미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서로 연계하면 된다.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보수정치를 하나의 커뮤니티로 만들 수 있지 않나. 한 그릇에 모두 담을 이유는 없다. 그 가운데 자유한국당이 중심성을 확보하고 있으면 된다. 인물도 마찬가지다. 황교안 전 총리나 원희룡 제주지사 등을 모두 당에 들어오게 할 필요가 있겠냐는 것이다. 네트워킹을 이룬다면 통합을 이루기가 더 좋을 것이다.”
최근 태극기 세력이 자유한국당에 입당해 당권을 가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많이 입당하고 있다는 보고는 받았다. 일각에서는 우려를 표하기는 하는데, 그럴 필요는 없다고 본다. 태극기 집회 하시는 분들도 보수정치가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과도한 행동을 해서 당의 경쟁력이 떨어지면 보수가 다시 분열하거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텐데, 그런 상황이 벌어지기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태극기 세력뿐만 아니라 누구에 의해서라도 당이 한 극단으로 흐른다면 국민이 좋은 현상으로 이해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보수 커뮤니티를 살려야 한다.
또 현재 당원 수가 적지 않다. 태극기 세력이 1만 명이나 2만 명가량 들어온다고 해서 대세를 바꾸지는 못한다고 본다. 여전히 합리적인 생각을 하는 당원이 많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라도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이 당 대표 해서 끌고 가지는 못할 것이라 본다.
현재 문재인 정부가 여러 측면에서 무리하고 있다. 특히 경제와 산업 부문에서 앞이 보이지 않는다. 남북관계에서는 과속하는 부분들이 눈에 띄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20년 집권 내지는 50년 집권을 공언한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 커뮤니티가 무너질 만한 행동이 나올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소위 친박계나 친이계 등 어느 한쪽에서 당권을 잡아서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 역시도 계파에 상관없이 찬성을 받아 비대위원장이 되지 않았나. 자유한국당이 공멸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공유된 것이라 본다. 그 정도 메커니즘은 성립돼 있다.”
“새로운 경제·평화 로드맵 내놓겠다”
태극기 집회에 김진태 의원이 자주 참석하기도 했는데.
“참여는 의원 개인의 자유 판단이다. 한편으로 보면 보수 커뮤니티 연대에서 오히려 가교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다소 다른 생각을 가졌다 하더라도 문재인 정부의 독선이나 잘못된 부분을 견제하고 바로잡는 네트워크로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주변을 보면 민주당도 참여연대, 민주노총 등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전대협 출신 커뮤니티 등이 다 연계돼 있다. 의견이 같지 않음에도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보수대통합도 마찬가지다. 자꾸 통합으로만 보는데 정책연대나 네트워킹 등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인재 영입은 수월한가. 황교안 전 총리나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주목받는다는 얘기도 많다.
“황교안 전 총리나 원희룡 제주지사 등을 만나봤다. 그분들이 잘 판단하실 거라 믿는다. 오세훈 전 시장도 마찬가지다. 이런 분들은 보수정치의 큰 자산이다. 보수정치가 죽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계시리라 믿는다. 이분들이 어떤 정치적 활동을 하더라도 본인의 판단이지만, 보수정치의 커뮤니티를 살리는 데 머리를 맞댔으면 한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 평가한다면.
“남북관계를 얘기하자면 문재인 정부는 김정은 정권을 과도하게 믿고 있는 것 같다. 핵이라는 것은 체제가 불안하면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김정은 정권이 절대 불안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듯하다. 특히 남북경협에 있어서 안전하게 진행된다는 보장을 100% 할 수 있겠는가. 전방의 정찰 자원을 뺀 것도 위험하다. 신뢰란 것은 상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확인할 수 있을 때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눈을 감아버렸다. 이러면 신뢰를 쌓을 수가 없고, 결국 평화를 얘기할 수도 없다. 경제정책에 있어서는 문재인 정부가 대책이 없는 것 같다.”
자유한국당은 특히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에서 곧 ‘퍼펙트 스톰’이 몰려올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껏 세계 경기는 좋았는데 우리 경기만 침체했었다. 이제는 세계 경기조차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는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제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곳곳에서 국가 주도적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근로시간을 획일적으로 규정하고, 최저임금도 똑같이 묶어버렸다. 이런 식으로 국가가 모든 것을 규정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할 경우 성장동력을 잃어버린다. 이게 과연 옳은가. 지금 우리 경제가 정말 어렵다. 내년 초 금융위기 가능성이 보인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들 걱정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아무 대안이 없다. 대안이 없다면 국민이 뛰게라도 해 줘야 하지 않나. 시장은 기업이 제일 잘 알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서울대에 의뢰한 연구보고서가 곧 공개될 것으로 알고 있다.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와 사회발전연구소를 통해 연구보고서를 받았고, 10월30일경 공개할 예정이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에 맞서 국민성장론을 제시할 것이다. 자유시장과 자율경제 논리를 강화해 국민이 뛸 수 있도록 만들자는 취지다. 규제를 풀고 시장의 자율성을 높여야 일자리도 생기고, 새로운 혁신 전략도 세울 수 있다. 또 11월 중에 새로운 남북관계를 제시하는 ‘평화 로드맵’도 공개할 예정이다. 또 현재 정당 개혁과 공천제도 개혁, 당원 권리강화, 지도체제 등에 대해 토론을 계속하고 있다. 12월까지 안건이 정리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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