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이상 고령인구 41% 울릉도, 원장 공석에 주민 피해 우려
울릉군 “연락 닿지 않는다” 일단 휴가 처리
전국적으로 의료대란 사태가 우려되는 가운데 경북 울릉군 보건의료원장이 돌연 사직 의사를 밝히고 홀연히 떠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18일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동해안 망망대해 속 인구 9000여 명에 불과한 조그마한 섬 울릉도와 세 차례에 걸쳐 인연을 이어가며 인술을 펼쳐온 김영헌(59) 울릉군 보건의료원장이 지난 11일 관사의 주거 물품을 차량에 싣고 포항행 여객선을 통해 섬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가 공공보건의료법 12조에 따라 ‘의료취약지’로 지정한 울릉지역은 수술 인프라나 필수 의료가 미흡해 응급 상황 발생 시 의사가 동행해 환자를 육지로 후송해야 하는 실정이다. 후송 환자는 연평균 100명에 달한다.
군민 외 섬에서 근무하는 군인, 경찰, 소방관도 의료원에서 봐야 한다. 울릉의료원은 1년 50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들에게도 여행 중 아플 때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병원으로 인식돼 있다.
김 원장은 지난 1995년 4월부터 1997년 4월까지 공중보건의사로 근무하면서 울릉도와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2008년 울릉군보건의료원장으로 부임해 5년간 울릉의 의료시스템 정립에 앞장섰다.
이후 지원자가 없어 수 년간 공석이었던 자리를 2021년 다시 받아들였다. 세 번째 울릉도를 찾으며 김원장은 스스로 ‘울릉도 사람’임을 자처하며 남다른 각오를 내비쳤다. 이렇듯 울릉도와 각별한 인연을 맺은 김 원장이 홀연히 떠난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사회는 의문반 걱정반이 교차하는 분위기다.
섬 주민들은 “의료 불모지인 만큼 관련된 모든 일에 촉각이 곤두서기 마련이다”며 “김 원장은 매주 1회 진료시 환자들에게 큰 격려와 용기를 복돋아줬고 봉직의사 초빙과 환자 후송에도 두 팔 걷고 나선 인물이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 “울릉군은 해결은커녕 SNS 알리미를 통해 원장 진료 ‘휴진’ 안내만 할 뿐”이라며 대책 마련 등 적극 행정을 주문했다. 주민들의 반응은 60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약 41%에 달하는 울릉군의 특성상 김 원장의 공백에 아쉬움이 크다는 분석이다. 주민들 반응뿐 아니라 실질적 의료공백 우려도 제기됐다.
보건의료원에서 근무했던 A씨(49)는 “응급환자 발생 시 내부 의료공백 사태를 대비해 김 원장이 직접 후송을 다니곤 했다”며 “원장 공백으로 의료진들이 동요될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의료원에는 12개 과에 10여명의 의사가 근무중이다.
이와 관련해 김성엽 울릉군 총무과장은 “원장님이 사직 의사를 밝힌 것이 한두 번도 아닌데다 현재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며 “현재 군수님이 국외 출장 중이신 관계로 복귀 일정에 맞춰 원장님과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울릉군 인사 담당 부서는 김 원장을 휴가 처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헌 울릉군보건의료원장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