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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약을 하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는 A
직장 다니면서 다른 중독자의 회복 돕는 C
주변에 동료·전문가 있고 없고 차이가 둘의 처지 갈랐다

마약 사용으로 집행유예를 받았던 대학생 A가 연락을 해왔다. 요즘 너무 약 생각이 나고 갈망이 심해 하루에도 몇 번씩 다시 약을 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심지어 밤에는 마약 하는 꿈을 꾸다가 스스로 놀라 깨어나기도 하는데, 자신이 언제까지 참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수용자가 작성한 회복일지 ⓒ시사저널 박정훈
수용자가 작성한 회복일지 ⓒ시사저널 박정훈

치료·재활 인프라가 지역사회에 확대되어야

해외에서 오랫동안 지낸 A는 마약에 호의적인 주변 지인이 많기에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약을 구하기가 어렵지 않다. 또한 정신과에서 수면제와 항불안제를 처방받고 있지만, 대체 약물로 사용하고 있는 수준이다. 이에 몇 차례 병원치료를 권해 보았지만, 주변에 마약전문병원이 없다는 것이 치료를 받지 않는 이유였고, 그나마 얼마 전에는 NA(Narcotics Anonymous·약물 자조모임)에 참석했지만 본인과는 잘 맞지 않는다고 했다.

A는 마약을 끊는 것이 자신의 의지만으로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개인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상담사를 연결해 달라는 것이 필자와의 전화통화 요지였다. 마약중독 관련 상담이 가능한 상담사 연락처를 건네면서도 더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으로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답답했다.

20대부터 마약에 손을 댄 C는 몇 차례 구치소를 가고, 자살 시도까지 했지만 지금은 수년간 회복 중인 마약중독자다. C는 과거 정신병원에 입원하거나 법적 처벌을 받으면서 단약을 결심했지만 매번 실패를 경험했다. 이에 가족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중독재활시설에 입소했고, 1년 넘게 버티면서 단약을 이어갔다. 그곳의 규칙에 따라 병원치료를 지속적으로 받고, NA에 참석하면서 회복에 초점을 둔 사람들과 연결되었고, 다양한 전문가를 만나면서 새로운 지지 체계를 만들어갈 수 있었다.

다시 마약에 손을 대는 동료를 보면 타산지석으로 삼았고, 회복을 유지하는 동료나 전문가와의 연계는 노둣돌로 삼았다. C는 현재 일반 직장에 다니면서 매주 NA에도 열심히 참석한다. 이 모임을 통해 자신의 회복을 관리하고 다른 사람들의 회복을 돕고 있다. 일상에서 스트레스가 많고 힘들 때 예전의 부정적 패턴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러한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누군가에게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힘이 생겼다는 것이 예전과 달라진 점이다.

위의 A와 C는 필자가 수년 동안 만나온 마약중독자들이다. 두 명 모두 마약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의지가 강하고, C도 오랫동안 A와 비슷한 과정을 반복해 왔지만 지금 둘의 처지나 형편은 이렇듯 너무나도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A에게는 주변에 자신의 회복을 돕는 동료나 전문가가 거의 없지만, C에게는 자신의 회복을 돕는 동료 및 전문가와의 연대가 중독에서 회복 과정으로 옮겨가는 전환점이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마약중독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절대적인 한 가지 치료 방법은 없지만, 적어도 자신의 회복에 관심을 가진 누군가와 연결되는 것이 그들의 재발을 막고 사회에 복귀하는 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된다는 것을 필자는 수년간의 경험을 통해 체감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중독자들이 자신의 마약 문제를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실제적인 도움을 받을 만한 치료·재활 인프라가 지역사회에 확대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마약중독자가 치료·재활을 원해도 접근성이 떨어지고 상담과 프로그램에 참여하기까지 많은 시간을 대기하다가 결국 재발로 가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마약중독자를 위한 치료보호 기관의 활성화와 중독자의 재활을 돕는 중독재활 기관(이용 및 생활시설)을 확보해야 한다.

 

처벌 위주에서 중독자 재활로의 정책은 바람직

이런 맥락으로 볼 때, 최근 들어 정부가 그동안 처벌 위주의 정책에서 마약류 중독 예방과 마약중독자의 사회 복귀 및 재활로 관심을 확대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2025년부터 2029년까지 5년간 추진될 ‘제1차 마약류관리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그동안 전국 3곳에 불과하던 마약류중독재활센터가 올해까지 17개 시도에 설치된다. 또한 24시간 마약류 상담이 가능한 마약류전화상담센터가 지난 3월 개소했다. 서울시에는 마약류 질환자의 ‘상담- 치료- 재활’ 서비스와 ‘연구·교육’을 동시에 수행하는 전국 최초 마약류 중독자 통합관리 공공시설인 ‘서울시 마약관리센터’를 시립은평병원 내에 설치해 오는 10월부터 운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러한 변화가 중독자와 가족의 재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조금 더 나아가 병원에서 치료가 종료되거나 교도소 출소, 보호관찰 기간이 종료되더라도 마약중독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재활을 도울 수 있는 사례 관리 시스템을 가동시켜야 한다. 중독 사례 관리를 통해 개인상담뿐만 아니라 경제적 지원과 직업재활, 주거 등의 어려움을 지원하고 옹호하는 복지 서비스와 사회적 안전망을 체계적으로 정비한다면 마약중독 재발 위험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마약중독자의 치료와 재활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야 하고, 지역사회 기관의 협조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마약중독 관련 기관에서 일할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하고 관리하며, 마약중독자의 치료재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인력에 대한 역량 강화 교육 등 매뉴얼을 보급하는 것도 필요하겠다. 마약중독자의 치료와 재활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 간다면 우리 사회에 C의 경우와 같이 사회에 복귀해 자신의 생활을 영위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전파할 수 있는 회복자가 많아질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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