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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 줄었는데 용역 지급액은 66% 급증
‘가족회사’ 향한 높은 용역비 및 고배당이 발목 잡나

국세청이 국내 대표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BBQ그룹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국세청은 제너시스BBQ그룹의 내부거래, 고가 거래, 통행세 등 부당 지원에 대해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조사 착수 시점이 최근 단행한 가격 인상 시기와 맞물렸다는 점에서, 이와 관련한 불공정행위에 따른 탈세 혐의 입증이 중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더해 윤홍근 제너시스BBQ그룹 회장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제너시스로 조사가 확대될 경우 오너 일가의 사익편취 의혹으로까지 번질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세청이 제너시스BBQ그룹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연합뉴스
국세청이 제너시스BBQ그룹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연합뉴스

‘기업 저승사자’ 서울청 조사4국이 나서

6월27일 세정 당국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6월초 서울 송파구 제너시스BBQ 본사에 조사원들을 파견해 세무조사에 필요한 세무·회계 자료들을 확보했다. ‘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는 조사4국은 비자금 조성이나 탈세 등 혐의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부서다. 비정기 세무조사를 담당하는 조사4국이 나섰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가 특별 세무조사 성격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세청은 “개별 세무조사 여부에 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국세청은 제너시스BBQ그룹의 내부거래, 고가 거래, 통행세 등 부당 거래 정황을 놓고 조사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확인 결과 BBQ제너시스 내부거래는 상당히 활발한 상태다. BBQ를 운영하는 BBQ제너시스는 HY인터내셔널 등 5개 자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BBQ제너시스는 이들 자회사와 공동 매입 등의 거래를 통해 매출을 내고 있다. 이렇게 발생한 수익은 지주사 역할을 하는 제너시스로 용역 매출 명목으로 이동하고 있다.

제너시스는 윤홍근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가족기업으로 BBQ제너시스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제너시스가 BBQ제너시스를 통해 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제너시스의 지분은 윤 회장의 아들인 혜웅씨와 딸 경원씨가 각각 62.62%와 31.92%를, 윤 회장이 5.46%를 갖고 있다.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BBQ제너시스가 제너시스에 지급한 용역매출 규모다. 지난해 제너시스의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경영 컨설팅 명목으로 자회사로부터 받은 용역매출 225억원 가운데 78%에 해당하는 176억원이 BBQ제너시스와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BBQ제너시스의 매출은 473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약 13%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전년(641억원)보다 14% 감소한 554억원을 나타냈다. 영업이익 감소에도 BBQ제너시스는 그해 영업이익(554억원)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주사에 지급한 셈이다.

증가 폭도 컸다. 2021년과 2022년 제너시스가 BBQ제너시스로부터 벌어들인 용역매출은 각각 103억원, 106억원 등으로 100억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해(176억원)엔 전년 대비 66% 증가했다. 덕분에 제너시스의 지난해 전체 용역매출도 2022년(135억원)보다 66%나 뛰었다.

BBQ제너시스에 이어 용역매출 비중이 높은 HY인터내셔널의 경우 전년 대비 105% 증가하기도 했다. 육계를 계약·가공하고 올리브유를 제조·판매하는 HY인터내셔널로부터 제너시스가 거둬들인 용역매출은 2021년 16억원, 2022년 17억원에서 지난해 35억원으로 올랐다. 아울러 제너시스의 종속기업 8곳 가운데 유일하게 감소한 1곳(지엔에스디자인앤시스템)을 제외한 나머지 7곳의 전년 대비 용역매출 증가율은 평균 약 112%에 달했다. 내부거래가 1년 새 폭증했다는 의미다.

BBQ제너시스가 고배당을 단행한 부분도 국세청이 들여다볼 가능성이 있다. 제너시스BBQ는 2022년과 2023년 제너시스에 각각 447억원과 693억원 등 1141억원 규모의 중간 배당을 집행했다. 이는 제너시스BBQ의 최근 2년간 당기순이익 1102억원(2022년 755억원, 2023년 347억원)보다 많은 금액이다. 제너시스가 윤 회장의 가족회사라는 점에서 고스란히 오너 일가의 재산 증식에 도움을 준 셈이다. 다만 제너시스는 오너 일가에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은 상태다.

통행세 관련 의혹에 관한 조사 여부도 관심사다. 특히 최근 가격 인상 근거로 내세운 원·부자재 가격 상승의 적정성 여부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이 2022년 4월 제너시스BBQ 치킨연금 행복전달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이 2022년 4월 제너시스BBQ 치킨연금 행복전달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10개 제품 중 23개 가격 3000원씩 올려

BBQ는 제품 가격 인상과 동시에 가맹점에 납품하는 닭값을 마리당 200원가량 올렸다. 올리브유, 해바라기유 등이 혼합된 ‘블렌딩 올리브유’ 15리터 가격은 기존 16만원에서 17만5000원으로 인상됐다. 부가세를 포함하면 19만원 수준이다. BBQ는 수입가격 인상 폭보다 크지만 가맹점 부담을 덜기 위해 인상 폭을 줄였다는 입장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가맹점들이 부담해야 할 몫은 커진 셈이다.

생닭과 올리브유를 가맹점에 공급하는 곳은 BBQ제너시스가 지분 100%를 보유한 HY인터내셔널이다. 과거 윤 회장 아들의 소유였던 이 회사는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불거지자 BBQ제너시스가 자회사로 편입했다. 가격 인상과 함께 가맹점 공급가도 올리면서 HY인터내셔널 매출 증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세무조사 착수와 가격 인상이 겹치면서 논란이 증폭되는 형국이다. BBQ는 앞서 6월4일 110개 전체 제품 중 23개 가격을 3000원씩 올렸다. 평균 6.3%의 인상률이다. 

BBQ는 인상안을 발표하며 “원·부재료 가격과 최저임금, 임차료, 가스비 등 유틸리티 비용 상승으로 가맹점들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수익성이 악화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품 가격 인상 효과는 본사보다 대부분 가맹점에 간다”고 덧붙였다.

이번 인상에 대해 5월30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주요 원재료인 닭 시세는 하락하고 있는데, 기타 원·부재료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한다는 것은 업체의 이익만을 극대화하려는 이기적인 발상”이라며 “최근 상승한 올리브유 가격 또한 가맹점에 인상 부담을 일부 전가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협의회에 따르면, 한국육계협회의 육계 시세(9~10호)는 지난해 평균 4430원에서 올 상반기(1~5월)에 3771원으로 평균 14.4% 하락했다. 가맹점의 수익성 향상을 위한 가격 인상이 맞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BBQ 측은 국세청 세무조사 착수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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