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받는 대세론] “이낙연의 진짜 대권 상대는 따로 있다”

정세균 총리 행보에 NY 측 바짝 긴장…‘정계 선배’ 정 총리, 당내 기반 탄탄

2020-06-29     송창섭 기자
“결국, 민주당 대권의 진검승부는 NY(이낙연 의원) 대 SK(정세균 총리)가 될 것이다. SK가 코로나 정국을 슬기롭게 잘 대처하면 단번에 대권주자 반열에 오를 수 있다. 오랫동안 원내 활동을 해 당내 지지 세력도 크다. 솔직히 우리가 가장 경계하는 이는 SK다.” 이낙연 의원과 가까운 한 민주당 인사의 말이다. 이 인사의 말에는 긴장감이 배어 있었다. 현재 민주당 대권 구도에서 이 의원은 누가 봐도 독주(獨走) 상태다. 2위인 이재명 경기지사와는 거의 더블스코어 이상 차이가 난다.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전 의원 등도 이 의원을 따라잡기란 여간 힘든 싸움이 아니다. 그러나 NY계가 정작 걱정하는 이는 따로 있다. 바로 현재 내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정세균 총리다. 1950년생인 정 총리는 이 의원보다 호적상 두 살 많다. 두 사람은 닮은꼴도 많다. 무엇보다 둘 다 호남 출신이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으나, 정작 법조인이 아닌 다른 길을 걸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이 의원은 서울대 법대, 정 총리는 고려대 법대 출신이다. DJ(김대중 전 대통령)를 정치적 스승으로 두고 있다는 점도 같다. 정 총리는 1992년 대선에서 패배한 DJ가 이듬해 영국 유학 후 귀국해 세운 아태평화재단 후원회 중앙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정치활동을 본격화했다. 쌍용그룹에서 미국 주재원으로 일하던 정 총리를 눈여겨보고 정계 진출을 권유한 이가 바로 DJ다. 이 의원은 동아일보 기자 시절 동교동계 출입기자로 활동하며 DJ와 정치적 운명을 함께했다. 정계 입문은 1996년 15대 총선(전북 무주·진안·장수) 때 당선된 정 총리가 조금 빨랐다. 이 의원의 정계 입문은 그다음인 16대 총선(전남 함평·영광)에서 이뤄졌다. 정계 입문 후 정 총리는 전북, 이 의원은 전남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발돋움한다. 민간기업에서 활동했다는 이유로 정 총리는 당에서 정책통으로 활동한 반면, 언론인 출신인 이 의원은 공보 분야에서 발군의 능력을 선보인 것도 대비된다. 두 사람의 정치적 운명은 2003년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후 DJ 측근들이 주축을 이뤘던 새천년민주당에서 친노(친노무현)가 떨어져 나와 열린우리당을 만들면서 엇갈렸다. 정 총리는 친노와 함께했고, 이 의원은 친노와 결별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 범진보진영이 대통합민주신당으로 합쳐지면서 다시 만났다. 17~19대 때 같은 정당에서 의원 활동을 한 두 사람은 이 의원이 2014년 7월 전남지사에 당선되면서 다시 헤어졌다. 이후 이 의원은 지방행정에 전념하면서 여의도 정치와는 잠시 거리를 뒀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2018년 5월3일 청와대에서 열린 헌법 기관장 초청 오찬에 참석한 뒤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도 대권 도전 못 할 것 있나요”

그사이 정 총리는 정치권의 블루칩으로 성장했다. 이미 열린우리당 의장을 역임한 그는 2008년 민주당에서 당 대표를 지냈고, 2012년 19대 총선에선 4선을 지낸 고향 전북을 떠나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에 출마해 당선됐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도 서울 종로에서 당선되면서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냈다. 이 때문에 정치권 활동 이력만 놓고 보면 정 총리가 모든 면에서 이 의원보다 한발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친노계가 동교동계와 정치적 결별을 하게 된 열린우리당 분당 이후부터 정 총리는 김원기·임채정 전 국회의장과 함께 현 여권의 정치적 뿌리 역할을 해 왔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 정 총리를 정치적 스승으로 둔 인사들이 꽤 있다. 본인들은 적극 부인하고 있지만 당 안팎에선 이들을 가리켜 ‘SK계’로 분류한다. 정 총리는 당 대표·국회의장·총리 등 대통령을 제외한 요직을 두루 거쳤다. 동료 의원과 국회 출입기자들이 선정하는 ‘백봉신사상’을 12번이나 받을 정도로 여야를 막론하고 신망이 두텁다. 전남지사로 지방행정에 전념했던 이 의원이 정 총리를 앞서기 시작한 것은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에 취임하면서다. 이 의원은 언론인들과의 비공식 만찬 자리에서 “촛불혁명으로 치러진 2017년 5월 장미대선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대선이 치러졌더라도 문재인 정부의 섀도캐비닛(조각 명단)에 ‘초대 총리 0순위 이낙연이 있었다’는 소리를 전해 들은 적이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과의 깊은 신뢰를 과시했다. 이 의원은 총리 취임 이후 곧장 대권주자 반열에 올라, 현재 당내에서 가장 선두권에 있다. 3부 요인에는 먼저 올랐지만, 국회의장으로 활동한 탓에 정 총리의 대중적 이미지는 이 의원에 다소 밀리는 형국이었다. 그러나 올해 초 정 총리가 이 의원 후임으로 국무총리에 오르면서 두 사람 간 경쟁은 재점화됐다. 정가에선 정 총리의 대권 도전 가능성을 높게 본다. 이 때문에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이다. 6월1일 당권 도전을 저울질 중인 김부겸 전 의원을 비롯해 TK(대구·경북) 지역 낙선자들을 세종시 총리공관으로 불러 만찬을 연 것도 화제다. 이튿날에는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전북 지역 의원들과 함께 식사했다. 또 9일에는 민주당 원내대표단 20여 명을 초청해 매실주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민주당 원로 정치인은 “사석에서 정 총리가 우스갯소리로 ‘형님, 저도 (대권 도전을) 못 할 게 있나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면서 “주변 눈치가 보이겠지만, 상황만 만들어지면 대권 도전에 나설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정 총리는 정략적으로 접근하는 사람이 아니다”면서도 “지금 이낙연 의원이 내세우는 국민통합, 안정적 국정 경험이라는 이미지는 정세균 총리와 많은 부분이 겹친다”고 말했다.  

여당 인사들과 교류 쌓으며 대권 도전 시동?

정치권에선 정 총리가 매주 목요일마다 외부 인사들을 총리공관으로 불러 갖는 ‘목요대화’를 대권 도전을 위한 과외수업으로 본다. 이는 총리 시절 이 의원도 외부 인사들과 자주 소통하기 위해 취했던 방식이다. 정 총리는 6월11일 민주당 청년위원장 출신인 장경태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등 청년 국회의원을 포함한 10여 명을 초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 의원에게는 총리 시절 군기반장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대정부질의를 통해 야당의 날 선 공격엔 부드럽게 대처했지만, 정작 자신이 이끈 내각에선 강한 리더십을 선보였다. 전남지사 시절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공직사회에서 이 의원은 후한 평가를 얻지 못하고 있다. 반대로 정 총리에 대한 관가의 평가는 후한 편이다. 최근 한 인사가 주요 회의 때 너무 길게 발언을 해 주변을 불편하게 했는데, 정 총리가 공개적으로 질책하지 않고 따로 편지를 보내 주의를 준 일이 공무원 사회에서 화제가 됐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의 보좌관은 “정 총리를 중심으로 반(反)NY 연대가 구축되는 게 NY계로선 가장 곤혹스러운 구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정 총리 자신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제 머릿속은 코로나 방역과 위기 극복에 대한 걱정과 고민으로 가득 차 있다”면서 “대권이니 당권이니 (저와) 아무런 상관도 없고 관심을 가질 겨를도 없다”고 일단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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