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TV조선이 5건 원문 공개 “대통령과 제 특검 문제로 불편하셨을 거 같은데…”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한동훈 후보가 4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70주년 기념식에서 강석호 한국자유총연맹 총재의 기념사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한동훈 후보가 4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70주년 기념식에서 강석호 한국자유총연맹 총재의 기념사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읽씹’ 사태의 김건희 여사 문자 원문이 8일 공개됐다. 지난 1월 한동훈 후보에게 보냈던 5건의 텔레그램 메시지다. 한 후보는 당시 메시지를 읽고 답은 하지 않았다. 메시지 원문 속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의 갈등이 고스란히 드러나 주목됐다.

1월15일 처음 보낸 메시지에서 김 여사는 “대통령과 제 특검 문제로 불편하셨던 것 같은데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다”며 “너무나 오랜 시간 동안 정치적으로 활용되고 있어 기분이 언짢으셔서 그런 것이니 너그럽게 이해 부탁드린다”고 했다. 내용을 미뤄봤을 때 이 메시지가 있기 전 윤 대통령이 한 후보에게 특검 문제로 ‘언짢음’을 드러낸 것으로 추정된다. 두 사람 사이 특검 문제를 놓고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이어 김 여사는 “한 번만 ‘브이’랑 통화하시거나 만나시는 건 어떠실지. 내심 전화를 기다리시는 것 같은데 꼭 좀 양해 부탁드린다”고 했다. 여기서 ‘브이’는 대통령(VIP)를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여사가 윤 대통령과 한 후보의 갈등을 중재하려 시도한 것으로 읽힌다. 이어 같은 날 김 여사는 “제가 죄송하다. 모든 게 제 탓이다. 제가 이런 자리에 어울리지도 자격도 안 되는 사람이라 이런 사달이 나는 것 같다. 죄송하다”라고 추가로 보냈다.

1월19일 메시지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처음 공개됐던 내용과 일치한다. 명품백 논란 등과 관련한 사과에 대한 내용으로 해석된다. 김 여사는 “제가 사과를 해서 해결이 된다면 천 번 만 번 사과를 하고 싶다. 단 그 뒤를 이어 진정성 논란에 책임론까지 불붙듯 이슈가 커질 가능성 때문에 쉽게 결정을 못하는 것 뿐이다. 그럼에도 비대위 차원에서 사과를 하는 것이 맞는다고 결정 내려주시면 그 뜻에 따르겠다”라며 “사과가 반드시 사과로 이어질수 없는 것들이 정치권에선 있는것 같다. 그럼에도 모든걸 위원장님 의견을 따르겠다”고 한다.

원문 내용은 논란이 터지고 나서 양측 주장과 대체로 일치한다. 친윤(親윤석열)계 측에선 김 여사가 여러 번 사과를 했다고 했고, 친한계(親한동훈) 측에선 정확히는 사과를 하기 어렵다는 취지였다고 했다. 문자 내용을 보면 김 여사는 ‘비대위 뜻에 따르겠다’고 하면서도 여러 우려를 반복해서 거론한다.

1월23일 메시지에선 ‘댓글팀’이 언급돼 주목된다. 김 여사는 “요 며칠 제가 댓글팀을 활용하여 위원장님과 주변에 대한 비방을 시킨다는 얘기를 들었다. 너무도 놀랍고 참담했다”며 “함께 지금껏 생사를 가르는 여정을 겪어온 동지였는데 아주 조금 결이 안 맞는다 하여 상대를 공격할 수 있다는 의심을 드린 것조차 부끄럽다. 제가 모든 걸 걸고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결코 그런 일은 없었고 앞으로도 결코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정확히 ‘댓글팀’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김 여사가 댓글팀을 통해 한 후보를 비방한다는 소문이 돌았던 것에 대해 해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여사는 이번 메시지에서도 다시 한번 “위원장님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과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시면 제가 단호히 결심하겠다”고 썼다.

1월25일 마지막 메시지에서는 대통령의 ‘격노’가 드러났다. 김 여사는 “대통령께서 지난 일에 큰 소리로 역정을 내셔서 맘 상하셨을 거라 생각한다”며 “큰맘 먹고 비대위까지 맡아주셨는데 서운한 말씀 들으시니 얼마나 화가 나셨을지 충분히 공감이 간다. 다 저의 잘못으로 기인한 것이라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1월15일 혹은 15일에서 25일 사이 한 후보를 향한 대통령의 ‘역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러 논란 끝에 김 여사의 문자 원문까지 공개되면서 읽씹 논란이 전당대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8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미국 하와이 히캄 공군기지에 도착해 도열병의 거수 경례를 받으며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8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미국 하와이 히캄 공군기지에 도착해 도열병의 거수 경례를 받으며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아래는 TV조선이 공개한 김 여사 문자 원문.

-2024년 1월 15일

요새 너무도 고생 많으십니다. 대통령과 제 특검 문제로 불편하셨던 것 같은데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너무나 오랜 시간 동안 정치적으로 활용되고 있어 기분이 언짢으셔서 그런 것이니 너그럽게 이해부탁드립니다 ㅠㅠㅠ 다 제가 부족하고 끝없이 모자라 그런 것이니 한 번만 양해해 주세요. 괜히 작은 것으로 오해가 되어 큰 일 하시는 데 있어 조금이라도 불편할 만한 사안으로 이어질까 너무 조바심이 납니다. 제가 백배 사과드리겠습니다. 한번만 브이랑 통화하시거나 만나시는 건 어떠실지요. 내심 전화를 기다리시는것 같은데 꼭좀 양해부탁드려요.

-2024년 1월 15일

제가 죄송합니다. 모든 게 제 탓입니다. 제가 이런 자리에 어울리지도 자격도 안 되는 사람이라 이런 사달이 나는 것 같습니다.죄송합니다.

-2024년 1월 19일

제 불찰로 자꾸만 일이 커져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제가 사과를 해서 해결이 된다면 천 번 만 번 사과를 하고 싶습니다. 단 그 뒤를 이어 진정성 논란에 책임론까지 불붙듯 이슈가 커질 가능성 때문에 쉽게 결정을 못하는 것 뿐입니다. 그럼에도 비대위 차원에서 사과를 하는 것이 맞다고 결정 내려주시면 그 뜻에 따르겠습니다. 이 모든 것에 대해 책임이 저에게 있다고 충분히 죄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대선 정국에서 허위기재 논란으로 사과 기자회견을 했을 때 오히려 지지율이 10프로 빠졌고 지금껏 제가 서울대 석사가 아닌 단순 최고위 과정을 나온거로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습니다. 사과가 반드시 사과로 이어질수 없는 것들이 정치권에선 있는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모든걸 위원장님 의견을 따르겠습니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2024년 1월 23일

요 며칠 제가 댓글팀을 활용하여 위원장님과 주변에 대한 비방을 시킨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너무도 놀랍고 참담했습니다. 함께 지금껏 생사를 가르는 여정을 겪어온 동지였는데 아주 조금 결이 안 맞는다 하여 상대를 공격할 수 있다는 의심을 드린 것조차 부끄럽습니다. 제가 모든걸 걸고 말씀드릴 수 있는건 결코 그런 일은 없었고 앞으로도 결코 있을 수 없습니다. 김경률 회계사님의 극단적인 워딩에 너무도 가슴이 아팠지만 위원장님의 다양한 의견이란 말씀에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전에 말씀드렸듯이 제가 너무도 잘못을 한 사건입니다. 저로 인해 여태껏 고통의 길을 걸어오신 분들의 노고를 해치지 않기만 바랄뿐입니다. 위원장님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과’ 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시면 제가 단호히 결심하겠습니다.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여러가지로 사과드립니다.

-2024년 1월 25일

대통령께서 지난 일에 큰 소리로 역정을 내셔서 맘 상하셨을거라 생각합니다. 큰 맘먹고 비대위까지 맡아주셨는데 서운한 말씀 들으시니 얼마나 화가 나셨을지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다 저의 잘못으로 기인한 것이라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조만간 두 분이서 식사라도 하시면서 오해를 푸셨으면 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