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완치 어려워, 조기 치료해야 관절 손상 예방
10월12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세계 관절염의 날'이다. 관절염은 말 그대로 관절에 염증이 생긴 병이다. 우리 몸에는 팔과 다리에 68개의 관절이 있고, 이외에 경추·요추·흉추도 관절로 이뤄져 있다. 관절은 뼈와 뼈를 연결하는 구조물로 우리 몸을 원활하게 움직이면서 동시에 하중을 지탱하는 지렛대 역할도 한다. 이런 관절에 염증이 생기면 관절 운동이 잘되지 않아 활동이 힘들어진다.
이 때문에 삶의 질이 떨어진다. 2011년 대한류마티스학회가 환자 4700명을 대상으로 삶의 질을 조사한 결과, 최상의 건강 상태를 1로 봤을 때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는 0.68로 나타났다. 암(0.76), 뇌졸중(0.72), 고혈압(0.83)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무엇보다 관절염을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관절이 망가지는 게 문제다. 예컨대, 류마티스 관절염을 방치하면 수개월 이내에 관절이 파괴되기 시작하고, 2~3년 안에 환자의 20~30%에서 영구 장애가 생긴다. 한번 망가진 관절은 정상으로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관절염 중에서 퇴행성 관절염은 나이가 어느 정도 돼야 생긴다면, 류마티스 관절염은 모든 연령에서 나타날 수 있다. 전문의들이 설명하는 류마티스 관절염에 대한 정보를 Q&A로 정리했다.
■ 어떤 종류의 관절염이 흔한가.
관절염은 60대가 넘으면 반수 이상이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한 병이다. 그래서 관절이 아프면 으레 관절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관절염도 종류가 있다. 관절염 중 가장 빈도가 높은 게 퇴행성 관절염이다. 관절을 많이 사용해 연골이 닳아 없어지거나 찢어지는 등의 퇴행성 변화가 생긴 것이다. 이 때문에 뼈와 인대에 손상이 일어나 염증과 통증이 생긴다.
모든 연령에서 발생하는 류마티스 관절염은 인구의 0.5~1%나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원인은 알 수 없지만, 면역세포가 관절을 파괴하는 일종의 자가면역질환이다. 이 때문에 관절을 둘러싼 활막에 염증이 생긴다. 염증은 점차 주변 연골과 뼈로 염증이 퍼진다.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관절변형이 생기고 폐나 혈관에도 염증을 일으켜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 퇴행성 관절염과 류마티스 관절염의 증상은 비슷할까.
관절에 통증이 생긴다는 점은 같다. 하지만 퇴행성 관절염은 관절을 많이 사용했을 때 통증이 생기기 때문에 활동을 시작하면 더 악화한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활동하면 20~30분 내로 통증이 줄어드는 특징이 있다. 또 두 관절염 모두 이른 아침에 관절이 뻣뻣해지는 '조조강직'이 있지만, 퇴행성 관절염은 활동을 하면 금방 좋아지는 반면 류마티스 관절염은 1시간 이상 지속된다.
■ 류마티스 관절염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은 무엇인가.
류마티스 관절염 의심 초기 증상으로는 아침에 손가락이 뻣뻣해져 주먹이 잘 쥐어지지 않고 움직여지지 않는 ‘조조강직’이 1시간 이상 지속된다. 또 손가락, 발가락, 손목, 팔꿈치, 어깨 등의 여러 관절이 좌우 양측으로 붓고 아프다. 특히 아픈 관절 주위가 많이 붓고 뜨끈뜨끈한 열감이 느껴진다. 이때 류마티스내과를 방문해 검사를 받아야 한다. 손가락 관절에 장애가 오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크고, 이미 손상된 관절은 이전 상태로 돌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 병원에서 어떤 검사는 받아야 할까.
의사는 혈액 검사로 류마티스 인자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X선 검사로 관절 손상을 살펴본다.
■ 류마티스 관절염은 완치되나.
100% 효과적인 치료법은 없다. 그러나 현재의 여러 치료법이 이전보다 놀랄만한 성과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항염증제를 사용하면 염증과 통증이 감소한다. 급성 증상을 완화할 목적으로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데, 부작용을 고려해 가급적 소량을 단기간에 사용한다. 항류마티스제는 류마티스 관절염의 진행을 지연하고 영구 손상으로부터 관절을 보호한다. 최소 1~6개월 약을 복용해야 효과가 나타난다. 이런 약이 효과가 없을 때, 관절 통증을 감소하고 골 손상을 줄이기 위한 약(항종양괴사인자약제)을 사용한다. 이런 약물을 한 가지가 아니라 복합적으로 사용하며, 필요시 제한된 부위에 따라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 수술은 손상된 관절을 고정하고 대체하기 위한 관절고정술 또는 인공관절성형술을 고려한다. 그러나 출혈, 염증, 통증 등 수술 부작용이 있으므로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할 필요가 있다.
■ 류마티스 관절염 약은 평생 먹어야 하나.
류마티스 관절염은 완치되는 질환은 아니지만, 초기 면역억제 치료로 상당 부분 약을 줄이거나 감량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때로는 약 복용을 중단하고 추적만 할 때도 있다. 증상 발현 후 1년 이내 치료를 시작하면 예후가 좋기 때문에 처음부터 적극적 항류마티스제 치료로 빨리 염증을 조절하는 것이 관절 변형을 막고 질병을 조절하는 데 중요하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환자가 치료를 시작할 때 두려움을 느끼고 약 복용을 거부한다. 약을 너무 오래 복용하게 되거나, 장기간 복용으로 다른 장기 손상 등 부작용이 생길 것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현재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는 오랜 세월을 거쳐 안정성을 인정받은 약이다. 의사도 진료 과정에서 주기적으로 혈액 검사나 증상 관찰을 통해 부작용 여부를 자세히 관찰한다. 의료진을 믿고 발병 초기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 류마티스 관절염의 원인은 무엇인가.
류마티스 관절염은 몸 안의 면역세포가 자신의 관절 조직을 공격해 파괴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자가면역반응이 한번 생기면 지속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평생 치료해야 한다. 주로 작은 관절인 손가락, 발가락, 손목, 발목 관절에 이 병이 잘 생긴다. 그러나 턱관절, 무릎관절, 어깨 관절, 목관절 등 모든 관절에도 생기며, 폐, 혈관, 심장 등에도 염증이 생길 수 있다.
■ 환절기에 관절염의 통증이 심해지는 이유는.
퇴행성 관절염과 류마티스 관절염은 모두 통증이 생긴다. 또 날이 추워지는 환절기에 증상이 악화하는 공통점도 있다. 날이 추워질 때 관절 통증이 더 심해지는 이유를 의학적으로 설명할 근거는 부족하다. 다만, 추우면 우리 몸은 열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수축하는데, 이 과정에서 신경에 자극이 생겨 통증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 관절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 통증 조절에 도움이 될까.
요즘처럼 날씨가 쌀쌀해지면 관절 주위의 근육, 인대, 힘줄이 추위로 인해 수축해 뻣뻣해지면서 통증을 더 심하게 느끼게 된다. 혈액순환도 줄어들게 되면서 염증 조절이 잘 되지 않아 통증 지수도 올라간다. 기본적으로는 관절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게 좋지만, 관절이 부어 있는 경우에는 염증을 더 유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반대로 냉찜질이 도움이 된다.
■ 환절기에 관절염 통증을 이겨내는 방법은.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일교차가 크므로 외부 온도 변화에 따라 두껍지 않고 가벼운 옷을 여러 겹 입는 것이 좋다. 또 아침에 처음으로 움직일 때는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체온을 올리는 방법도 바람직하다. 춥다고 움직이지 않으면 체온은 더 떨어지고 이는 몸에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 류마티스 관절염은 중년 여성에게 잘 생길까.
류마티스 관절염도 퇴행성 관절염과 비슷하게 중년 여성에게 많이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4만4486명이다. 이 가운데 여성(18만4812명)이 남성(5만9674명)보다 3배 이상 많다. 연령 분포를 보면 20대 3%, 30대 7%, 40대 15%, 50대 28%, 60대 25%로 주로 50~60대에서 호발하는 것을 알 수 있다.
■ 예방을 위한 생활습관은 있는가.
특별한 예방법은 없다. 조기 치료가 최선이다.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에게 필요한 생활습관은 운동과 휴식이다. 운동이 과하면 관절에 피로가 쌓여 증상이 악화하므로 중간에 휴식해야 한다. 평상시 관절에 부담을 줄이는 습관이 필요하다. 올바른 자세를 취하고, 한 자세로 오래 있지 않으며, 근력과 관절의 운동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처방에 따라 관절 보호기나 보조기구를 이용할 수 있다.
■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생활수칙 5가지
-관절이 붓거나 통증이 있을 때는 과도하게 사용하지 않고 염증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린다.
-흡연은 병의 원인 중 하나이므로 반드시 중단한다.
-관절 주위의 근육을 강화하면 관절 기능을 오래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추위에 민감하므로 외출 시 체온을 잘 유지하는 옷을 챙긴다.
-비만은 체중이 관절에 압력을 가해 무리가 생기므로 체중 조절에 신경을 쓴다.
(도움말=차훈석 삼성서울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송란 강동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