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컨벤션 효과 위협하는 돌발변수 곳곳에 [신창운의 미리 보는 4·10 총선]
신년 여론조사에서 민주당-국민의힘 ‘오차범위 내 접전’ 이재명 피습·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 등으로 다시 격차 벌어질지 주목
[편집자주] 시사저널은 총선의 해를 맞아 ‘신창운의 미리 보는 4·10 총선’을 격주로 연재합니다. 현재 격주 연재되고 있는 ‘배종찬의 민심풍향계’와 더불어 총선 민심의 추이를 매주 들여다볼 수 있는 나침반이 될 것입니다. 필자 신창운 한국여론평판연구소 소장은 중앙일보 여론조사전문기자를 지낸 국내 여론조사전문기자 1세대이며, 현재 인하대 통계학과 초빙교수로 있습니다.
22대 국회의원 선거의 해가 밝았다. 총선을 전망하는 여론조사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도에 의문을 표시하는 의견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래도 현재 판세를 가늠해볼 수 있는 여론의 지표로 여론조사를 대신할 만한 자료가 없기에 국민의 관심도 여론조사 결과에 쏠릴 수밖에 없다.
적어도 지난해 말까지 총선에서의 더불어민주당 우위 구도에 대해선 필자를 포함한 여론조사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없었다. 현재의 167석, 즉 21대 국회의원 의석을 능가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였다. 정권에 대한 견제론이 지원론을 늘 앞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3주 전국지표조사(NBS)에선 한때 정부 견제론 대 정부 지원론이 45% 대 43%로 오차범위 내 접전으로 나타나기도 했지만, 12월8일 한국갤럽 조사의 51% 대 35% 등 견제론이 우세하게 나타나는 추세가 유지됐다.
野, ‘한나땡’ 기대와 달리 우위 구도에 균열
정당 지지율은 조사에 따라 차이가 있다. 특히 대통령에 앞서 정당 지지율을 먼저 물어보면 자료 수집 방식과 무관하게 민주당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 물론 정당 지지율을 통한 총선 판세 예측엔 한계가 있다. 지지 정당과 실제 투표 정당에 차이가 나타날 수 있고, 계층별 투표율과 부동층 등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지지율부터 먼저 물어보는 전화면접 여론조사에선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오차범위 내 접전 중이다. 그러나 질문 순서와 무관하게 ARS 조사에선 민주당이 오차범위를 벗어나 국민의힘을 앞섰다. 가령 리얼미터가 지난해 11월 실시한 다섯 차례 조사에서 나타난 정당별 지지율 평균은 민주당 45%, 국민의힘 36%였다.
지난해 12월26일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임명됐다. ‘한나땡’(한동훈 나오면 땡큐)이란 말이 유행했듯 민주당은 진작부터 표정 관리 중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아바타’가 출현했기 때문에 4월 총선에서 정권 중간평가 성격의 심판론이 더 강하게 작동할 것으로 봤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역시 한 위원장의 조기 등판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고, 때를 기다려왔던 이준석 전 대표는 탈당 후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그러나 한동훈 컨벤션 효과는 곧장 나타났다. 우선 한 위원장 임명 전인 지난해 12월20~21일 실시된 한국여론평판연구소 자체 조사에서 차기 대통령 적합도에 대한 한동훈 대 이재명 양자 가상대결이 오차범위 내 접전으로 확인됐다. 2022년 대선 때의 1라운드에 이은 이번 총선에서의 윤석열-이재명 2라운드 대결이 한동훈으로 대체될 가능성을 보여줬다. 실제 한 위원장에 대한 호감은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자가 많았던 지역과 계층에서 두드러졌다. 가령 대통령 국정수행의 긍정 대 부정 평가가 48% 대 49%인 부산·울산·경남에서 한 위원장에 대한 호감이 55%로 비호감(37%)보다 높았다. 총선의 최대 승부처인 서울에서도 호감(54%)이 비호감(35%)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중도층과의 공감대 형성을 통한 지지세 확산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 사전투표제 실시 이후 총선 투표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2012년(19대 총선) 54.2%, 2016년(20대) 58.0%에 이어 2020년(21대)엔 66.2%였다. 양당 지지층 외에 중도층이 대거 투표소에 나온다는 얘기다. 한 위원장에 대한 중도층 호감이 46%로 절반에 가깝다는 점은 국민의힘 내에서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의 반영으로 볼 수 있다(비호감 41%). ‘회고적’ 투표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우세한 가운데에서도 ‘전략적’ 투표 불씨가 살아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한동훈 컨벤션 효과가 민주당 우위 구도에 균열을 가져왔다는 점은 신년 여론조사에서 확인되고 있다. TV조선·조선일보-케이스탯리서치, 중앙일보-한국갤럽, 한국일보-한국리서치, 동아일보-리서치앤리서치, KBS-한국리서치, MBC-코리아리서치, SBS-입소스 조사 결과 등에 따르면 정당 지지율, 정당 후보 지지율, 비례대표 정당 지지율 등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오차범위 내 접전 중이다.
이들 중 동아일보-리서치앤리서치는 전체 판세를 좌우할 수 있는 수도권 3곳을 대상으로 해 눈길을 끌고 있다. 총선 D-300 시점인 지난해 6월15일 조사에 비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약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경우 31%에서 35%, 인천도 31%에서 35%로 상승했다. 반면 민주당은 35%에서 34%, 36%에서 35%로 정체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동아일보-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엔 한동훈 대 이재명 중 누가 대통령감에 더 적합한지를 묻는 가상대결이 포함되어 있다. 서울 43%(한동훈)-37%(이재명), 경기 39%-45%, 인천 39%-42% 등으로 나타났다. 2022년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승리한 윤석열 후보가 서울에선 5%포인트 앞섰고, 경기와 인천에서 각각 5%포인트, 2%포인트 뒤진 결과와 비슷하다. 만약 지금 다시 맞붙으면 윤 후보가 패배할 것이란 지지층에게는 위안을 제공할 만한 수치다.
주요 일간지 4개사와 방송 3사 신년 여론조사는 뚜렷한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표 참고). 민주당 입장에선 정권심판론 프레임과 ‘김건희 특검법’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대한 반대 여론 우세를, 국민의힘 입장에선 정당 지지율 접전 양상과 이재명-한동훈 양강 구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 위안거리다.
여당 지지율 상승에도 ‘정부 견제론’ 여전히 우세
결국 한동훈 컨벤션 효과로 국민의힘 지지율이 일부 상승했음에도 지난해 내내 이어진 총선에서의 ‘정부 견제론’ 우세 구도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여당이 정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로까지 좁히며 치고 올라오는 건 민주당이 대안일까에 대한 의구심과 망설임, 여권이 ‘나쁘거나 비도덕적’이란 프레임으로 이재명 대표를 묶어놓는 데 성공한 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년 벽두에 벌어진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앞으로의 총선 여론 흐름을 더욱 요동치게 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은 민주당 우위 구도가 더 단단해지는 방향이 예상된다. 그런 점에서 국민의힘 쪽의 향후 대응과 한 위원장의 분위기 반전 카드가 뭘지가 관심거리다.
9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 판세를 함부로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기득권 유지 및 체제 안정을 지향하는 구심력과 이를 깨고 혁신 및 개혁을 추구하는 원심력이 크게 부딪칠 것이기 때문에 사상 초유의 진영 대결을 전망하는 시각도 있다. 향후 판세 변화와 관련해 원심력에 더 주의를 기울일 때다. 힘의 균형추가 어느 쪽으로 기울고 있는지 관찰·추적하는 것도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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