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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 편성 불가피…‘최소 13조원’ 소요되는 자금, 국채 말고는 끌어올 곳 없어
2024년 6월 국채 잔액은 1053조…국가채무, 연말에 GDP의 50%에 근접할 것

2024년 8월2일 국회는 찬성 186표, 반대 1표로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을 가결했다. 법안의 제안 이유를 보면 “고물가, 고금리 등으로 가계의 지출부담은 크게 증가하고 있는 반면 소득은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쳐 민생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가계소득 증가를 통해 소비를 활성화하고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매출을 제고하여 내수 및 경기를 회복시키려는 목적”이라고 돼있다. 이를 위해 모든 국민에게 25만원에서 35만원까지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소위 ‘전 국민 25만원법’이다. 그러나 이 법안엔 몇 가지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특별조치법’(전 국민 25만원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8월2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법안 관련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특별조치법’(전 국민 25만원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8월2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법안 관련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①민생 어려워졌나: 최근 부유층 소득만 줄어

2024년 1분기 경제성장률은 3.4%이고 2분기는 2.3%이므로 상반기 평균 3% 정도가 된다. 이 정도 경제 성적을 경제위기로 단정하면서 민생위기 회복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다. 고물가로 실질소득이 감소하면서 민생이 어려워졌다고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가계소득 통계를 보면 2024년 1분기 대부분의 가계 월평균 소득은 경제성장률이 1.4%에 불과했던 2023년 1분기보다 오히려 늘었다. 특히 저소득층일수록 가계소득이 더 많이 늘었다. 최하위 20%(1분위) 가계소득은 8%, 차하위(2분위) 20%는 4%, 3분위는 5%, 그리고 4분위는 3% 증가했다. 다만 최상위 20%(5분위) 가계소득만 2% 줄어들었다. 

그렇지만 월평균 소득이 1000만원이 넘는 계층에서 소득이 월 22만원 정도 줄어들었다고 나라가 지원에 나설 것은 아니다. 최저소득 계층인 1분위 가계의 경우 사업소득이 4%가량 줄어들었지만 금액으로는 3800원에 불과해 근로소득 증가액 1만5000원으로 충당하고도 남는다. 국민의 약 9%인 기초생활수급자(중위소득 50% 미만)와 8.4%인 차상위계층을 합하면 17.4%로 이들은 모두 1분위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인데 1인당 25만원에 더해 10만원을 추가 지급한다면 2분위 이상 계층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②민생지원금, 신규 소비보다 대체 소비에 쓰여

1인당 25만~35만원 수준의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해 소비가 살아나려면 신규 소비가 창출되어야 한다. 케인스가 말하는 유효소비가 창출되어야 한다. 지원금으로 빵을 하나 더 먹고 옷을 하나 더 사입고 택시를 한 번 더 타야 소상공인·자영업자 경기가 살아난다. 

민생회복지원금이 지급되지 않아도 소비했을 곳, 예컨대 생활필수품이나 세금 혹은 연금에 지원금을 소비한다면 이는 신규 소비가 아니라 대체 소비가 될 뿐이다. 2024년 1분기 가계지출을 보면 월평균 398만원 중에서 291만원을 소비지출하고 108만원(27%)을 비소비성지출(세금, 건강보험료, 연금 등)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생지원금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면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취급하는 식료, 주류, 음료, 음식숙박, 오락문화 등의 소비가 늘어나는 효과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런 소비 증대가 신규 창출 소비가 아니라 대부분 대체 소비일 것이라는 판단이다. 2020년 코로나 지원금에 관한 기존 KDI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원금의 약 20~30%만이 신규 소비를 창출할 뿐 나머지는 대체 소비를 일으킬 뿐이었다. 그리고 신규 소비가 일어난 곳도 학원이나 안경점, 피부미용 의원 등 소상공인이나 자영업과 상관없는 곳에서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입장에서 민생회복지원 지역사랑상품권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 상품권을 받지 않는 백화점, 대형마트에서 식품을 구매하던 사람들조차 전통시장을 사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소비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백화점·대형마트에서 전통시장으로 구매처가 옮겨간 것일 뿐이다. 민생회복지원금이 바라는 것이 이런 대형마트 희생 위에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보호하자는 ‘대체 효과’라면 성공적인 정책이겠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내수 및 경기를 회복시키는 정책이 될 수는 없다.

 

③중앙정부의 채무, 5월말 현재 1147조원

민생회복지원금에는 13조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된다. 반드시 추경을 편성해야 할 것이고 추가 세원을 개발하거나 재정지출을 줄이기 어려운 형편이므로 전액 국채 신규 발행을 통해 조달해야 할 것이다. 2024년 6월 국채 잔액이 이미 1053조원인 데다 2024년 예상되는 관리재정적자가 92조원인 상황에서 민생회복지원금을 조달하기 위해 국채를 또 발행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 5월말 1147조원인 중앙정부의 채무는 그만큼 늘어나면서 연말에는 국가채무의 GDP 비율이 50%에 매우 근접하게 될 것이다. 폭증하는 가계와 기업 부채에 국가채무가 더해지면서 대한민국은 부채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덮어쓸 것이다.

 

④지역사랑상품권 대행업자의 특혜·불법 문제

지역사랑상품권은 발행 비용이 약 1% 정도 소요되므로 13조원에 따르는 비용만 1300억원이 넘는다. 이 비용은 대부분 국가나 지자체가 떠안기 때문에 새로운 국민의 부담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위탁받은 자나 판매하고 보관·환전하는 업체인 판매대행업자나 환전대행가맹업자들에게 특혜가 될 수 있다. 또 지역사랑상품권과 관련된 여러 불법행위에 대한 관리·감독도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 물품의 판매 또는 용역의 제공 없이 수취한 지역사랑상품권이나 실제 매출금액 이상의 거래를 통해 수취한 지역사랑상품권을 환전하거나 환전대행가맹점에 환전을 요구하는 행위는 모두 불법이다. 

지역사랑상품권을 재판매하거나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자가 판매대행점이나 가맹점에 지역사랑상품권의 환전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이런 위법행위를 효과적으로 단속할 행정력이 있는가 하는 문제다. 발행 업무조차 위탁하는 지자체가 천문학적인 상품권 거래를 관리하고 감독해 불법 거래를 차단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위법 시 처벌금액(최대 2000만원)이 비현실적으로 적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상품권의 유익함이 고스란히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돌아간다고 믿기도 어렵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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