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희진 대표, 하이브 주식 매입 신고 보름 만에 현금화해 시세차익
1000억원 어도어 풋옵션 계약 이슈와 맞물리면서 소액주주들 허탈감
하이브 창업자인 방시혁 이사회 의장과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 민희진 대표의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5월31일로 예정된 어도어 임시 주주총회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여론전을 벌이는 것은 기본이다. 고소·고발과 소송 등 법적 다툼도 잇따르고 있다. 말 그대로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어도어의 경영권 탈취 의혹이 분쟁의 시발점이었다. 하이브는 4월22일 민희진 대표를 포함한 어도어 경영진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를 시작했다. 민 대표가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손잡고 회사를 탈취하려 한다는 제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이브가 4월25일 발표한 중간 감사 결과에서 의혹의 실체가 일부 드러났다. 민 대표와 측근이 나눈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어도어 경영권 탈취를 위한 구체적 계획과 함께 소속 가수인 뉴진스를 빼내려 한 정황이 포착됐다. 하이브는 다음 날 민 대표 등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점입가경 치닫는 방시혁-민희진 갈등
민 대표는 “경영권 탈취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중간 감사 결과가 공개된 4월2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민 대표는 “카카오톡 대화 내용은 실현 가능성 없는 개인의 낙서 같은 수준이다”면서 “경영권을 탈취할 계획도, 의도도, 실행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이 과정에서 ‘개저씨’(개+아저씨), ‘시XXX’, ‘X신’, ‘양아치’ 등 비속어까지 나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민 대표는 이어 “하이브 산하 또 다른 레이블 소속의 신인 걸그룹 아일릿이 뉴진스를 표절한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자 부당한 해임 통보를 받았다”면서 “사담을 진지한 것으로 포장해 저를 매도한 의도가 궁금하다”고 맞받아쳤다.
임시주총 소집일을 두고서도 양측은 첨예하게 부딪쳤다. 하이브는 4월25일 중간 감사 결과 발표 후, 어도어 임시주총 소집 허가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현재 어도어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민 대표 등의 해임을 염두에 둔 조치였다. 민 대표는 며칠 후 심문기일 연기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재판부가 이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자 5월31일로 임시주총일이 결정됐다.
민 대표는 하이브 주총 의결권 행사 제한 가처분 신청서도 법원에 제출했다. 현재 어도어의 최대주주는 하이브(80%)다. 민 대표와 측근의 지분은 20%에 불과하다. 지분 대결로 가면 절대적으로 민 대표가 불리하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 여기에 맞서 하이브는 어도어 소속 스타일디렉팅 팀장에 대한 추가 감사를 벌였다. 해당 팀장이 민 대표의 승인하에 광고주와 별도 계약을 체결해 수년간 수억원을 받은 게 문제로 지적됐다. 어도어 측은 “관행이다”고 해명했지만 하이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문제 또한 향후 법적인 쟁점으로 비화할 수 있는 상황이다.
업계의 관심은 현재 민 대표가 신청한 가처분 결과에 쏠려있다. 민 대표는 법무법인 세종을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한 상태다. 이후 하이브 조치의 부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맞서 하이브는 김앤장과 손을 잡았다. 법원은 “임시주총 전에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법원이 하이브의 손을 들어주면 하이브는 임시주총에서 민 대표를 포함한 이사회 멤버들을 모두 교체할 예정이다. 민 대표가 승리할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5월31일 열리는 임시주총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다. 현재 진행 중인 경영권 분쟁 역시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어도어 주식으로 1년 만에 2600% 수익
주목되는 사실은 양측의 진흙탕 싸움 과정에서 베일에 가려져있던 연예기획사들의 계약 관행이 고스란히 노출됐다는 점이다. 민 대표는 2019년 하이브 전신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최고브랜드관리자(CBO)로 합류했다. 2021년 어도어 설립 후에는 대표에 취임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하이브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다. 민 대표는 5억원대 연봉을 받는 월급쟁이 사장에 불과했다. 이듬해 8월 뉴진스가 데뷔하면서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다. 어도어의 기업 가치 역시 수직 상승했다. 하이브는 보유 주식 중 20%를 민 대표(현재 민희진 17.8%, 측근 2.2%)에게 헐값에 매각했다. 인수 자금 28억6580만원 중 부족한 20억원은 방시혁 의장이 대여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 성과에 대한 보상으로 스톡옵션도 부여했다. 경영을 잘해 회사 가치가 높아져도 액면가인 5000원에 20% 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민 대표에게 부여한 것이다. 하지만 스톡옵션을 현금화할 경우 누진세율이 최고 45%에 이른다. 민 대표가 문제를 제기하자 하이브는 20%대 세금만 내면 되는 구주로 교환해 줬다. 그럼에도 민 대표가 계속 불만을 제기하자 회사 주식을 민 대표에게 저가 매도한 후,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년도 영업이익의 13배에 총 발행 주식 수를 나눈 금액을 1주의 가격으로 하는 게 풋옵션 행사의 조건이었다.
요컨대 어도어는 지난해 33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풋옵션을 행사하면 주당 13만5000원에 매각할 수 있게 된다. 민 대표가 보유한 주식 수(57만3160주)를 감안하면 773억원의 시세차익을 내게 된다는 산술적 계산이 나온다. 측근에게 나눠준 2.2%를 더하면 차익은 900억원에 육박하다. 현재 기준으로도 수익률이 1년 만에 2606%에 이른다. 주식 매입 자금 중 상당액을 방 의장에게 빌린 만큼 실질적인 매수 금액 대비 수익률은 그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하이브는 몇 가지 안전장치를 걸었다. 민 대표가 보유한 지분 12.8%는 자의적으로 매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머지 5%는 하이브의 동의를 얻어야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조건이었다. 민 대표가 4월25일 기자회견에서 “나는 가만히 있어도 1000억을 번다”거나 “꽁꽁 묶어둔 5% 주식이 노예계약처럼 묶여있다”고 말한 이유다.
물론 이때까지만 해도 양측의 ‘연합전선’은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민 대표는 풋옵션 비율을 기존의 13배에서 30배로 변경하는 주주 간 계약 체결과 함께 대표이사 단독으로 뉴진스 전속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협상이 결렬됐고, 경영권 찬탈 의혹이 불거지면서 양측의 분쟁 역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이 과정에서 일반인들은 상상도 하지 못할 연예기획사의 보상 체계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연예기획사 성과 보수 관행에 우려 커져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500대 기업 중 5억원 이상 연봉을 공개한 291개 기업 CEO(오너 포함)의 평균 연봉은 20억9588만원이다. 당연히 성과급이 포함된 금액이다. 하지만 어도어는 지난해 1103억원의 매출과 33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창사 이후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흑자를 기록했다. 민 대표는 지난해 5억원의 연봉에 20억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여기에 더해 1000억원 안팎의 풋옵션 계약까지 체결했다. 민 대표의 풋옵션 행사 예정일은 2025년 1월로 알려져 있다. 올해 영업이익이 올라가면 풋옵션 금액은 다시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올라간다는 점에서 소액주주들의 허탈감은 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자 하이브 주가가 23만500원에서 18만6800원으로 20거래일 만에 18.9%나 폭락했다. 이 기간에 빠진 시가총액만 1조원을 웃돌고 있다. ‘고래(대주주) 싸움’에 ‘새우(소액주주) 등’만 터지는 꼴이 됐다고 개미들은 토로한다. 방송인 김어준씨는 자신의 유튜브에서 “4000억원짜리 노예계약이 어딨냐”거나 “천상계 얘기다”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시사저널은 하이브 경영권 분쟁 취재 과정에서 또 하나의 수상한 거래 정황을 포착했다. 2021년 11월 방시혁 의장이 민희진 대표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29억원 규모의 하이브 주식까지 우리사주와 주식보상 등으로 민 대표에게 제공한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22년 10월말까지 민 대표는 하이브 주주명단에 없었다. 하지만 11월1일 의결권 있는 주식 4720주와 기타 3500주(총 8220주)를 신고하면서 새롭게 주주명단에 올랐다. 당시 하이브의 주가는 지금의 두 배가 조금 안 되는 34만8000원이었다. 민 대표의 주식을 대입하면 29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민 대표가 당시 투입한 자금은 6억3700만원에 불과했다. 주식으로 치면 주당 7만7500원으로 시세의 23%에 불과하다.
하이브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에서 우리사주와 주식 보상을 제공했고, 나머지 주식은 민 대표가 장내에서 매입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 대표는 2022년 11월 중순과 12월8일 매입한 주식 1000주씩을 각각 시장에 내다 팔았다. 이 거래로 민 대표는 7억6000만원을 벌었다. 투입한 자금을 보름 만에 회수하고 1억2000만원의 현금까지 추가로 챙겼다. 그럼에도 아직도 6200주의 하이브 주식까지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른 도덕성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