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부 시설 열쇠 무단 복사, 열쇠 출·반입 미기록 등 본지 보도 반박
시사저널 확보한 사진·녹취록 내용 등서 내부 지침 위반 정황 ‘뚜렷’

ⓒ시사저널 기사 갈무리
ⓒ시사저널 기사 갈무리

청주여자교도소 내부 시설을 오갈 때 사용하는 열쇠가 무단 복사됐다는 시사저널의 보도와 관련해, 법무부와 청주여자교도소가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본지는 청주여자교도소 일부 직원들이 수용동과 연결되는 통용문 등 내부 시설에서 사용하는 열쇠를 무단 복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이런 행위는 내부 지침 위반이다. 국가공무원법 위반 소지도 있다(시사저널 9월1일자 「」 기사 참조).

 

법무부·청주여교, 열쇠 무단 복사 의혹에 ‘사실무근’

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지난 9월2일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직원들이 내부 출입용 열쇠를 무단 복사하거나 신발장·사물함 등에 방치 및 수갑 열쇠를 분실한 사건은 확인된 사실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7월 청주여자교도소 열쇠 관리와 관련해 법무부에서도 직접 살펴본 결과 보도 내용과 같은 사실이 없었음을 확인했다”며 “6월12일 열쇠 점검 관련 안내 사항은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통상적인 점검 및 직원 교육으로 열쇠 무단 복사 등 사고 발생으로 인한 후속조치가 아니다”라고 했다.

사건의 중심에 선 청주여자교도소도 해명에 나섰다. 청주여자교도소 측은 지난 9월3일 시사저널에 “보도 내용과 관련해 접수·보고·인지된 내용이 전혀 없다”며 “법무부에서도 우리 기관 열쇠 관리와 관련해 직접 살펴본 결과(2024년 7월) 위 보도 내용과 같은 사실이 없었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지난 6월12일 등 열쇠 점검 관련 안내 사항은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통상적인 점검 및 직원교육으로 위 보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열쇠 무단 복사 등 사고 발생으로 인한 후속조치가 전혀 아니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은 채 제보자 등의 일방적 주장만을 근거로 편파 보도해 교정행정에 대한 국민 신뢰를 저해했다”며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그런데 시사저널이 취재 과정에서 확인한 자료는 이런 해명과 배치된다. 본지는 법무부와 청주여자교도소의 반박이 이어지는 만큼, 직원들의 개인정보 등을 보호하는 선에서 사진과 녹취록과 같은 일부 자료를 공개한다.

 

무단 복사 열쇠엔 ‘직원 사물함 숫자’ 표시

무단 복사된 열쇠와 교정시설이 관리하는 열쇠의 차이는 뚜렷한 편이다. 교정시설의 열쇠는 같은 구역의 열쇠들이 한곳에 담겨 보관·관리된다. 어느 구역의 열쇠인지도 표시돼 있다. 청주여자교도소가 관리하는 열쇠 역시 구역별로 관리되고 있다. 각 열쇠에는 사용되는 구역이 레이블링(꼬리표를 붙이는 것)이 돼 있다. 가령 샤워장을 오갈 때 사용하는 열쇠라면 ‘샤워장’이라는 문구가 열쇠 꾸러미에 함께 표시돼 있다.

무단 복사된 열쇠에는 열쇠를 사용할 수 있는 구역이 표기돼 있지 않다. 대신 열쇠를 복사한 직원의 개인 사물함 번호와 같은 숫자가 스티커로 붙어 있다(사진1). ⓒ시사저널 확보 사진
무단 복사된 열쇠에는 열쇠를 사용할 수 있는 구역이 표기돼 있지 않다. 대신 열쇠를 복사한 직원의 개인 사물함 번호와 같은 숫자가 스티커로 붙어 있다(사진1). ⓒ시사저널 확보 사진

무단 복사된 열쇠에는 이런 표식 자체가 없다. 대신 숫자가 표기된 스티커가 붙어있다. 직원들이 자신의 개인 사물함 번호를 열쇠에 표시해둔 것이다. 쉽게 말해 ‘00번 사물함’을 쓰는 직원이 자신이 복사한 열쇠에 ‘00번’으로 기재했다는 이야기다. 직원들이 각자 배치받은 근무 구역을 오갈 때 사용하는 열쇠를 교정시설 밖 가게에서 복사한 이후, 자신이 사용하는 사물함열쇠에 복사된 열쇠를 함께 넣은 것이다(사진1 참조). 열쇠를 무단 복사한 직원들은 같은 구역을 담당하는 다른 근무자에게도 이런 열쇠를 빌려줬다는 증언도 있다.

직원 A씨가 무단 복사한 열쇠(사진2). ⓒ시사저널 확보 사진
직원 A씨가 무단 복사한 열쇠(사진2). ⓒ시사저널 확보 사진
직원 A씨가 무단 복사한 열쇠를 신발장에 둔 모습(사진2). ⓒ시사저널 확보 사진
직원 A씨가 무단 복사한 열쇠를 신발장에 둔 모습(사진2). ⓒ시사저널 확보 사진
직원 B씨가 자신의 사물함에 무단 복사한 열쇠 꾸러미를 꽂아둔 모습(사진3). ⓒ시사저널 확보 사진
직원 B씨가 자신의 사물함에 무단 복사한 열쇠 꾸러미를 꽂아둔 모습(사진3). ⓒ시사저널 확보 사진

국가보안시설의 열쇠가 무단 복사된 사실만이 문제가 아니다. 열쇠들이 신발장이나 사물함에 방치되는 등 관리 실태도 논란이다. 직원 A씨는 개인적으로 복사한 열쇠를 신발장 위에 두고 다니는 장면이 발견됐다(사진2 참조). B씨는 자신의 사물함(휴대전화 보관함)에 열쇠 꾸러미를 꽂아두기도 했다(사진3 참조). 직원들의 사물함은 직원 휴게실에 있는데, 이곳은 직원 사무실을 청소하는 ‘보안청소 수용자’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곳이다. 자칫 수용자의 손에 열쇠가 들어갈 수도 있었다는 의미다.

청주여자교도소가 지난 6월12일 내부망을 통해 전달한 긴급 공지(사진4). ⓒ시사저널 확보 사진
청주여자교도소가 지난 6월12일 내부망을 통해 전달한 긴급 공지(사진4). ⓒ시사저널 확보 사진
청주여자교도소가 지난 6월13일 내부망을 통해 전달한 긴급 공지(사진5). ⓒ시사저널 확보 사진
청주여자교도소가 지난 6월13일 내부망을 통해 전달한 긴급 공지(사진5). ⓒ시사저널 확보 사진

교도소 직원들 ‘쉬쉬’ 정황도

청주여자교도소도 이런 문제를 인지한 정황은 뚜렷하다. 내부망을 통한 ‘긴급’ 공지뿐 아니라 직원들 간의 대화가 담긴 녹취록에서다. 청주여자교도소가 지난 6월12일 내부망을 통해 “근무자는 구내·외 열쇠를 임의로 복사해 사용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당부한 것이 단적인 예다(사진4 참조). 청주여자교도소는 하루 뒤에도 ‘긴급’이라는 제목의 공지를 띄웠다. 직원들에게 개인 소지 열쇠를 반납하라는 것이 핵심이다(사진5 참조). 시사저널은 “실제로 해당 공지가 나간 이후 한 직원이 무단 복사한 열쇠를 자진 반납했다”는 내부 직원의 증언도 확보했다. 열쇠 등의 문제와 관련해 “확인된 사실이 없다”는 법무부와 청주여자교도소의 해명과 정면 배치되는 부분이다.

직원들 간의 녹취록에서는 이와 관련한 직접적인 내용이 나온다. 열쇠 무단 복사와 미반납 등이 문제임을 알면서도 ‘덮어주기’가 만연한 정황을 엿볼 수 있다.

직원 C씨는 지난 2023년 대화에서 “우리는 서로 (열쇠 미반납, 대장 미기록 등) 그걸 이르지 않잖아. 그냥 ‘내일 (열쇠를) 가지고 와, 잃어버리지 마’ 정도로 하잖아”라고 말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고참들은 (열쇠가 담긴 함을) 그걸 한눈에 보고 빈 것을 보고선 누가 반납을 안 했는지 금방 확인했어야 했다”며 잘못임을 인정했다. C씨는 “‘(열쇠를) 갖고 간 것을 알고 사동에서 수용자 손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에서 잃어버리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알아서 잘 챙겨와’라고 했어야 한다”며 “이를 안 한 것은 우리 과실”이라고도 했다.

청주여자교도소의 관리자급 직원 D씨 역시 지난 2023년 다른 직원과의 통화에서 “우리는 국가공무원으로 국가공무원법에 의해 성실하게 근무해야 한다”며 “교정시설 방호 및 교정관리지침상 열쇠 관리 규정상 근무자들은 열쇠를 받아서 사용하고 반납할 때 기록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규정을 떠나 수용자 손에 열쇠가 들어가면 보안에서 공백이 생기는 허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 그는 “도주의 우려가 있으니 열쇠의 수불과 반납 등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하는 것”이라고 알리기도 했다. 이는 교도소장을 비롯한 관리자급 직원들 역시 열쇠 문제의 중요성을 인지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잘못된 관행을 인정하는 직원들의 이런 발언에도 불구하고, C씨의 설명대로 내부에선 서로의 잘못을 ‘쉬쉬’하는 분위기가 엿보이기도 한다. 직원 E씨는 “지난 2022년 5월경 동료들과의 대화에서 열쇠 복사 문제와 관련해 직원들은 ‘다 동기들이라 괜찮다. 서로 덮어준다. 절대 안 들킨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런 열쇠 무단 복사와 반납 실태 등은 지침 위반이다. 비공개되고 있는 ‘교정시설 방호 및 교정관리지침(법무부훈령 제1143호)’ 등에 따르면, 직원들은 열쇠 관리책임자의 허가를 받아 열쇠를 사용해야 한다. 열쇠가 오가는 수불(受拂), 사용·반납 등의 사항을 교정장비사용감독부(열쇠 출납)에도 기록해야 한다. 청주여자교도소 관리자급 직원인 D씨의 설명대로 이를 위반한 경우 국가공무원법 위반도 적용 가능하다고 법조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