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버블 기억하라…가상자산 옥석 가려 투자해야”

[인터뷰] 권용진 비브릭 전략이사 “거품 꺼진다기보다는 ‘비정상적인 자산시장의 정상화’라고 봐야”

2021-06-07     김종일 기자
디지털 자산운용사 비브릭의 권용진 전략이사는 가상자산에 대해 분명히 가치가 있지만, 현재 이를 측정할 평가 모델이 정립돼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전 세계 수많은 가상자산 중 의미 있는 것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정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현재 100달러에 거래되는 가상자산은 언제든지 1달러가 될 수도, 1만 달러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변동성이 크고 위험한 자산임에 틀림없기에 무조건 여윳돈이나 리스크 분배를 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했다. 또 ‘빚투’는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권용진 비브릭 전략이사ⓒ시사저널 박정훈

가상자산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현 상황을 어떻게 보나.

“현재 가상자산 시장은 닷컴버블 때와 매우 흡사한 상황이다. 시장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기술이 각광받고 이 기술들이 가져올 어마어마한 가치를 모든 기업과 가상자산에 투영하다 보니 시가총액이 막대해진 면이 있다. 하지만 닷컴버블 당시를 되돌아봐야 한다. 결국 아마존·구글·이베이 등의 기업으로 옥석이 가려졌다. 모든 가상자산이 큰 가치를 만들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 세계적으로 많은 사용자가 의미 있게 이용하는 가상자산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정도라고 본다. 다른 가상자산도 크게 성장하고 있지만, 현재의 규모에는 기대감이 반영돼 있다고 생각한다.”

가격이 크게 오른 만큼 거품이 크게 터질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지금과 같은 버블(거품)이 생긴 이유는 코로나19 이후 하락한 화폐가치 때문이다. 향후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에 따라 일부 가상자산에 타격이 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다만 이런 흐름이 가상자산 시장의 종말이라고 보진 않는다. 거품이 꺼진다고 말하기보다는 ‘비정상적인 자산시장의 정상화’라고 보는 게 더 맞다.”

가상자산 투자에서 꼭 주의해야 할 점은 뭘까.

“현재 가상자산을 평가하는 모델이나 기준이 아직 약한 상황이다. 가상자산이 아예 무가치하다고 말하는 경제학자도 많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기보단 평가 기준이 아직 약한 상황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한 부족이 사용하는 언어가 있다고 하자. 수익 모델이 없으니 아예 가치가 없을까? 언어의 가치 평가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문제는 이 가치 평가 모델이 아직 정립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니 얼마든지 가격이 오르거나 떨어질 수 있다. 현재 100달러에 거래되는 가상자산은 언제든지 1달러가 될 수도 있고, 1만 달러가 될 수도 있다. 변동성이 높고 위험한 자산임에 틀림없다. 무조건 여윳돈이나 리스크 분배를 한 투자를 해야 한다. 절대로 빚을 내서 하면 안 된다.”

현장에서 체감하기에 가장 필요한 대책은 무엇이라고 보나.

“사업에 직접적 규제를 하는 것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성장하는 산업에 큰 제동을 걸 수 있다. 이보다는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투자 판단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거나, 이를 판단할 수 있는 감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사업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기는 어렵다. 하지만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하거나, 투자자 공시 없이 추가 발행을 하거나, 우회적으로 수익을 얻는 방식 등은 막아야 한다.” 

■ 권용진 이사는 누구? 

디지털 자산운용사 비브릭의 권용진 전략이사는 미국 카네기멜론대에서 컴퓨터과학과 응용수학을 복수 전공한 후 뉴욕에서 퀀트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다. 퀀트 애널리스트는 뉴스나 소문, 감에 의한 투자가 아닌 데이터와 통계 모델, 알고리즘을 이용해 투자하는 직업이다. 이후 한국으로 건너와 자산운용사를 창업했다. 퀀트 인공지능과 고빈도매매(HFT) 시스템을 대중에게 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인공지능 투자가 퀀트》의 저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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