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열풍, 소비자 보호만큼 산업 발전에도 힘 실어줘야”

[인터뷰] 이종구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 “지금 가상자산은 금융 혁신의 주축”

2021-06-07     구민주 기자
지금 가상자산(가상화폐)은 A부터 Z까지 모호하다. 금융상품으로 인정해야 할지, 규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어느 법을 따라야 할지, 정부와 업계 간 인식 차도 크다. 국내 대표적인 블록체인 단체 한국블록체인협회에선 최근 가상자산 시장만을 위한 근거법 제정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국회에서 발의되는 법안들에 업계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겠다는 게 출범 이유다. TF 단장을 맡은 이종구 자율규제위원장은 “지금 가상자산은 금융 혁신의 주축”이라며 “소비자 보호만큼 산업 활성화에도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구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이종구 제공

가상자산업권법(이하 업권법) TF 안에선 어떤 논의가 이뤄지고 있나.

“아직 논의 초기 단계다. 회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금 국회에 발의돼 있는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검토하려 한다.”

금융위에선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만으로도 시장 대응이 가능하다고 보는데.

“특금법은 특수한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목적으로만 규제를 하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진입 규제나, 소비자 보호 등 특금법에서 커버할 수 없는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담은 법안이 마련돼야 시장이 더 자유롭고 투명해질 수 있다. 지금은 그런 법이 잘 갖춰져 있지 않으니 시세조정 등 문제를 일으켜도 사기죄로 조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법이 잘 갖춰지면 시장이 오히려 제도권 안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 당국의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나.

“블록체인 기술은 키우고 가상자산 시장은 규제하겠다며 주무부처를 나눈 건 회의적이다. 근본적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블록체인 기술과 불가분 관계라고까진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또한 소비자 보호에만 방점이 찍혀 있다. 소비자 보호만큼 4차 산업혁명의 큰 부분인 이 업계를 진흥 발전시키는 일 역시 고민할 필요가 있다.”

가상자산의 내재적 가치를 어떻게 보나.

“가상자산이 이제 시작점이니만큼, 여러 논란이 있고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가상자산이 세계적으로 주요한 트렌드임은 틀림없다. 유럽 선진국들은 이미 가상자산을 금융 혁신의 핵심적인 축이라고 인식하고 진흥시키려 하고 있다. 미국도 연방 차원에서 가상자산을 거래할 수 있는 디지털자산은행을 인가해 주기도 했다. 우리도 이런 세계적인 움직임을 적극 벤치마킹해야 한다.”

시장이 일부 큰손에 의해 요동치는 도박판이 됐다는 비판도 있다.

“어디로 튈지도 모르는 불안과 불확실성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옥석은 자연스럽게 가려질 것이다. 소위 ‘잡코인’은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제대로 된 규제가 마련되면 또 걸러지면서 시장은 계속 정리되고 발전할 것이다.”

블록체인이 더 이상 효용이 없는 기술이며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블록체인 산업 역시 초기 단계다. 인공지능(AI)도 마찬가지다. AI가 앞으로 얼마나 인간을 대체하겠느냐며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듯 블록체인에도 부정적인 시각이 일부 있을 뿐이다. 그러나 실제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으며 시장 잠재력이 크다. 다만 혁명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일어나는 게 아니니 계속 힘을 실어줘야 한다.”

■ 이종구 위원장은 누구?

김앤장 법률사무소 선임미국변호사로 재직하며 2019년부터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로스쿨 박사와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IBK기업은행 리스크관리위원장,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등 공공과 민간을 오가며 핀테크, 금융 규제 등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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