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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취업난에 뒷걸음질 치는 文정부 일자리 정책
“원래 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인데 우리 정부(박근혜 정부 지칭)가 경제에서 너무 무능해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전인 2017년 3월7일 국회에서 열린 경선캠프 ‘경제현안 점검회의’에 참석해 “다음 정부에서는 틀과 체계를 바꾸는 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과 구조개혁의 대수술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경제에 있어서만큼은 앞선 정부와 차별화를 약속했다. 그러나 취임 500일을 바라보는 지금, 마주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지만, 정작 관련 지표들은 반전을 이뤄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돈 마구 쏟아부었지만 효과는 없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7년 일자리 예산은 17조736억원(본예산 기준)이다. 이는 전년보다 7.9% 증가한 역대 최고치다. 추경예산까지 합치면 일자리 사업 예산은 18조285억원에 달했다. 이렇게 편성된 예산은 정부의 직접 일자리 사업이나 직업훈련, 고용 장려금, 창업 지원, 실업소득 유지 및 지원 등에 투입됐다. 당초 정부는 취업과 창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실업자들의 생계유지를 도와 일자리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바람과 달리 국내 상황은 여전히 잿빛이다. 통계청의 ‘경제활동 인구조사’ 결과를 보면 2017년 취업자 수는 2655만2000명이다. 전년 대비 1.2% 늘어났지만, 전임 박근혜 정부의 취업현황과 비교하면 크게 다르지 않다. 2016년 취업자 수는 2623만5000명으로 1.2% 증가했으며, 2015년은 취업자가 2593만6000명으로 한 해 전보다 1.3% 늘었다. 같은 기간 일자리 예산은 본예산 기준으로 2015년 14조원, 2016년 15조8245억원, 2017년 17조736억원 등 해마다 큰 폭으로 늘어났다. 투입한 예산에 비해 정책효과는 미미했던 셈이다. 실업난은 더 심각하다. 실업자 수를 기준으로 작년은 최악의 해로 기록된다. 2017년 실업자 수는 102만8000명으로 한 해 전보다 1만6000명 늘어났다. 이는 연간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래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실업자 수는 2012년 82만 명에서 2013년 80만7000명으로 줄었지만 2014년 들어 93만7000명으로 다시 반전, 작년까지 계속 늘어나는 모습이다. 올해 역시 ‘고용 쇼크’는 지속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6월 고용동향을 보면 취업자 수는 2712만6000명으로 전년보다 10만6000명(0.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월별로는 올해 2월 10만4000명을 기록한 뒤 3개월 연속 10만 명대를 기록하다 5월에는 7만2000명까지 추락했다. 특히 올해 2분기 취업자 수 증가폭은 10만1000명에 머물렀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 있던 2009년 4분기 2만5000명 감소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작년 6월 취업자 증가 폭이 다른 달보다 낮았던 점을 고려하면 기저효과에 힘입어 좋은 결과가 예상됐으나 경기 흐름이나 인구구조 변화 탓에 여전히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일자리 기근이 계속되면서 정부 역시 고민에 빠졌다. 지금까지 나온 지표들은 ‘일자리 정부’라는 정부의 국정목표를 무색하게 만든다. 기대와 달리 실업난이 가중되자, 정부는 올해 일자리 목표를 32만 명에서 절반 수준인 18만 명으로 크게 낮췄다. 당장 일자리를 늘려낼 비책(策)이 없다는 것을 정부 스스로가 인정한 셈이다. 그렇다면 현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까. 막대한 예산을 써가며 고용 확대를 외친 것은 결국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한 것일까. 정책은 타이밍이다. 지지층의 입장만을 생각해 무리하게 정책을 펴는 것은 위험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번 정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원칙론자 이미지가 강하다. 때론 지나칠 정도로 이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경제정책은 다르다. 특히 지금처럼 미·중, 미·EU 간 무역전쟁이 불붙어 경제 시계(視界)가 불투명할 경우에는 운용을 탄력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고용시장은 수급적인 측면에서 보면 임금 상승이 어려운 구조다. 올 5월 한국고용정보원이 펴낸 ‘구인/구직 배율’을 보면 100만원 미만 계층은 일자리보다 일자리를 찾는 인력이 3.5배가량 많았다. 단순히 수급 관계로만 보면 이 계층은 임금 하락 압력이 크다. 그런데 이 계층에 대해 정부가 최저임금제를 무리하게 적용하니 고용주들의 반발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 최근 자영업자들이 대거 반발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또, 일각에서는 현 시점에서 정부의 고용정책에 점수를 매기는 것이 다소 이른 감이 있다고 주장한다. 기본적으로 일자리 정책의 경우 예산이 투입된 후 바로 효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예산투입 시기와 정책효과 사이에 일정 부분 시간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학계 “고용정책 핵심인 기업과의 소통 아쉬워”
어찌 됐건 정책의 모든 책임은 정부 몫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타이밍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일자리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론에 있어 지금의 방식은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고용의 주체인 민간기업과의 소통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기본적으로 일자리는 정부 주도로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결국 본격적인 일자리 확대는 민간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노동비용이 높아진 상황에서 사람을 더 많이 뽑아도 된다는 신뢰를 정부가 (기업에)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원하는 신뢰란 무엇일까. 재계에서는 “미국을 보면 답이 나온다”고 말한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미국의 유턴 기업(리쇼어링)에 대한 세제 혜택이다. 2010년 오바마 정부는 ‘리메이킹 아메리카’란 슬로건을 내걸고 법인세를 38%에서 28%로 내리는 방안을 추진했다. 미국 복귀 기업이 부담해야 할 공장 이전 비용의 20%는 국가가 보조했다. 트럼프 정부 들어서는 법인세율을 최고 21%까지 내렸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에 비해 유턴 기업으로 선정되기 위한 조건이 엄격하다. 우리나라는 해외 법인을 반드시 청산·축소(50% 이상)하고 국내에서 사업장을 신·증설하는 경우에만 유턴 기업으로 인정한다. 이 탓에 국내 유턴 기업의 실적은 저조하다. 2014년에는 22곳, 2015년 4곳, 2016년 12곳, 2017년 4곳, 올해는 6월 기준으로 6곳 등 총 48곳에 그쳤다. 대부분의 유턴 기업은 근로자 100명 미만의 중소기업이며, 대기업의 유턴 사례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경제야’ 커버스토리 연관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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