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7인 인터뷰] 가상자산 광풍의 오늘과 내일을 진단하다
이익이 자신 몫이듯, 손실도 본인 책임…옥석 가려야
2021-06-07 김종일 기자
#1. ‘스톱일론(STOPELON).’ 전기차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가상자산(가상화폐) 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결성한 단체다. 이 단체는 같은 이름의 가상자산까지 출시했다. 실제 머스크는 가상자산 시장을 요동치게 했다. 비트코인으로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발표해 가상자산 투자 열풍을 이끌었지만, 불과 50여 일 만에 결제 중단을 선언해 시장을 발칵 뒤집히게 했다. 이 발언 2시간 만에 세계 가상화폐 시가총액은 400조원 이상 증발했다. 이후에도 그의 말 한마디에 가상자산 가격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2. 0원부터 5억5000만원까지. 비트코인 가격 전망을 다양한 기관에서 내놓은 것인데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한화자산운용은 6월1일 가상자산 정보포털 쟁글과 공동 발표한 ‘비트코인 가치평가’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두 장면은 지금의 가상자산 열풍의 이유와 우려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부자가 될 수도 빈털터리가 될 수도 있다. 한쪽에선 가격 변동성을 우려하지만, 다른 한쪽에선 이게 투자의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된다. 바라보는 시선도 정반대다. 한편에선 가상자산을 블록체인이라는 혁신기술이 담긴 새로운 디지털 화폐이자 미래의 자산이라고 칭송한다. 반면 다른 쪽에선 지금의 가상자산이 ‘화폐’나 ‘자산’을 표방하지만 지불 수단으로도, 가치 저장 수단으로도 너무 불완전하다고 평가절하한다.
문제는 대한민국이 가상자산 광풍의 핵심 진원지라는 사실이다. 현재 우리의 가상자산 투자자는 580만 명(4월 기준, 중복 포함)이 넘는다. 이 중 40%가 올 1분기(1~3월)에 새로 뛰어들었다. 그중 60%가 2030세대다. 거래금액도 가히 놀라울 정도다. 작년 한 해 우리나라 가상자산 시장에서 거래된 총 금액은 357조원이 넘는다. 올해 1~4월 가상자산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22조원 수준이었다. 코스피 시장의 하루 거래액을 훌쩍 뛰어넘는다.
줄 잇는 2030의 ‘코인 열차’ 탑승
그런데 한국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의 90% 이상은 ‘잡코인’이라 불리는 알트코인(비주류 가상자산)이다. 거래 코인 중 3분의 1은 전 세계에서 오로지 한국에서만 거래되는 이른바 ‘김치코인’이다. 시장엔 사기와 불공정 행위도 판친다. 최근엔 피해자 7만 명, 피해액 4조원 규모의 거대한 ‘코인 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세계 어디에도 이런 나라는 없다. 한국의 가상자산 시장이 세계에서 가장 이상하고 기이하며 위험한 시장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시사저널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의 대주주 이정훈 전 빗썸코리아·빗썸홀딩스 이사회 의장의 행적을 끝까지 추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이 논리는 뒤집어보면 한국이 미래로 가는 새로운 디지털 자산 시대를 선도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가상자산을 둘러싼 지금의 각종 사건·사고는 신기술이 정착하는 데 필요한 ‘성장통’이라고 할 수도 있다.
시사저널이 가상자산 전문가 7인 인터뷰를 추진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의 서로 다른 관점을 그대로 담았다. 판단은 투자자와 독자의 몫이다. 분명한 사실은 이익이 자신의 몫이듯, 손실도 누가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누구의 말에도 흔들리지 않을 밝은 눈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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