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팬덤, 이재명 대항마, 尹 이탈한 중도·보수층 흡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 이후 침묵을 깨고 정치 무대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전 위원장에 대한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 요구가 지지층으로부터 매우 높게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날짜가 7월23일로 결정되면서 한 전 위원장의 출마도 확실해졌다. 한 전 위원장은 총선 참패 직후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 자리를 내려놓은 후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총선에서 함께했던 당직자들이나 몇몇 의원과 식사 자리를 가졌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뿐 말 그대로 ‘은둔의 시간’이었다.
그렇다고 완전한 침묵은 아니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도서관 열람실을 찾아 책을 읽으며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사인을 해주는 모습이 목격되고 총선 유세 때 즐겨 착용했던 운동화를 신고 골전도 이어폰을 낀 채 공공 도서관을 찾은 모습이 시민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김근식 국민의힘 전 비전전략실장은 “(한동훈 전 위원장이) 오픈된 곳에서 책을 보는 걸 보여주고 싶은 의도하지 않은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출사표에 대해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지만 반발 또한 만만치 않다. 당내에서 한 전 위원장과 가장 크게 대립각을 세운 인물은 이철규 의원이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대해 “검찰 중간간부에 불과하던 사람” “윤석열 대통령과 제일 가까우신 분이고 오랫동안 함께해 왔고 제일 큰 수혜를 받으신 분”이라고 말했다. 당 안팎에 ‘한동훈 대세론’이 형성돼 있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것은 당원들을 모욕하는 말”이라며 “표심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일부 언론에서 몰아가는 하나의 프레임이라 생각하고, 선거의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고 했다.
‘한동훈 대세론’에 대립각 세우는 친윤계
삭제되기는 했지만 ‘진중권 교수, 김경율 전 비대위원, 함운경 국민의힘 마포을 당협위원장, 신지호 전 의원 등이 한 전 위원장의 조언 그룹’이라는 기사가 나오면서 한 전 위원장 주변에 좌파 그룹이 있다는 공격까지 제기됐다. 한 전 위원장과 이름이 거론된 인사들은 즉각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그의 전당대회 등판을 둘러싼 갈등은 점입가경이다.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비롯해 숱한 혼란에도, 그리고 총선 패배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상태임에도 한 전 위원장이 앞으로 한 달여 남은 전당대회의 주요 인물로 우뚝 선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강력한 팬덤 지지층의 존재’다. 정치는 당위가 아니라 현실이다. 아무리 한 전 위원장에 대한 비판론을 제기하더라도 여당 지지층 내에서 한 전 위원장의 위상은 무소불위이고 범접불가다. 윤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총선 패배로 사라지면서 보수의 기대 중심이 한 전 위원장에게로 옮겨갔다.
한국갤럽이 뉴스1 의뢰로 6월14~15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누가 국민의힘 대표가 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국민의힘 지지층 사이에선 한 전 위원장이 다른 주자를 크게 앞섰다.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답한 이들 중 59%는 한 전 위원장을 차기 국민의힘 당대표로 지지한다고 답했다. 2위는 11%를 얻은 원희룡 전 장관이다. 나경원 의원(10%), 안철수 의원(7%), 유승민 의원(6%)이 뒤를 이었다(그림①). 한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를 묻는 질문에도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한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를 ‘좋게 본다’는 응답이 77%에 달했다. ‘좋지 않게 본다’는 응답은 16%에 그쳤다. 바야흐로 한 전 위원장을 지지하는 ‘팬덤 지지층 바람’이 불고 있다. 정치적 현실이다.
두 번째 이유는 ‘이재명 대표라는 대립각’이다. 정치인의 존재는 경쟁자를 통해 구현된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국 정치사에 깊이 각인되는 이유는 라이벌 경쟁을 통해 더 존재감이 커졌던 영향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이길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문재인’이라는 대립각이 있어서였다. 총선 직전에도 그랬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이재명 대표의 숙명적인 정치적 라이벌은 더 이상 윤 대통령이 아니라 한 전 위원장이 되고 있다.
韓, 이재명의 ‘피고인 대통령’ 리스크도 흡수
뉴스1과 한국갤럽의 조사에서 이재명 대표의 당대표직 연임에 대한 찬반 여론이 팽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47%는 ‘좋지 않게 본다’고 답했고, ‘좋게 본다’는 응답은 42%였다. ‘모름 또는 응답거절’은 11%로 집계됐다(그림②). ‘형사사건으로 기소돼 재판받는 피고인이 대통령이 될 경우 재판 진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하는 질문에 응답자 73%는 ‘재판을 계속해야 한다’고 답했다. ‘재판을 중단해야 한다’는 응답은 21%에 그쳤고, ‘모름 또는 응답거절’은 7%로 집계됐다.
한 전 위원장은 4개의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피고인 대통령’의 임기 중단 사태를 이슈화했다. 말하자면 이재명 대표의 재판 리스크에 공감하면서 이 대표의 연임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47%의 지지를 끌어올 인물로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한 전 위원장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마지막으로 한동훈 대세론을 만들고 있는 핵심 변수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거리감’이다. 윤 대통령과 대결 구도를 만들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윤 대통령과 밀착관계도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윤 대통령에게 거부감이 있는 중도층을 흡수하는 데 한 전 위원장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다. 빅데이터를 보더라도 확인되는 내용이다.
빅데이터 심층 분석 도구인 오피니언라이브 캐치애니(CatchAny)로 6월1~18일 기간에 한 전 위원장을 키워드로 빅데이터 연관어를 가장 빈도가 높은 순서대로 도출했다. 한 전 위원장에 대한 빅데이터 연관어는 ‘위원장’ ‘국민의힘’ ‘민주당’ ‘이재명’ ‘정치’ ‘국회’ ‘특검’ ‘국민’ ‘재판’ ‘검찰’ ‘수사’ ‘비상대책위원회’ ‘당원’ ‘윤석열’ ‘조국’ ‘지구당’ ‘최고위원’ ‘형사’ ‘정부’ ‘주자’ ‘더불어민주당’ ‘나경원’ ‘여사’ ‘인사’ ‘야당’ ‘조사’ ‘부지사’ ‘부활’ ‘지지’ ‘대선’ ‘장관’ ‘반대’ ‘헌법’ ‘피고인’ ‘탄핵’ ‘제기’ ‘윤상현’ ‘김건희’ ‘전대’ ‘안철수’ ‘이준석’ ‘페이스’ ‘사법’ ‘북한’ ‘유승민’ ‘수석’ ‘황우여’ ‘유지’ 등으로 나왔다(그림③).
한 전 위원장에 대한 빅데이터 연관어를 보면 윤 대통령은 순서상으로 10위권 내에도 들지 못한다. 그만큼 거리감이 생긴 결과다. 총선 패배에도 솟구친 한동훈 대세론은 ‘현실적인 팬덤 영향력’ ‘이재명 대표와의 대립각’ ‘윤석열 대통령과의 거리감’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수사에 대한 질문 등 한 전 위원장 앞에 놓인 과제는 산더미다.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