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3 與 전당대회, ‘한동훈 대세론’에 원희룡·나경원 도전장
尹-韓, 총선 후 첫 통화…관계 개선 시도하며 ‘약점 해소’ 나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 후 두 달여 만에 여의도로 복귀한다. 한 전 위원장은 6월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 선언을 한 후 본격 경선 준비에 돌입할 계획이다. 한 전 위원장 측은 ‘선거 명당’이라 불리는 국회 앞 대산빌딩 4층에 사무실을 계약하고 입주 준비에 착수했다. 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이 거쳐간 곳이다.
‘한동훈의 사람들’ 윤곽도 드러나고 있다. 러닝메이트로 뛸 최고위원으로는 ‘한동훈 비대위’ 출신 장동혁·박정훈 의원 출마가 거론된다. 친한계는 안정적인 지도체제 구축을 위해 최고위원 9인 중 과반(5인)을 우군으로 채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표 자신과 지명직 최고위원을 제외하면 최소 3명 이상의 선출직 최고위원이 당선돼야 한다. 윤 대통령의 핵심 참모이자 검찰라인으로 꼽혀온 주진우 의원이 한 전 위원장을 물밑에서 돕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윤-한’ 양측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관건은 국민의힘 재건과 용산 2중대 탈피
관건은 메시지다. 총선 참패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그가 재등판하며 내놓을 첫 메시지에 온 정치권의 신경이 쏠려 있다. 총선 때와 마찬가지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대척점만을 강조하는 것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부담은 적고, 예상은 되고, 무엇보다 민심이 제일 바라는 메시지로는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한 전 위원장 측은 ‘국민의힘 재건’에 방점을 찍는, 좀 더 강력한 메시지를 준비 중이다. 전문가들은 역대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차별화가 돌아선 중도·보수층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한 전 위원장은 정치 일선 복귀와 동시에 자신을 향한 수많은 질문과 요구에 대한 답을 내놔야 한다. 우선은 명분이다. 총선 패배로 물러났지만 쪼그라든 국민의힘을 일으킬 적임자가 자신이라고 설득할 수 있는 메시지가 필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용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의 관계 재설정이다. ‘용산 2중대’를 벗어나 대통령실에 민심을 제대로 전달할 의지가 있는지가 전당대회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 위원장은 총선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의혹과 관련해 ‘국민 눈높이’를 언급했다가 대통령 측으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을 만큼 윤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충남 화재 현장을 찾은 대통령을 향한 ‘90도 인사’로 갈등은 순식간에 봉합됐지만, 개선되지 못한 당정 관계는 결국 총선 참패를 낳았다.
‘이재명 때리기’만으로는 울림과 감동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 전 위원장은 민주당이 내세운 ‘정권 심판론’에 맞서 ‘이재명(야당) 심판론’을 내세웠다가 결과적으로 ‘윤석열 vs 이재명’이라는 대리전, 즉 대선 연장전이라는 구도에 갇혀 오히려 정권 심판론이라는 프레임을 더 굳어지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또 한 번 자신을 앞세운 선거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정치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한 전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한 국민의힘 인사는 한 전 위원장의 출마 선언과 관련해 “전당대회에 출마하며 (첫 메시지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 “(윤석열 대통령과의 차별화가) 당연한 것이고, 대립하지 않으면서 차별화하는 고차방정식을 풀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이 ‘대권 도전’ 등 산적한 질문에 답할지도 관심이다. 앞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한 전 위원장을 향해 “우리 당은 대선 1년6개월 전부터 당권·대권을 분리하도록 돼있다”며 “2027년 대통령선거에는 나가지 않고 임기를 채울 생각이냐, 아니면 대선 1년6개월 남은 시점에 당대표를 그만둘 생각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SBS 라디오에 출연해 “(한 전 위원장이) 출마를 하시게 된다면 세 가지를 말씀하셔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지난 총선 참패에 대한 성찰의 결과, 앞으로 당을 어떻게 개혁하겠다는 개혁 방향,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여당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를 물었다.
채 상병·김건희 특검 입장에 주목
특히 한 전 위원장은 국민 관심사가 큰 채 상병 특검법이나 김 여사 특검법 등에 대한 답변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때 ‘친한’(친한동훈계)으로 분류됐으나 최근에는 ‘친윤’(친윤석열계)으로 불리는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도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 예정이냐, 지금 현안인 각종 특검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답변을 보고 우리 당원들이 판단하지 않을까”라며 “(대답)하고 싶지 않은 질문, 잘 모르는 질문에 대해서도 반드시 답변해야 될 책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이 국회 소통관을 출마 선언 장소로 정한 것은 ‘원외 대표’라는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위원장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소통관은 국회 출입기자들이 상주하는 곳으로, 정치인들이 어떤 결단을 전하거나 정치적 주장 등을 전할 때 이곳의 기자회견장을 이용한다. 한 전 위원장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 시절 기자들과의 소통이 원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눈앞에 쌓인 질문들에 명쾌한 답변을 내놓기 위한 장소로 소통에 가장 적합한 곳을 지목했을 수 있다. 그는 총선 정국에서도 불출마 선언이나 정치 개혁 등 깜짝 발언을 꺼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어깨동무했던 한동훈·원희룡, 이젠 경쟁자로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친윤 vs 친한’ 구도로 치러질 공산이 크다. 친윤계 지원을 받아 한 전 위원장의 ‘대항마’로 당권 도전에 나서는 후보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될 전망이다. 원 전 장관은 6월20일 국민의힘 차기 대표 경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언론에 보낸 입장문에서 “전당대회 출마를 결심했다”고 알렸다. 당원 투표 비율이 80%로 압도적인 만큼 친윤계의 지지와 그들이 가진 전국적 조직력을 무시할 수 없다. 친윤계 의원들은 지난 전대에서 나경원 의원, 안철수 의원의 불출마를 압박하고 김기현 전 대표를 적극 지원한 바 있다. 이번 전대 출마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나 의원이 친윤계 지원을 받을 것이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를 부인한 것을 보면 친윤계의 통일된 전폭적인 지원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위원장에 대한 친윤계 의원들의 견제는 일찌감치 시작됐다. 친윤 핵심인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6월17일 오전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이라는 여론과 관련해 “당원의 의사결정권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친한계 핵심인 장동혁 원내수석대변인은 “전당대회에서 한 전 위원장이 후보로 나왔을 때 한 전 위원장을 지지한 당원들을 모욕하는 말씀 아닌가 싶다”고 맞받아쳤다.
이어 한 전 위원장 측근 그룹의 정체성을 놓고도 맞붙으며 신경전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이철규 의원은 6월1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전 위원장의 정무 조언 그룹에 김경율·함운경·신지호·진중권 등 인사들이 포함됐다는 언론보도를 언급하며 “당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분들, 공감하기 어려운 분들”이라고 말했다. 과거 진보·운동권 세력에 몸담았던 인물들이 한 전 위원장 주변에 포진해 있다는 점을 부각해 한 전 위원장에 대한 견제에 나선 것으로 해석됐다. 이 기사는 ‘사실과 다르다’는 한 전 위원장의 강력한 항의를 받고 보도 당일인 6월14일 삭제된 상태다. 한 전 위원장은 언론에 메시지를 추가로 보내 “기사는 전혀 사실이 아니므로 삭제됐고 오보에 대한 사과도 받았다”며 “삭제된 기사를 근거로 일부 인사가 왜곡된 발언을 하고 있으므로 보도에 유의해 달라”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장동혁 의원도 이와 관련해 “보수의 적극 지지층을 한 전 위원장으로부터 갈라놓겠다고 하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친윤계가 문제 삼는 김경율 전 비대위원을 당에 영입한 연결고리가 이철규 의원이었는지, 한 전 위원장이었지를 두고도 양측은 진실 공방을 주고받았다.
정치권에서는 한 전 위원장이 주류 세력을 분리해 ‘친한’이라는 독자적인 세력 기반을 다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한 전 위원장으로서는 2026년 있을 지방선거에서 정부와 연합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이번 전당대회만큼은 대통령과의 차별화로 승부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10주째 30% 초반대(리얼미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니만큼, 돌아선 중도·보수층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가 ‘보수 혁신’과 ‘중도 확장’에 방점을 찍고 당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 전 위원장이 출마 회견을 하는 6월23일을 기점으로 한 전 위원장 대세론을 굳히려는 친한계와 원 전 장관을 대항마로 세운 친윤계의 충돌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에서는 결선투표가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차 투표에서 나 의원과 원 전 장관이 ‘느슨한 연대’를 통해 ‘반(反)한동훈’ 전선을 넓혀 한 전 위원장의 과반 득표를 저지하고, 이후 결선투표에서 ‘한동훈 대 반(反)한동훈’이라는 1대1 구도를 만들어 한 전 위원장의 당대표 선출을 저지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제기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