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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행성 오락실 업자 최 아무개씨, 성접대·탈세 의혹 등 불거져…과거 정권 인사와의 관계도 주목

ⓒ일러스트 찬희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이 하나 접수되었다. 고발인은 한 건설회사 사외이사였던 김 아무개씨, 피고발인은 한 그룹의 회장인 최 아무개씨였다. 두 사람은 한때 동업자 관계였다. 김씨는 고발장에서 “재력을 가진 그룹 대표이사 최씨가 권력가들에게 각종 금품과 향응 및 성접대를 제공했다. 또 친분 관계에 있는 지인에게서 사업 이권을 취할 목적으로 폭력배들을 동원해 상해를 가했다. 만약 이것을 발설할 경우 ‘죽이겠다’고 협박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권력가’에 대해 “과거 정권의 인사와 검찰·경찰·국세청 인사들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금품과 향응 및 성접대’ ‘폭력배 동원’ 등 여느 ‘조폭 영화’에서 봄직한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정기관과 연루된 비리 의혹이 또다시 불거진 셈이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고발장과 관계자들의 증언을 통해 드러난 최회장의 행태는 놀라웠다. 수백억 원대의 재력가로 소문난 그는 수도권 여러 곳에 사행성 오락실을 갖고 있었다. 또한 중소 호텔과 룸살롱, 고급 일식집 등을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서울에서 대규모로 상가 임대차 사업을 벌이고 있었다. 이처럼 사업 분야가 여러 개여서인지 대기업 회장이나 쓰는 ‘○○그룹 회장’ 명함을 갖고 다닌다. 그는 사행성 성인 게임기 수백 대로 오락실 영업을 하면서 100억원대의 세금을 탈루한 의혹을 받고 있다. 김씨는 고발장에서 “최회장은 2004년 서울 지역 세 군데에 사행성 성인 게임기인 일명 황금성 기계 2백대를 들여놓고 바지 사장들을 내세워 운영했다. 80여 억원의 세금을 탈루했다”라고 주장했다. 2005년 7월에도 최회장이 운영하는 수도권의 한 호텔에 황금성 기계 50대를 갖춘 오락실을 개장했다. 그런데 이 오락실은 전직 경찰관의 부인을 바지 사장으로 앉혀 월 5백만원 정도 급여를 주면서 운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도 세금 16억원가량을 탈루했다고 김씨는 주장한다. 최회장과 오락실 사업을 같이했던 동업자들 가운데는 과거 정권에서 대통령의 수행 비서를 지낸 인사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회장은 2006년 6월에는 서울 시내 한 빌딩에서 PC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개설해 여기서도 세금을 포탈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대규모의 상가 임대 사업도 병행하고 있는 최회장은 자신이 관리하는 상가의 임차인들로부터도 ‘상납금’ 명목으로 수천만 원씩을 받아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최근 몇 년 동안 최회장은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6천여 개의 상가 임대차 업무를 총괄하면서 상권이 좋은 상가를 임차하려는 사람들로부터 미리 상납금으로 수천만 원씩을 챙겼다”라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임차 희망자들이 최회장이 운영하는 고급 일식집과 룸살롱으로 오면 발렌타인 30년산 등 고급 양주 등을 신용카드가 아닌 현찰로 계산하게 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현금 장사’를 하면서 거액의 세금을 포탈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혐의를 묵인해주는 대가로 최회장으로부터 금품 등을 받은 관할 세무서 고위 간부의 실명까지 고발장에 적시되어 있다.

검찰 여직원에게 승용차 전달한 의혹도

최회장의 손길은 검찰 내부까지 뻗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6년 6월께 검찰청 내 각종 정보를 제공받을 목적으로 당시 검찰 고위 인사의 사무실에 근무하던 여직원에게 EF 쏘나타 승용차를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여직원의 동생 명의로 전달했다는 것이다. 해당 여직원은 5월19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무어라고 말할 상황이 아니니 나한테 묻지 마라. 지금 검찰 조사를 받고 있으니 검사실에 물어봐라”라고 말했다. ‘승용차를 받은 것이 맞느냐’라는 물음에는 “아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라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1992년 처음 알게 된 이후로 서로 호형호제하며 동업자 관계를 유지했던 김씨와 최회장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2006년 6월경이었다. 김씨는 앞서 언급한 인터넷 PC 도박 사이트 가맹점을 수도권 세 곳에서 운영하게 되었다. 최회장이 모든 것을 책임지기로 약속했고, 최회장의 지인을 통해 운영 자금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당국의 단속망에 걸려 2007년 8월, 김씨는 징역 10월을 선고받았고, 2008년 6월 만기 출소했다. 그런데 이때부터 김씨는 운영 자금으로 빌린 1억3천만원과 최회장의 지인에게서 개인적으로 빌린 3천만원을 갚으라는 빚 독촉에 시달렸다. 하지만 김씨는 자신의 건설 사업이 잘 되지 않아 빚을 갚지 못했다. 그러던 중 2010년 10월15일, 그는 최회장이 운영하는 고급 일식집에서 한 폭력 조직 행동대장의 지시를 받은 폭력배들로부터 각목과 흉기 등으로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최회장은 평소에도 이 폭력 조직 두목과의 친분을 과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그날 병원으로 피신해 입원 치료를 받던 중에도 최회장이 다른 사람을 시켜 나에게 ‘만약 고소할 경우 조폭을 시켜 죽여버리고, 당분간 조폭들을 마카오로 피신시키면 문제될 것이 없다’라며 살해 협박을 했다”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에서 수사하고 있다. 최회장뿐만 아니라 검찰 여직원 등이 소환되어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검찰 일각에서는 “내부 직원이 연루된 사건이어서인지 늑장 수사를 하고 있는 것 같다”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씨는 5월18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고발장에 적은 내용은 전부 다 사실이다”라면서 “검찰이 수사를 계속 미루다 고발장을 낸 지 넉 달이 지나서야 조사를 시작했다. 검찰이 자기 식구를 감싸느라 수사를 제대로 안 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기자는 이 사건과 관련해 최회장의 입장을 듣고자 그의 휴대전화 등으로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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