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용규 한글학회 개혁위원회 운영위원장 “이사회가 토론도 거부”
박용규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는 올해 1월부터 한글학회 개혁위원회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개혁위원회는 한글학회 내 비(非)민주적인 의사결정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회원들이 꾸린 단체다. 박 교수와 뜻을 같이하고 있는 동료 교수는 18명. 이들은 지난겨울 내내 서울 종로구 한글학회 건물 앞에서 1인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들이 체감온도 영하 17도의 혹한을 견디며 요구한 것은 ‘회칙 개정’이다. 10월1일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박 교수를 만나, 한글학회에서 빚어진 갈등의 이유 등을 들어봤다.
한글학회 내 문제를 처음으로 인식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회칙이 비민주적인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정회원이 회칙 개정을 발의할 수도, 임원 선출권도 없었다. 이에 작년 4월18일 ‘한글학회 회칙 개정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정회원도 회칙 개정을 발의하고, 정회원이 평의원(운영위원)·회장·부회장을 직접 선출할 수 있게 했다. 그런데 이사회가 쿠데타를 일으켰다.”
쿠데타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사회가 3월 정기총회에 개정안 반대 부대의견을 덧붙여 상정했다. 결국 개정안은 정기총회에서 숫자에 밀려 부결되고 말았다. 이사들은 비민주적인 현행 회칙을 고수했다.”
개정위원회의 의견을 이사회가 무시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명예욕 아니겠나.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권재일 회장과 대화는 시도해 봤나.
“개혁위원회를 꾸린 뒤 회장에게 회칙 개정안에 대한 공개 토론회를 개최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1인 시위에 나섰지만 권 회장은 공개 토론회 개최를 거부했다.”
이사회는 간선제 역시 민주적인 의사결정의 한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이사회는 회칙 14조 6항의 ‘중요한 사항은 총회의 의결을 거친다’는 조항을 위반했다. 자신들이 만든 ‘평의원 선출규정’을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겠다고 거부하고 있다. 이사회만이 선출규정을 제정·개정할 수 있다고 강변하고 있는데 학회 회칙을 짓밟는 것이다.”
한글학회의 위기를 초래한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
“한글학회 학자들이 자초했다. 비판정신이 사라졌고 현실에 안주했다. 한글을 발전시킬 구체적인 계획도 수립하지 않고 있다. 이사와 평의원들만이 학회에서 주인 노릇을 하고 있다.”
※‘한글날 특집’ 연관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