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들은 가장 반가운 뉴스는 우리나라 출산율이 약간이나마 반등했다는 소식이다. 우리나라의 지난 4월 출생아 숫자는 1년 전에 비해 2.8%(521명) 늘어난 1만9049명이었다. 대부분 이 뉴스를 작년 4월 출생아 숫자가 전년 동기 대비 12%나 급감한 데 따른 반사효과로 해석하지만, 그게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결혼하는 젊은이가 요즘 꽤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인구구조가 좀 바뀌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평균 초혼 연령은 32.7세인데 새로 32세가 되는 젊은이들 숫자가 얼마 전부터 제법 늘어나기 시작했다. 새로 32세가 된 젊은이들이 작년에는 68만 명이었는데 올해는 8.4% 늘어난 74만 명이나 된다. 1991년부터 출생아 숫자가 그만큼 늘어난 덕분이다. 내년에는 그 숫자가 75만3000명이 되고 2026년에는 새로 32세가 되는 젊은이가 74만3000명이 된다. 새로 32세가 되는 젊은이 숫자는 그 이후로 2030년까지 70만 명대를 유지하게 되는데 그 말은 올해부터 우리나라는 7년간의 짧은 ‘결혼적령기 인구 호황’을 맞게 된다는 의미다(아쉽게도 그 이후로는 다시 그 숫자가 급격히 감소한다).
몇 가지 궁금한 점이 생긴다. 1991년부터 1997년까지 아기들이 갑자기 많이 태어났던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이 시기의 우리나라가 경험했던 경제 환경 때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1990년부터 1997년까지 우리나라의 집값이 거의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황이어서 집값이 안 오른 게 아니다. 노태우 정부의 주택 200만 호 건설계획에 따라 수도권의 1기 신도시들과 지방의 신도시급 주택단지들이 쏟아진 게 바로 이 시기다.
우리에게 주는 몇 가지 시사점이 있다. 첫째, 앞으로 몇 년간은 출생아 숫자는 좀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합계출산율은 여전히 바닥권일 것이다. 출산율은 아이를 낳을 확률이지 아이의 숫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집값이 위로 들썩일 가능성이 꽤 있다. 전월세 수요든 자가 수요든 수요 자체가 몇 년간은 더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대비해야 한다. 1990년대에 고맙게도 많이 태어나준 아이들이 결혼하고 집을 마련하게 될 시기인 요즘 다시 집값이 들썩이고 전월세가 오른다면 오랜만에 찾아온 인구 회복 기회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셋째, 늘어나는 주택 수요층 중에는 특히 1인 가구가 더 많을 것이다. 역시 대비해야 한다. 아이들이 갑자기 더 많이 태어난 1990년대의 출산 호황기 당시의 성비(여자아기 100명당 남자아기 숫자)는 그 이전 시기보다 더 높은 115 전후라서 그렇다. 남자아이들이 유독 더 많이 태어났기 때문에 결혼하지 못하고 혼자 사는 청년 1인 가구는 그 이전보다 더 많을 것이다. 불균형한 성비는 결혼하는 커플 숫자가 크게 늘지는 못할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게 한다. 고령화로 인해 늘어나는 노령인구까지 감안하면 앞으로는 1인 가구가 빠르게 늘어날 것이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독신가구는 작년 말 현재 전체 가구의 33%에서 2030년에는 36%로 늘어나게 된다. 우리나라의 1인 가구 증가 속도는 늘 예상을 뛰어넘는 중이다.
넷째, 갑자기 늘어난 30대 인구는 1990년대의 200만 호 주택 공급 정책 덕분이다. 주택의 충분한 공급과 그에 따른 안정적인 집값이 출산율에 얼마나 긍정적으로 작용하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는 대목이다. 매년 태어나는 아기들의 숫자는 1990년대말 외환위기 이후에 단 한 번도 반등하지 못하고 계속 추락하고 있다. 아기를 낳으면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도 새로 결혼하는 청년들 숫자가 어느 정도 있어야 작동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올해부터 2030년까지의 몇 년간이 우리나라 인구구조를 개선할 거의 마지막 기회일 것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