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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보건원, 검진버스 운행 중단하고, 새울원전은 REMC 없어

 

원자력 발전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 사고에 대비한 방사능 전문의료기관인 방사선연구원을 운영하고 있으나, 정작 비상 상황때 현장 의료지원을 위한 '검진용 버스'와 구급차가 무용지물로 방치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방사선보건원이 검진용 버스와 구급차를 이처럼 놀리고 있는 가운데 전국 5개 원전 본부 가운데 한 곳인 새울원전은 출범한 지 1년6개월이 되도록 자체 구급차를 못 갖춰 한수원의 비상의료시스템에 큰 허점을 드러냈다.

 

최근 월성원전의 냉각재 누출로 인한 근로자들의 피폭사고와 같은 긴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새울원전은 인근 고리원전의 구급대가 오기만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이같은 사실은 한수원이 지난 4월 방사선보건원에 대한 정기 감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적발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지난 6월15일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서울 삼성동 인터콘티넨탈 코엑스 호텔에서 열린 경영 현안 설명회에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관련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방사선보건원, 10억 들인 검진버스·구급차 '먼지 날릴 판'


방사선보건원은 옛 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1986년)의 교훈에 따라 한국전력 산하의 방사선 연구위원회 발족(1989년)에 이은 방사선보건연구센터(1996년)가 그 모태다. 2001년 한전 자회사로 태어난 한수원은 창사 그해 방사선 사고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감안, 연구원과 예산을 대폭 늘려 방사선보건원을 출범시켰다. 

 

문제는 평상시 철저한 대비와 함께 방사능 사고발생때 체계적 대응에 앞장서야하는 방사선보건원이 10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구입한 검진용 버스와 구급대를 주차장에 방치해 놓고 있다는 점이다.

 

방사선보건원은 지난 2012년 대형 버스를 구입한 뒤 X-레이와 초음파진단기, 골밀도측정기 등 첨단 장비를 갖춘 건강검진용 버스로 개조했다. 구입 및 개조에 모두 12억원 가까이 투입됐다. 

 

하지만 한수원이 최근 감사에 나선 결과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해당 건강검진용 버스는 전혀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신 직원들의 건강 검진때 방사선보건원은 협약병원을 이용했다. 해당 버스를 이용하지 않은 데 대해 보건원 측은 차량 운전사를 구하지 못한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방사선보건원은 구급차 2대 또한 주차장 구석에 방치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한수원 감사팀이 현장조사를 벌일 당시 구급차는 지하 주차장에 2중으로 주차돼 비상상황 발생때 제때 출동할 수 없는 여건이었다. 또한 구급차의 활용 빈도 또한 1년에 2~3차례로, 원전본부 방사선 비상합동훈련에만 쓰여져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다보니 차량운행일지에 대한 관리부서의 획인 기록은 지난 2016년 11월 이후 전혀 없는 허점 투성이였다.

 

 

울산 새울원전, 비상의료시스템 없어 '방사능 안전 허점'

 

방사선보건원이 구급차를 이처럼 방치해 놓고 있는 반면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을 감안해 2017년 1월 출범한 새울원전은 구급차는 물론 비상의료체제를 갖추지 못하고 '방사능 안전 무방비 지대'에 내팽개쳐져 있다. 

 

한수원은 2014년말 종사자 초동의료대응 및 평시 건강관리를 목표로 비상의료지원센터(REMC·Radiation Emergency Medical Center)를 당시 5개 원전본부에 발족했다. 하지만 새울원전은 출범한 지 1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원전 내 119 구급대'라고 할 수 있는 REMC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때문에 지난 6월13일 월성원전의 냉각재 누출로 인해 근로자 29명이 피폭하는 상황과 같은 긴급 사태가 벌어질 경우 적절한 초기응급처지와 골든타임 내 병원 빠른 이송은 기대하기 힘든 환경이다.

 

새울원전 관계자는 비상의료지원센터가 구축돼 있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 "방사선보건원과 협의, 연말 안에 REMC 발족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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