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전사동지회와 화해 등 골자로 한 ‘대국민 공동선언’ 공식 폐기
“당사자주의라는 오만에 빠져…광주시민 모두가 당사자”
특전사동지회와 용서·화합 등의 내용을 담은 일명 ‘대국민 공동선언’을 발표해 광주시민들의 비판을 받았던 5·18 민주화운동 관련 단체들이 “광주시민을 배신했다”면서 공동선언문 폐기를 선언했다.
5·18 부상자회와 공로자회는 11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전동 국립5·18민주묘지 민주의 문 앞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계엄군의 행위는 상부 명령에 따른 정당한 공무수행이었다’는 인식으로 강행한 대국민 공동선언을 공식 폐기한다”고 선언했다.
이어 “진정한 사과와 반성 없는 화해가 어찌 있을 수 있느냐는 질타에도 당사자주의라는 오만과 독선으로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면서 “광주시민 모두 당사자라는 것을 잊었다”고 짚었다.
또한 “결과는 참담했다. 기대했던 (희생자) 암매장에 대한 새로운 고백과 증언은 단 한 건도 없었다”며 “공동선언이 내걸었던 용서와 화해는 내부의 불신과 반목만 증폭시키는 등 치욕적인 선언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들 단체는 “지역 사회와 충분한 논의를 하지 않고 계엄군에게 면죄부를 줬고, 역사를 왜곡했으며, 광주시민을 배반했다”면서 “단체의 어리석은 행동에 깊이 사죄드리며 분골쇄신의 마음으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전 5·18 부상자회, 공로자회와 나머지 오월 단체인 5·18유족회 회원들은 오월 영령들에 참배했다. 사죄의 의미를 담아 세 단체장들이 광주시민들을 향해 무릎 꿇고 사죄하기도 했다.
한편 부상자회와 공로자회는 작년 2월19일 특전사동지회와의 용서 및 화해를 골자로하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투입됐던 계엄군이 벌인 학살을 “군인으로 명령에 의한 공적 직무를 수행한 과정”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같은 행보는 광주 시민들의 즉각적인 반발을 샀다. 광주·전남 시민단체들은 공동선언 폐기를 요구하는 취지로 199개 단체가 연합한 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5·18 단체가 지역 사회와의 논의 없이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