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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성 오락실 회계장부 단독 입수, 5억원 수익에 세금 납부액은 40만원“수익 절반은 황금성 본사에 상납한다”

 성인오락실 황금성에서 연간 수백억원의 탈세가 이뤄지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서울 소재 한 황금성의 경우, 5억여원의 수익을 올렸지만 허위 매출 신고를 통해 40여만원의 세금을 납부했을 뿐이다. 황금성은 서울·경기 지역에만 60~70여 곳이 영업하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들 매장에서도 광범위한 탈세가 의심된다. 또한 황금성 운영에 조직폭력배(조폭)가 개입하면서, 각 매장의 수익 절반을 황금성 본사에 상납하고 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이렇게 조성된 자금은 불법 인터넷 스포츠토토나 불법 인터넷 경마 등의 종잣돈으로 사용되면서 또 다른 불법 도박을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금성 내부 고발자는 단속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 “비자금 중 상당한 금액이 경찰과 정치권에 흘러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에 있는 황금성 오락실의 매출표 ⓒ시사저널 박정훈


 

2시간 매출 400만원…신고액 1년 1000만원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A황금성 오락실. 기자가 이곳을 찾은 날은 8월3일 금요일 저녁 무렵이었다. 150여 평 규모에 게임기는 모두 200대 정도였다. 게임 종류는 최신 버전인 구름위의용2를 비롯해 대왕황금용, 화신성, 불타는 불새, 황금포커성 등 다양했다. 모두 황금성 본사에서 제작한 게임기다. ‘베팅 도우미’ 기계가 있기 때문에 성인오락실 게임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무리 없이 게임을 진행할 수 있었다. 베팅 도우미 기계는 ‘HELP’라고 씌어 있는 직사각형 모양의 손바닥만 한 기계로, 각 게임기마다 올려져 있다. 이 기계 뒤에 있는 ‘ON’ 버튼을 누르면 기계 아래 있는 작은 공이가 위아래로 작동하기 시작한다.  이 공이는 10초당 대략 30번을 왕복하는데, 이 기계를 게임기에 올려놓으면 자동으로 게임 재베팅 및 시작 버튼을 눌러준다. 플레이어는 돈만 넣고 시작 버튼 위에 이 도우미 기계만 올려놓으면 돈을 다 잃을 때까지 구경만 하면 되는 것이다. 게임기 1대에 1만원을 넣은 뒤 베팅 도우미 기계를 사용하면 1시간 정도 플레이가 가능했다. 기자의 경우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당첨되면서 2만원가량의 포인트를 땄지만 오후 11시경 게임장을 나설 때는 이 돈도 모두 소진된 상태였다. 단골로 보이는 손님들에게 딴 적이 있는지 물었지만 “결국 모두 잃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따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후 8시가 넘어서면서 손님들이 몰리기 시작해 9시30분경에는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였다. 워낙 자리가 나지 않아 관리자 중 1명이 마이크로 공석이 된 게임명과 자리번호를 실시간으로 알려줄 정도였다. 오락실은 오전 9시에 개장해 오후 11시30분에 문을 닫는데, 오후 8시부터 10시30분경까지는 게임기 90% 이상이 가동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2시간여 동안 200대의 게임기가 모두 가동되고, 시간당 1만원이 소비되기 때문에 피크타임에만 400여만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A황금성 오락실이 국세청에 세금 신고한 액수는 터무니없이 적었다. 황금성 내부 고발자와 사정기관의 협조를 통해 시사저널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A황금성 오락실은 지난해 상반·하반기에 각각 500여만원의 매출 신고를 했다. 세금 납부액은 상반·하반기 각각 20여만원에 불과했다. 매일 피크타임 2시간 동안 발생하는 매출을 400여만원으로 추정할 수 있는데, A황금성 오락실은 1년 전체 매출을 1000여만원으로 신고한 것이다.    
서울에 있는 황금성 오락실의 매출표 ⓒ시사저널 포토


 그렇다면 A황금성 오락실의 실제 수입·지출 현황은 어떨까? 시사저널은 내부 고발자 B씨를 통해 A황금성 오락실의 실제 장부를 입수했다. 장부는 A황금성 오락실의 2018년 7월3일 일간 수입·지출 내용을 담고 있다. 장부에는 화신성, 황금포커성, 불새, 대왕황금용, 구름위의용2 등 각 오락기에 투입된 금액과 실제 기계 수입이 나와 있다. 또한 일비, 간식, 전단지, 서비스 비용 등 지출 내용도 상세히 적혀 있다. 내부 고발자에 따르면, 입금으로 표시된 것이 A황금성 오락실의 하루 수입이다. 장부에는 A황금성 오락실이 7월3일 150만5000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기록돼 있다. 따라서 하루 수익을 150만원, 한 달을 30일로 계산했을 때 A황금성 오락실은 한 달간 4500여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를 연간으로 따지면 5억여원이 된다. 국세청 관계자는 “매출을 따져봐야겠지만, 부가가치세 10%만 적용해도 연간 5000여만원의 세금을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시사저널은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C황금성 오락실의 장부도 입수했다. 이 장부에는 한 게임기의 일일정산과 총정산 내용이 담겨 있다. 지난해까지 C황금성 오락실을 실제 운영했던 D씨는 “한 달간 수익이 5000만원가량 난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세금은 거의 내지 않는다. 지난해 40만원 이하의 세금을 냈다. 액수가 너무 적어서 정확히 기억도 나지 않는다”면서 “성인오락실을 운영할 때 세금 걱정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황금성 오락실, 매출 1000만원에 세금 40만원

 시사저널은 내부 고발자와 사정기관의 협조를 얻어 서울 시내에 위치한 복수의 또 다른 황금성 오락실의 매출 신고를 확인했다. 이들 역시 연간 1000만원 안팎의 매출 신고를 통해 40만~50만원의 세금을 납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광범위한 탈세 정황을 포착할 때 같은 업종의 몇몇 표본을 바탕으로 전체적인 탈세 규모를 추산한다. 다른 황금성 오락실에서도 광범위한 탈세가 이뤄지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광범위한 탈세를 통해 만들어진 비자금은 누구의 주머니에 들어가는 것일까? 시사저널은 내부 고발자를 통해 ‘비자금이 황금성 중간 관리자를 거쳐 황금성 본사로 상납되고 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다음은 시사저널 인터뷰를 통해 B·D씨가 공통적으로 밝힌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서울 각지에 있는 황금성 오락실 ⓒ시사저널 포토

 “성인오락실을 개업할 때, 업자는 임대료와 인테리어 비용 등 초기비용만 부담하면 된다. 물론 실소유주는 따로 있고 대부분 ‘바지 사장’을 내세운다. 명의를 빌려준 바지 사장은 매달 150만원가량을 받게 된다. 황금성 오락실의 중간 관리자가 직접 오락실에 지분 투자하거나 지인을 끌어들인다. 중간 관리자는 많게는 20곳, 적게는 5곳의 황금성 오락실을 관리하고 있다. 황금성 게임기는 무상으로 임대해 준다. 이 대가로 황금성 오락실에서 나오는 순익의 절반을 황금성 본사에 상납해야 한다.  매달 결산일 전날 황금성 본사에서 일명 ‘기사’로 불리는 사람이 내려와 장부를 사진으로 찍어 간다. 5000만원의 수익이 났다면 2500만원을 상납해야 한다. 각 매장의 업자가 직접 현금다발을 가방에 담아 자신의 오락실을 관리하는 중간 관리자에게 전달한다. 중간 관리자는 이렇게 받은 돈을 자신이 직접 황금성 본사에 가져다준다. 실제로 B씨가 중간 관리자와 함께 돈다발이 든 가방을 황금성 본사에 전달한 적도 있다. 중간 관리자는 나머지 수익에서 자신이 지분 투자한 비율만큼 챙겨간다. 세금을 거의 내지 않고 오락실을 찾는 고객들도 꾸준하기 때문에 바지 사장, 중간 관리자, 황금성 본사 누구도 불만을 갖지 않는다. 땅 짚고 헤엄치는 셈이다. 피해를 보는 것은 세금을 받지 못하는 정부뿐이다.”     이런 식으로 운영되는 황금성 오락실은 몇 군데나 될까? 시사저널은 내부 고발자의 증언과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자료를 바탕으로 3개월여간 서울·경기 지역에 있는 황금성 오락실 규모를 파악했다. 내부 고발자의 증언을 기초로 삼고, 직접 오락실을 방문해 황금성 오락기가 사용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서울·경기 지역에 황금성과 관련된 성인오락실은 60~70여 곳으로 파악됐다.  시사저널이 파악한 황금성 오락실은 평균 100평 규모에 게임기는 150대가량 됐다. 기계 한 대당 하루 이익금을 1만원으로 잡았을 때, 한 오락실당 하루 이익금은 150만원이다. 한 달 이익금 4500만원에 종업원(주간 책임자 1명, 주간 종업원 3명, 야간 책임자 1명, 바지 사장 등) 급여와 임대료, 전기료 등을 제하고 남는 금액은 3000여만원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중 절반인 1500여만원이 상납되고 서울·경기 지역에 있는 황금성 오락실을 60곳으로 계산하면, 황금성 본사에 매달 상납되는 현금 규모는 9억원(1500만원×60곳)으로 추정할 수 있다. 연간으로 따지면 100억원이 넘는 현금이 황금성 본사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황금성 본사인 M사가 지난해 신고한 매출액이 ‘0’원이라는 것이다. M사는 등기상 2001년에 설립됐으며, 주요사업 내용은 게임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이다. M사는 2013년 15억여원의 매출을 달성한 후 매출 규모가 매년 절반씩 떨어져 2016년 9100만원, 2017년 0원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M사 관계자는 “전임 회장께서 2016년 돌아가신 때를 전후해 사업 동력이 점점 줄어들었다.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매출이 급감했고, 최근에는 폐업까지도 고려하고 있을 정도로 경영상황이 악화돼 있다. 지난해 매출 0원은 사업성 악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였다”고 해명했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M사 외에도 같은 대표자 명의의 회사가 3개 더 있다. 이 중 서울에 있는 회사는 모두 지난해 매출이 0원인 반면, 지방 소재 법인은 일정 수준의 매출이 나온다. 세무 관할을 바꿔 세금을 피하려는 일명 ‘세적 바꾸기’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황금성 오락실의 비상식적인 사업구조는 조폭이 개입됐기 때문이라는 증언도 나왔다. 다음은 B·D씨와 서울·경기 지역 황금성 오락실 책임자 복수의 증언을 정리한 것이다.  “황금성 게임기 무상 임대와 수익 절반을 상납하는 계약은 모두 구두(口頭)로 맺은 것이다. 현금을 가방에 담아 면(面)대 면으로 직접 전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류나 증거가 될 만한 것은 절대 남기지 않는다. 조폭이 황금성을 운영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불문율이 지켜지는 것이다. 황금성과 연관된 조폭으로는 대전 반도파 박○○씨, 서울 구로동파 민○○씨, 전남 영광파 김○○씨, 서울 수유리파 김○○씨, 대전 유성파 육○○씨 등이 있다.”  

“대전파·영광파 등 조폭 개입”

 수십 년간 조폭 검거를 담당했던 한 경찰관은 “영광파는 조폭 중 오락산업에 대한 뿌리가 가장 깊다. 영광파의 대표적인 이미지가 ‘돈을 잘 만진다’는 것이다. 이들의 뿌리는 불법 도박이지만, 여기서 벌어들인 돈으로 음식점 등 합법 사업을 벌이면서 돈세탁을 하고 있다. 영광파가 오락기계 등을 통해 돈을 많이 벌어들이고 있다는 게 조폭 세계에 점점 퍼지면서, 범호남파를 비롯한 토착 조폭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라면서 “이들이 오락실을 차린 후 경찰이 현장 단속을 나가더라도 결국 잡히는 것은 바지 사장뿐이다. 그러나 영광파는 바지 사장을 끝까지 책임진다. 옥바라지는 물론 출소 후에는 다시 바지 사장 자리를 준다. 이 때문에 바지 사장들은 끝까지 입을 다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중간 관리자로 지목된 조아무개씨는 “황금성이 조폭과 관련돼 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다. 수익 절반을 상납받지도 않는다”면서 “요즘 경기가 나빠 오락실 수익이 크게 떨어졌다. 세금 문제는 일부 있을 수 있겠지만 오락실 업주들도 다들 힘들게 살고 있다”고 해명했다.  내부 고발자 B·D씨는 광범위한 탈세와 상납이 이뤄지고 있지만 단속이 이뤄지고 있지 않는 점에 대해 ‘황금성이 경찰과 정치권에 선이 닿아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황금성은 정치인 후원금 명목으로 뒷돈을 대주며 정계에 인맥을 쌓고 있다. 또한 이들은 ‘○○게임협회’ 같은 것을 만들어 집회도 하고, 경찰에 대한 로비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강북구에 위치한 황금성 오락실에서 야간 책임자가 경찰에게 장부를 빼앗겼으나 로비를 통해 이를 무마한 적도 있다. 한두 곳도 아닌 곳에서 탈세와 상납이 이뤄지고 있는데 지금까지 적발되지 않은 것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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