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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범죄 발생건수 늘진 않아…공유가 많아졌을 뿐

 

뉴스를 보면 온통 ‘괴물’ 이야기입니다. 수십 명이 보는 앞에서 전 직원의 뺨을 때리고, 닭을 화살로 쏘는 영상 속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모습은 괴물에 가깝습니다. 그의 엽기 행각이 세간에 알려진 건, 서울 강서구 PC방에서 아르바이트생을 칼로 찔러 무참히 살해한 사건이 일어난 지 2주 만이었습니다. 비슷한 시기, 같은 동네 주차장에선 남편이 부인을 살해했습니다. 개별 사건에 대한 공분이 수그러들 여유도 없이 연이어 엽기적이고 잔인한 사건들이 벌어진 겁니다. 그사이 괴물이 가져다 준 충격과 공포는 누적되고 있습니다. 괴물은 왜 생겨났고, 얼마나 많은 걸까요.

 

 

1. 한국인 3분의 1 “불행”

 


 

평범해 보이던 사람도 ‘욱’하면 괴물로 돌변합니다. 문제는 우리사회에서 분노가 일상화됐다는 겁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2015년 4월 우리나라 성인 만 20~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분의 1 정도가 분노·우울·불안 등으로 불행하다고 답했습니다. 그중 42%는 스스로 정신과 상담이 필요한 증상을 겪었다고 응답했고, 11%는 실제 분노조절장애가 의심됐습니다.

 


 

충동을 잘 이기지 못해 병원을 찾는 환자도 늘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습관 및 충동장애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지난 2013년 4934명에서 2017년 5986명으로 4년 만에 21% 넘게 늘어났습니다. 

 

 

2. ‘욱’해서 ‘푹’…분노범죄 35%

 


 

더 심각한 건 분노가 괴물을 만들어낸다는 겁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7년 발생한 주요 범죄(살인․강도․강간․강제추행․절도․폭력) 49만 6000여 사건 중 35%의 동기는 분노(우발적 범죄, 현실 불만)였습니다.

 

특히 살인과 살인미수의 경우, 전체 905건 중 357건이 우발적으로 일어났고, 44건이 현실에 대한 불만 때문에 발생했습니다. 44%에 달합니다. 폭력 사건 역시 전체 36만여 사건 중 13만여 건(37%)이 ‘욱’해서 벌어졌습니다.

 

다만 분노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등의 표현은 맞지 않습니다. 오히려 줄었습니다. 주요범죄 중 분노범죄의 비율은 2013년 41%를 기록한 뒤 꾸준히 줄어들었습니다. 

 

 

3. 한 번 터지면 너도나도 받아쓰기 

 

그러나 체감하긴 다릅니다. 분노범죄가 줄기는커녕 수법이 더 엽기적이고 잔인해진 것 같은데요. 그렇게 느끼는 이유는 수면 위로 드러난 사건이 더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언론보도를 통해 잔혹한 범죄가 가감 없이 전달되는 겁니다.

 


 

가령 양진호 회장의 폭행 영상이 처음 보도된 10월30일 이후 11월12일 현재까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등록된 뉴스는 9800여 건에 달합니다. 트위터에선 3900여 건이 검색됩니다. 강서구 PC방 사건의 경우, 사건이 처음 발생한 10월14일 이후 현재까지 4300여 건의 기사가 등록됐습니다. 트위터엔 3400여 건이 올라왔습니다. 수천 개의 글들이 모두 다른 내용을 담고 있진 않습니다. 이런 사건이 한 번 터지면 온라인 공간은 비슷한 제목, 같은 내용의 글로 도배됩니다.

 

 

4. 지나친 묘사, 모방심리↑ 피로↑

 

문제는 그 글들이 범행을 너무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는 겁니다. 양진호 사건의 경우, 그가 직원의 뺨을 무참히 때리는 영상이 공중파에서조차 그대로 보도됐습니다. 닭의 목을 칼로 내리치는 장면도 그대로 전파됐습니다.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경우, 담당의가 피해자의 상태를 묘사한 글이 화제가 됐습니다. 어디를 얼마만큼 칼로 찔렸는지 상세히 적은 탓에 많은 국민들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 kbs1 캡처


 

이렇게 범죄에 노출되면 모방심리를 자극할 수 있습니다. 2013년 발표된 《미디어의 강력범죄보도가 대중의 인식 및 형사정책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에선 “강력사건 보도의 60%가 가해자의 범행수법을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어 모방범죄의 폐해가 예상된다”고 지적했습니다. 2004년부터 10년간 동아일보․한겨레․한국일보의 강력사건 기사 2058건의 내용을 분석한 결과입니다.

 

이 논문의 저자 세한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이재영 교수는 “미디어가 대중의 범죄 및 형사정책 인식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서 “실제 범죄가 늘어나지 않았는데도 일반 국민의 인식은 부정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이성적으로 고려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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