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탄 수능…전형·난이도·기온 모두 달라
뽀얀 입김이 나올 때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직감합니다. ‘아! 수능 철이구나.’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수능은 1993년 첫 회를 치른 이래 올해로 25주년을 맞았습니다. 횟수로 따지면 27번째입니다.
그사이 수능에 대한 시각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변했습니다. 매년 수능이 끝나면 자살하는 아이들이 나오는 탓에 비판받던 것이, 최근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습니다. 수시 비리가 잇따라 보도되면서 정시를 확대하란 여론이 커졌는데, 그 덕에 정시의 바탕이 되는 수능이 다시 부상한 겁니다. 수능의 25년, 그 굴곡의 역사를 되짚어 봤습니다.
■ 여론 따라 들쑥날쑥…한해살이 수능
수능이 처음 막을 올린 건 1993년 8월20일(1994학년도). 당시엔 수능을 8월과 11월, 두 차례 봤습니다. 과목은 언어, 수리탐구, 외국어(영어) 세 과목 뿐이었고 만점도 200점이었습니다. 이후 수능은 거의 매년 달라졌습니다. 1994학년도부터 수능이 연 1회로 축소됐고, 1997학년도부터는 만점이 400점으로 확대돼 변별력이 커졌습니다.
수능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해는 2007년(2008학년도)입니다. 당시 학생부 위주 전형을 늘리고 수능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성적표에 등급만 남기고 표준 점수나 백분위는 기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변별력이 너무 없어졌다는 비판을 받고 이듬해 곧바로 폐지됐습니다.
이제 눈여겨 봐야할 건 ‘절대평가’입니다. 이미 2017학년도부터는 한국사가, 2018학년도부터는 영어영역이 절대평가로 치러졌습니다. 교육부는 이렇듯 수능의 절대평가 비중을 점차 늘리려 했지만,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주춤한 모양새입니다. 지난 8월 2022학년도 대입개편안을 발표할 때 교육부는 “수능 절대평가 전환은 상당히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 난이도 조절 실패, 롤러코스터 성적
수능의 난이도 역시 들쑥날쑥이었습니다. 최악의 ‘불수능’이라 불렸던 해는 1997학년도, ‘물수능’이라 불린 해는 2001학년도였습니다. 1997학년도에 만점자는 한 명도 없었던 반면, 2001학년도에는 66명이나 됐습니다. 이듬해부터는 또 다시 만점자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최초의 만점자는 1999학년도 수능을 치른 한성과학고등학교 오승은씨였습니다. 그는 당시 최고 인기를 누리던 아이돌 그룹 H.O.T를 몰랐다는 말을 남긴 걸로 유명합니다.
■ 수능일 평균기온 7도
기온도 천차만별입니다. 서울을 기준으로 가장 추웠던 날은 1999년 11월18일(1999학년도)로, 영하 5.3도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2003년 11월5일에 치른 2004학년도 수능의 최고 기온은 19.8도에 달했습니다. 하루 평균 기온은 최저 영하 3도를 기록한 날부터 최고 14.5도를 기록한 날 까지 편차가 큰 편입니다. 여름에 치른 날을 제외하면, 26차례 수능일의 평균 기온은 7.5도였습니다.
■ 매년 수능 비관 자살 보도
수능에 ‘자살’이란 꼬리표는 첫 해부터 따라 붙었습니다. 1993년 11월23일 서울 관악구에서 수능 성적을 비관한 학생 한 명이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져 숨졌습니다. 이듬해에도, 그 다음 해에도 최소 한 명 이상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학생들의 사례가 보도됐습니다.
2012년부터 5년간 성적비관이나 가정불화 등을 이유로 극단적 선택을 한 학생은 581명에 달합니다.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이 지난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그중 고등학생이 404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시험 한 번으로 대학 입시를 결정하는 정시 제도는 결코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수시 전형 역시 불공정하단 비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어느 편이 나은가와 관련한 논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사이 묵묵히 공부하는 수험생들 속만 타들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