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6호
‘코리아의 보릿고개는 높다 / 한없이 높아서 많은 사람이 울며 갔다 / 굶으며 갔다 / 얼마나한 사람은 죽어서 못 넘었다 / 코리아의 보릿고개 / 안 넘을 수 없는 운명의 해발 구천 미터’. 황금찬 시인의 시 《보릿고개》 중 한 소절이다. 보릿고개를 소재로 한 시는 우리 문학사에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만큼 인간의 생사를 가를 정도로 중대한 수난의 시기였기 때문일 것이다. ‘보릿고개’는 농작물이 주 수입원이었던 지난 시대, 그 전해 가을에 수확한 양식이 바닥나고 보리는 미처 여물지 않아 5~6월 농가의 식량 사정이 몹시 어려운 때
오십, 나는 재미있게 살기로 했다백세 시대에 오십은 인생의 1막에 해당한다. 훌륭한 연극은 2막이 더 재미있다. 1막에서 주인공은 세상을 바꾸려고 노력하다 세상의 벽에 부닥쳐 절망한다. 그러다 2막에서는 세상이 아니라 나를 바꾸기로 한다. 인생 2막에서 가슴 설레는 삶을 살 것인가, 한탄하며 살 것인가는 각자의 선택에 달려있다.이서원 지음│나무사이 펴냄│272쪽│1만7000원말하지 않으면 인생은 바뀌지 않는다27년간 전 세계 수십만 명의 인생을 바꾼 최고의 커뮤니케이션 코치가 알려주는 단호한 대화의 기술. 무례한 사람의 불평·불만을
“정치를 하려면 가능한 한 특수부의 눈에 띄지 않는 정치를 하라.” 이 말은 일본 금권정치의 효시인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1972~74년 재임)가 다나카파 정치 후배들에게 틈만 나면 외치던 훈시였다. 나는 새도 떨어트릴 만큼 전후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던 그가 사망(1993년)했음에도 이 말은 아직까지도 일본 정가에서 유효하다. 아마도 일본 정계 제1인자였던 자신을 기소한 도쿄지검 특수부 칼날의 위력을 몸소 경험한 때문일 터다.도쿄지검 특수부는 우리나라의 특검과는 그 성격을 달리한다. 한국의 특검은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의
조국혁신당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4·10 총선에서 가장 빛났던 정당은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아니라 비례 의석 12석을 차지하며 선거 기간 내내 가장 많은 관심을 불러 모았던 조국혁신당(혁신당)과 조국 대표였다. 그러나 총선의 열기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그 돌풍은 잦아드는 분위기다.‘호남 약진’ 혁신당, 다시 민주당에 1당 내줘 혁신당은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 민주당보다 더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광주에서 혁신당은 47.72%, 더불어민주연합은 36.26%를 얻었다. 전북에서 혁신당은
트로트 가수 김호중씨(33)와 그의 소속사 관계자들이 법망 위에서 뛰놀았다. 김씨는 음주운전으로 뺑소니 사고를 내고도 매니저를 동원해 ‘운전자 바꿔치기’를 해 수사에 혼선을 줬고, 사고가 발생한 지 17시간 만에 경찰 조사를 받아 음주 측정을 어렵게 했다. 법조계에선 범행 당시부터 자백에 이르기까지 김씨의 ‘노림수’가 숨어있다고 지적한다.5월22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김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 도주치상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검찰에 신청했다. 김씨의 친척이자 소속사대표인 이광득 대표에 대해서는 범인도피교사 혐의,
벌써 9년이란 시간이 흘렀으니, (어제 일어난 일도 가물가물해하는 이들을 위해) 잠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 이하 《매드맥스》)를 복기해 보자. 멜 깁슨 주연의 ‘매드맥스 3부작’ 이후 30년 만에 재시동은 건 《매드맥스》는 곧 죽어도 내 갈 길은 가겠다는 호방한 기개가 만개한 ‘미친’ 영화였다. 대사 몇 마디 없이 직진하는 운동 에너지만으로 인물의 심리와 세계관을 납득시키는 조지 밀러의 연출력이 특히나 묘술에 가까웠다. 이렇게 카체이스 액션 신을 연신 때려박는다고? 그런데 그 액션이 지루하지 않다고? 설명 없이도 많
하이브 창업자인 방시혁 이사회 의장과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 민희진 대표의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5월31일로 예정된 어도어 임시 주주총회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여론전을 벌이는 것은 기본이다. 고소·고발과 소송 등 법적 다툼도 잇따르고 있다. 말 그대로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어도어의 경영권 탈취 의혹이 분쟁의 시발점이었다. 하이브는 4월22일 민희진 대표를 포함한 어도어 경영진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를 시작했다. 민 대표가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손잡고 회사를 탈취하려 한다는 제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소통은 원래 안 되는 게 정상이다. 잘되면 신기한 일이다. 소통이 당연히 잘되리라 착각하기 때문에 불통에 불평을 쏟아내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하는 거의 모든 일의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소통이 필요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소통은 아무리 어렵더라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갈등과 분열을 거듭하는 시대에 최재천 교수가 찾은 해법은 ‘숙론(熟論·Discourse)’이다. 숙론이란 상대를 궁지로 몰아넣는 말싸움이 아니라 서로의 생각이 왜 다른지 궁리하는 것, 어떤 문제에 대해 함께 숙고하고 충분히 의논해 좋은 결론에 다가가는 것이다. 최
“전당대회에 나가면 이긴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달 초 가까운 지인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슈가 대화 주제에 오르자 이같이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출마 의사를 내비친 것은 물론 출마하면 당선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총선 이후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한 전 위원장은 여의도를 향해 성큼 발을 내딛고 있다.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을 내려놓은 후 잠행을 이어가던 그는 최근 다시 정국의 중심에 섰다. 시민들이 자주 찾는 공공장소
검찰이 코너에 몰린 형국이다.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압승한 거대 야당뿐 아니라, 검찰을 ‘친정’으로 둔 용산 대통령실과 대립 구도가 형성되면서다. 법무부가 이원석 검찰총장(55·사법연수원 27기)의 의견을 묵살하고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했다는, 이른바 ‘패싱 논란’이 첫째다. 이는 대통령의 의중이라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며 논란이 확산했다. 김건희 여사의 수사를 둘러싼 ‘대통령실-검찰 갈등설’이 재점화한 모습이다.이원석 총장 ‘중도 사임설’ 일축…6월 김 여사 소환이 고비기세등등한 거대 야당도 검찰로선 난제다. ‘검찰 술판
2016년 한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 이후 시작된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국민적 분노가 들끓은 지 8년의 시간이 지났다. 그사이 한국 기업들은 정부와 국민의 무관심 속에서 조용히 짐을 싸고 있다.최근 롯데그룹은 중국 현지에서 마지막까지 운영하던 롯데백화점 청두점을 연내 매각하기로 했다. 다른 기업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지 법인을 청산하거나 합작 법인의 지분을 매각하는 등 중국 사업에서 손을 터는 분위기다. 재진출 여부도 가늠하기 어렵다. 중국 제품의 경쟁력이 갈수록 높아지고
5월9일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국민과의 소통 미흡과 체감하는 정책 변화의 부족’에 대해 사과하면서 향후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현장 기반의 민생토론회 재개와 국민과의 공감대 확대’를 약속했다. 하지만 이 기자회견에 대해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반성 없는 자화자찬’이라고 비판하면서 ‘국정 기조의 근본적인 전환’을 촉구했다.대통령의 사과가 있은 지 얼마 되지 않은 5월20일, 대통령실이 ‘해외 직구 금지 정책’을 철회하면서 사과하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정부는 국가인증통합마크(KC) 인증을 받지 못한 80개
미국에선 공화·민주 양 진영의 가치관 충돌을 가리켜 문화전쟁이라는 말을 쓰지만, 여기선 문화전쟁을 “여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문화 분야에서의 정치적 싸움”이라는 의미로 이해하기로 하자. 한국에서 흥미로운 건 물적 기반에선 유리한 보수가 문화전쟁에선 압도적 열세임에도 그런 불균형을 그대로 방치하면서 ‘보수 몰락’이라는 신세타령을 즐겨 한다는 점이다.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의 지원 유세에 참여했던 가수 김흥국은 “좌파 연예인들은 (선거 지지에) 앞장서는데 우파(연예인)들은 겁먹고 못 나오고 있다”며 “왜냐? 우파 연예인들 목숨
이란 현지시간으로 5월19일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무장관을 포함해 총 8명의 이란 고위공직자가 탄 헬기가 추락했다. 아제르바이잔 국경 지역에서 돌아오는 길에 이란 북서부 지역을 비행하다 사고가 났다. 당일 이란 북서부 지역 상공은 짙은 안개 속에 비가 내렸는데 타고 있던 헬기가 1979년 이전에 구매한 노후화된 미국산 기종 ‘벨212’ 헬기였다고 이란 언론들은 보도했다. 이란 당국은 5월20일 탑승자 전원 사망을 공식화했고 전국에 5일간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대통령 헬기 추락사…승계 위기 맞은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이 취임하며 폐지했던 민정수석실을 최근 다시 부활시키면서 신임 민정수석비서관(이하 민정수석)에 검사 출신인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을 임명했다. 5월7일 언론 앞에서 김주현 신임 수석을 직접 소개한 윤 대통령은 민정수석실을 다시 둔 이유로 “민심 청취 기능이 너무 취약했다”는 점을 꼽으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재임 시절 민정수석을 없앴다 부활시킨 전례를 거론했다. 실제 DJ는 취임하며 민정수석실을 폐지했다가 2년 만인 1999년 6월 부활시켰다. 그때 첫 민정수석에 임명된 건 비법조인인 김성재 당시 한신대
국내 폐암 환자 10명 중 3~4명은 여성이다. 폐암의 주요 원인으로 흡연이 꼽히지만 여성 폐암 환자의 90%는 담배를 피운 경험이 없다. 비흡연 여성 폐암의 가장 큰 원인은 ‘요리 매연(cooking fume)’이다. 요리할 때 발생하는 유해물질은 비흡연자에게도 폐암을 일으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일반 가정, 학교와 요양병원 급식소 등에서 요리할 때 필수 조건으로 환기를 강조한다. 환기의 핵심은 ‘맞통풍 환기’다. 중앙암등록본부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폐암 여성 수는 약 1만 명이다. 이는 한 해 발생하는 폐암 환자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참패했다.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민주화 이후 집권여당이 기록한 최악의 참패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은 팍 떨어졌다. 세 가지 질문이 중요하다. 첫째,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은 얼마나 떨어졌을까? 둘째,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은 어디에서 빠졌을까? 셋째, 정당 지지율의 동향은 어떨까? 하나씩 살펴보자.먼저 윤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율은 얼마나 떨어졌을까? 한국갤럽 조사 기준 총선 직전에 실시된 마지막 조사는 3월 4주 차 조사였다. 이때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출발은 ‘검찰 개혁’이었다. 검찰 환부를 도려내겠다며 출항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호는 2024년 5월 현재 종착지를 알 수 없는 곳을 향해 간다. 배를 돌려야 하지만 거야(巨野)는 검수완박을 ‘더 확실히’ 밀어붙이겠다는 공언을 반복한다. 현장에 드리운 혼돈과 사각지대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 됐다. 사기공화국 오명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사기범죄 천국’이라는 참혹한 수식이 따라붙는다.현직 판사, 《빨대사회》 통해 검경 수사권 조정 부작용 비판“사기범죄 조직들의 황금시대가 도래했다. 지금까지는 누군가의 목덜미에
최근 김호중 음주운전 사고가 유사한 사건 중에서는 초유의 대형 이슈로 비화했다. 원래는 그리 큰 사건이 아니었다. 5월9일 밤 11시40분쯤 서울 강남에서 김호중이 운전하던 차가 맞은편 택시를 들이받은 사건이다. 피해 또한 보기에 따라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정면충돌도 아니고, 고속 주행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큰 충격이 없었다. 그러니 중한 처벌을 받을 정도까진 아니었다. 그런데 한국 사회가 발칵 뒤집힐 정도의 초대형 사건으로 커져버렸다.이렇게 사건을 키운 건 바로 김호중 자신이다. 일단 단순 음주운전 사고를 음주 뺑소니 사건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