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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지지율 추락…정책 기대감·위기대처능력·실행력·매력이 없는 ‘4無’ 탓에 위기 맞아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이 연일 최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6월10일 발표된 일본 공영방송 NHK의 여론조사(조사기간 6월7~9일)에 의하면,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21%로 2021년 10월 정권 발족 이후 다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유사한 시기(6월7~10일)에 실시된 지지통신의 여론조사에서는 16.4%를 기록했다. 2012년 12월 민주당 내각으로부터 정권을 되찾은 자민당 아베 2차 내각 이후 가장 낮은 내각 지지율을 보인 것이다. 오는 9월이면 임기를 다하는 기시다 내각이 연일 ‘지지율 초저공비행’을 하고 있는 셈이다. 기시다 내각 지지율 하락의 원인은 무엇이고, 앞으로의 향방은 어떻게 될까.

기시다 내각이 발족된 2021년 10월 이후 지지율이 크게 하락했던 시점의 주요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①2022년 7월 아베 전 총리의 총격 사망 이후 논란 속에 강행한 국장(國葬)과 이후 불거진 통일교 문제에 대한 대처 미흡이다. 다음은 ②2023년 여름 마이넘버카드(일본판 주민등록증) 도입 과정에서 나타난 혼란과 대처 미흡이고, 마지막은 ③2023년 말부터 제기된 자민당의 정치자금 문제에 대한 대처 미흡 등이다. 

여기에 내각 인사 실패, 총리 장남의 파티 개최 등 공관의 사적 이용 등의 문제들도 겹쳤다.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국민 생활과 가장 밀접한 물가 상승(일본의 물가상승률은 거의 매달 전년 대비 3%에 달하고, 실질임금은 18개월 연속 마이너스)에 대해 정부가 내놓는 정책들이 여론의 지지와 공감을 얻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시다 내각에 대한 정책 기대감이 낮고, 기시다 총리 개인에 대해서는 실행력이 낮으며, 위기 대처능력이 없으며, 지도자로서의 매력도 없다고 인식된다는 점이다. 

최근 지지율 추락 위기를 겪고 있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EPA 연합
최근 지지율 추락 위기를 겪고 있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EPA 연합

통일교·정치자금 문제 대응 잘못도 커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낮은 지지율 속에서도 기시다 내각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의 정치체제는 대통령제인 한국과 달리 총리의 임기가 보장되지 않는다. 따라서 내각 지지율이 하락할 때면 항상 ‘총리 프리미엄(내각 지지율에서 정당 지지율을 뺀 값으로 총리의 인기 정도를 나타냄)’ ‘아오키 법칙(내각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의 합계 50%를 기준으로 정권의 붕괴 여부를 가늠)’ 등이 제시된다. 그런데 이미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이 연일 하락하며 ‘총리 프리미엄’도 사라지고, ‘아오키 법칙’도 깨진 지 오래다. 사실상 이미 교체되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최악의 지지율 속에서 기시다 내각은 어떻게 지속되고 있는 것일까? 

첫째, ‘포스트 기시다’의 부재다. 자민당은 아베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한 1강 체제 속에서 강력한 아베 총리를 이을 ‘포스트 아베’를 양성하지 못했고, 이 현상이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아베 총리 이후에 정권을 이은 스가 전 총리, 기시다 현 총리도 아베 총리의 지지 속에 탄생했으나 아베 총리보다 강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현재까지도 그를 대신할 인물이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 

여론의 지지를 받는 이시바 시게루, 고노 다로, 고이즈미 신지로 등은 자민당 내부의 지지가 높은 상황은 아니어서 자민당 총재로 당선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결국 강력한 ‘포스트 아베’ ‘포스트 기시다’가 없는 상황에서 누가 등장하더라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무력감이 역설적으로 현재의 기시다 내각을 지속하게 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둘째, 자민당 파벌 해산에 따른 역설이다. 파벌은 일본 정치(좀 더 정확히는 자민당 정치)의 기반이었고, 내각 교체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어느 파벌에서 얼마의 지지를 얻는가에 따라 자민당의 당수(총재)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치자금 문제로 대다수 파벌이 해산된 상황에서 파벌을 중심으로 한 기존 정치셈법이 작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파벌이 만들어온 일본 총리가 파벌이 사라지면서 현 상황을 유지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셋째, 시기의 문제도 있다. 2021년 10월 치러진 중의원 선거로 중의원 임기(4년)는 2025년 10월 만료된다. 다만 총리는 중의원 해산권을 갖고 있어 자신과 소속 정당에 가장 유리한 시점에 중의원을 해산하고, 선거를 치를 수 있다. 하지만 현 상황은 기시다 총리에게도, 정치자금법 문제로 비난받는 자민당에도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 중의원 임기도 아직 1년 이상 남아있어 중의원을 해산하고, 선거를 치를 명분도, 이유도 크지 않다. 총리가 자신의 임기만을 고려해 중의원 해산을 강행할 경우 자신을 뒷받침하는 자민당으로부터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오히려 높은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기시다 내각은 연일 하락하는 지지율 속에서도 유지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왼쪽),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오른쪽)가 5월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8차 한·일·중 비즈니스 서밋에서 3국 경제단체장의 보고를 들은 후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왼쪽),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오른쪽)가 5월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8차 한·일·중 비즈니스 서밋에서 3국 경제단체장의 보고를 들은 후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해체된 파벌 정치가 기시다를 살린다?

기시다 총리의 임기(정확히는 자민당 총재로서의 임기 3년)는 오는 9월까지로 향후 3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해볼 수 있다. 첫째, 기시다 총리가 9월까지 임기를 마치며 연임 없이 퇴진하고, 새로운 자민당 총재(새로운 총리)가 등장하는 시나리오다. 둘째, 총리 자신과 자민당에 가장 유리한 순간에 중의원을 해산하고, 자신의 이름을 건 자민당과 선거를 치른 후 연임하는 시나리오다. 셋째, 포스트 기시다를 찾지 못한 채 기시다 총리가 연임하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 적어도 2025년 10월 중의원 임기 만료 전까지 함께하며 중의원 해산과 재선을 모색할 수 있다. 

낮은 지지율 속에 일본 국민으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는 기시다 총리지만, 한일 관계에서 기시다 내각의 지속은 한국에 나쁜 상황은 아니다. 물론 그간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기시다 총리의 행보가 한국인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적극적으로 나섰다고도 볼 수 없다. 하지만 포스트 기시다로 기대되는 인물들에 비하면 한일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점은 자명하다. 무엇보다도 한국인들을 자극하는 부적절한 발언이나 행동을 하지 않는 점도 한일 관계에는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나 현재의 기시다 내각은 국내적으로 안정적인 기반을 갖추고 있지 않다. 지속된다 하더라도, 약체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정치 변동 상황을 지속 관찰하며 한일 관계를 다져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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