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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성 오락실 회계장부 단독 입수, 5억원 수익에 세금 납부액은 40만원“수익 절반은 황금성 본사에 상납한다”
2시간 매출 400만원…신고액 1년 1000만원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A황금성 오락실. 기자가 이곳을 찾은 날은 8월3일 금요일 저녁 무렵이었다. 150여 평 규모에 게임기는 모두 200대 정도였다. 게임 종류는 최신 버전인 구름위의용2를 비롯해 대왕황금용, 화신성, 불타는 불새, 황금포커성 등 다양했다. 모두 황금성 본사에서 제작한 게임기다. ‘베팅 도우미’ 기계가 있기 때문에 성인오락실 게임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무리 없이 게임을 진행할 수 있었다. 베팅 도우미 기계는 ‘HELP’라고 씌어 있는 직사각형 모양의 손바닥만 한 기계로, 각 게임기마다 올려져 있다. 이 기계 뒤에 있는 ‘ON’ 버튼을 누르면 기계 아래 있는 작은 공이가 위아래로 작동하기 시작한다. 이 공이는 10초당 대략 30번을 왕복하는데, 이 기계를 게임기에 올려놓으면 자동으로 게임 재베팅 및 시작 버튼을 눌러준다. 플레이어는 돈만 넣고 시작 버튼 위에 이 도우미 기계만 올려놓으면 돈을 다 잃을 때까지 구경만 하면 되는 것이다. 게임기 1대에 1만원을 넣은 뒤 베팅 도우미 기계를 사용하면 1시간 정도 플레이가 가능했다. 기자의 경우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당첨되면서 2만원가량의 포인트를 땄지만 오후 11시경 게임장을 나설 때는 이 돈도 모두 소진된 상태였다. 단골로 보이는 손님들에게 딴 적이 있는지 물었지만 “결국 모두 잃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따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후 8시가 넘어서면서 손님들이 몰리기 시작해 9시30분경에는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였다. 워낙 자리가 나지 않아 관리자 중 1명이 마이크로 공석이 된 게임명과 자리번호를 실시간으로 알려줄 정도였다. 오락실은 오전 9시에 개장해 오후 11시30분에 문을 닫는데, 오후 8시부터 10시30분경까지는 게임기 90% 이상이 가동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2시간여 동안 200대의 게임기가 모두 가동되고, 시간당 1만원이 소비되기 때문에 피크타임에만 400여만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A황금성 오락실이 국세청에 세금 신고한 액수는 터무니없이 적었다. 황금성 내부 고발자와 사정기관의 협조를 통해 시사저널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A황금성 오락실은 지난해 상반·하반기에 각각 500여만원의 매출 신고를 했다. 세금 납부액은 상반·하반기 각각 20여만원에 불과했다. 매일 피크타임 2시간 동안 발생하는 매출을 400여만원으로 추정할 수 있는데, A황금성 오락실은 1년 전체 매출을 1000여만원으로 신고한 것이다.그렇다면 A황금성 오락실의 실제 수입·지출 현황은 어떨까? 시사저널은 내부 고발자 B씨를 통해 A황금성 오락실의 실제 장부를 입수했다. 장부는 A황금성 오락실의 2018년 7월3일 일간 수입·지출 내용을 담고 있다. 장부에는 화신성, 황금포커성, 불새, 대왕황금용, 구름위의용2 등 각 오락기에 투입된 금액과 실제 기계 수입이 나와 있다. 또한 일비, 간식, 전단지, 서비스 비용 등 지출 내용도 상세히 적혀 있다. 내부 고발자에 따르면, 입금으로 표시된 것이 A황금성 오락실의 하루 수입이다. 장부에는 A황금성 오락실이 7월3일 150만5000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기록돼 있다. 따라서 하루 수익을 150만원, 한 달을 30일로 계산했을 때 A황금성 오락실은 한 달간 4500여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를 연간으로 따지면 5억여원이 된다. 국세청 관계자는 “매출을 따져봐야겠지만, 부가가치세 10%만 적용해도 연간 5000여만원의 세금을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시사저널은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C황금성 오락실의 장부도 입수했다. 이 장부에는 한 게임기의 일일정산과 총정산 내용이 담겨 있다. 지난해까지 C황금성 오락실을 실제 운영했던 D씨는 “한 달간 수익이 5000만원가량 난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세금은 거의 내지 않는다. 지난해 40만원 이하의 세금을 냈다. 액수가 너무 적어서 정확히 기억도 나지 않는다”면서 “성인오락실을 운영할 때 세금 걱정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황금성 오락실, 매출 1000만원에 세금 40만원
시사저널은 내부 고발자와 사정기관의 협조를 얻어 서울 시내에 위치한 복수의 또 다른 황금성 오락실의 매출 신고를 확인했다. 이들 역시 연간 1000만원 안팎의 매출 신고를 통해 40만~50만원의 세금을 납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광범위한 탈세 정황을 포착할 때 같은 업종의 몇몇 표본을 바탕으로 전체적인 탈세 규모를 추산한다. 다른 황금성 오락실에서도 광범위한 탈세가 이뤄지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광범위한 탈세를 통해 만들어진 비자금은 누구의 주머니에 들어가는 것일까? 시사저널은 내부 고발자를 통해 ‘비자금이 황금성 중간 관리자를 거쳐 황금성 본사로 상납되고 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다음은 시사저널 인터뷰를 통해 B·D씨가 공통적으로 밝힌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대전파·영광파 등 조폭 개입”
수십 년간 조폭 검거를 담당했던 한 경찰관은 “영광파는 조폭 중 오락산업에 대한 뿌리가 가장 깊다. 영광파의 대표적인 이미지가 ‘돈을 잘 만진다’는 것이다. 이들의 뿌리는 불법 도박이지만, 여기서 벌어들인 돈으로 음식점 등 합법 사업을 벌이면서 돈세탁을 하고 있다. 영광파가 오락기계 등을 통해 돈을 많이 벌어들이고 있다는 게 조폭 세계에 점점 퍼지면서, 범호남파를 비롯한 토착 조폭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라면서 “이들이 오락실을 차린 후 경찰이 현장 단속을 나가더라도 결국 잡히는 것은 바지 사장뿐이다. 그러나 영광파는 바지 사장을 끝까지 책임진다. 옥바라지는 물론 출소 후에는 다시 바지 사장 자리를 준다. 이 때문에 바지 사장들은 끝까지 입을 다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중간 관리자로 지목된 조아무개씨는 “황금성이 조폭과 관련돼 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다. 수익 절반을 상납받지도 않는다”면서 “요즘 경기가 나빠 오락실 수익이 크게 떨어졌다. 세금 문제는 일부 있을 수 있겠지만 오락실 업주들도 다들 힘들게 살고 있다”고 해명했다. 내부 고발자 B·D씨는 광범위한 탈세와 상납이 이뤄지고 있지만 단속이 이뤄지고 있지 않는 점에 대해 ‘황금성이 경찰과 정치권에 선이 닿아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황금성은 정치인 후원금 명목으로 뒷돈을 대주며 정계에 인맥을 쌓고 있다. 또한 이들은 ‘○○게임협회’ 같은 것을 만들어 집회도 하고, 경찰에 대한 로비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강북구에 위치한 황금성 오락실에서 야간 책임자가 경찰에게 장부를 빼앗겼으나 로비를 통해 이를 무마한 적도 있다. 한두 곳도 아닌 곳에서 탈세와 상납이 이뤄지고 있는데 지금까지 적발되지 않은 것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