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원톱체제’에 힘 받는 韓 출마론…결심 임박 관측
‘어대한’ 시각 속 ‘尹-韓 갈등’ 재조명…親尹계와도 대척점
등판 시 ‘채 상병‧김건희 특검’ 관련 韓 입장 주목
“어떻게 해야 국민의 사랑을 되찾을 수 있는지 고민하겠다.”
총선 다음날인 4월11일, 여당의 참패가 발표되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사퇴를 표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쉽지 않은 길이 되겠지만 국민만 바라보면 ‘그 길’이 보일 것이라 생각한다”며 “어디서 무엇을 하든 나라 걱정을 하며 살겠다”고 사퇴의 변을 마쳤다.
이후 약 두 달여, 한 전 위원장이 ‘그 길’을 찾은 것일까. 여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 전 위원장의 출마설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당초 설(說)에 그쳤던 한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은, 그가 이미 선거 캠프 실무진을 꾸리고 있다는 보도와 함께 더 구체화되는 모습이다.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관측 속 한 전 위원장의 출마가 당정‧여야 관계에 미칠 파급력에도 정치권 시선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캠프 꾸렸다? 힘 받는 ‘한동훈 출마설’
국민의힘은 13일 회의를 열고 이번 전당대회에 적용할 경선 규칙을 당원 투표 80%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 20%로 변경하기로 했다. 또 당대표가 당의 인사와 조직, 예산에 대한 전권을 갖는 현행 ‘단일 지도체제’와 당대표가 대선에 출마할 경우 ‘대선 1년6개월 전 사퇴해야 한다’는 당권·대권 분리 규정은 유지하기로 했다.
전당대회 룰이 확정되면서 출사표를 던질 ‘선수 라인업’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국민의힘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후보 등록일은 이달 25일경으로 거론된다. 아직 출마 의사를 명확히 밝힌 후보는 없다. 다만 원내에선 5선 중진 나경원 의원과 안철수 의원, 윤상현 의원 등이 유력 후보군으로 언급된다. 원외에선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유승민 전 의원이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정치권의 시선은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집중되는 모습이다. 한 전 위원장은 ‘총선 패장’으로는 이례적인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다. 총선 정국에서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설, 이후 도서관 등에서 찍힌 일상, ‘지구당 부활’ 등 SNS를 통해 주기적으로 밝혀온 그의 정견 등에 언론‧정치권 시선이 쏠리면서다. ‘정치 셀럽’이자 전투력 높은 ‘투사’로 분류되는 한 전 위원장이 전당대회에 출마한다면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위원장이 출마를 이미 결심했다는 시각도 있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한 전 위원장은 최근 주변에 출마와 관련한 고민, 심경 등을 직‧간접적으로 털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위원장은 최근 측근들과 가진 식사자리에서도 “전당대회에 나가면 내가 이긴다”며 출마 의사는 물론 당선 자신감도 드러낸 것으로 확인됐다.
한 전 위원장이 전당대회 출마를 위한 실무 캠프를 꾸리기 시작했다는 후문도 확산하고 있다. 당 안팎에선 한 전 위원장이 여의도 내 선거사무실을 알아보고 있으며, 최고위원 러닝메이트 후보군을 추리기 시작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구원투수” “시기상조” 韓 출마 바라보는 두 시선
한 전 위원장은 자신을 둘러싼 출마설에 침묵하고 있다. 그러나 당 지도부와 당권 주자들은 한 전 위원장의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한 전 위원장은 출마한다고 봐야하지 않을까”라며 “전당대회 룰과 그의 출마 결심은 상관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후보가 누구든 어떤 비전을 제시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한 전 위원장의 출마 및 당선 여부, 출마의 긍‧부정 효과를 바라보는 여권 내 시선은 갈린다. 우선 ‘어대한’을 말하는 진영에선 한 전 위원장 등판의 ‘불가피성’을 주로 언급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이 ‘레임덕’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총선 승장’ 이재명 대표를 견제할 당권 주자가 마땅히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11일 시사저널TV에 출연해 “국민의힘은 ‘웰빙’이다. 리더십과 절박함이 보이지 않으니 지지층이 한동훈 출마를 열망하고 있는 것”이라며 “당의 이 상태를 수습하고 당을 정상화 시켜야 되는데 그 사람이 누구겠나. ‘한동훈 밖에 없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어대한’ 기류가 강하게 형성되곤 있으나 친윤계와 대척하고 있는 한 전 위원장이 ‘세 몰이’에 성공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총선에서 패했고, 윤 대통령과 사이가 어긋난 것으로 알려진 한 전 위원장이 당원들을 쉽게 설득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한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한 전 비대위원장이 지금 나서기만 하면 당선이 확실한 상황인가’라는 질문에 “꼭 그렇게 보지 않는다”며 “아직 많은 변수가 있고, 한동훈 위원장이 정치력이나 정치적인 자질은 보여준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만약 한 전 위원장이 등판한다면 여당뿐 아니라 야권 및 대통령실도 그의 당선 여부에 주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김정숙 특검법’ 등에 대한 한 전 위원장의 입장에 따라 여야 관계 및 당정 관계가 크게 요동칠 수 있어서다. 다만 ‘적’이 많은 그가 여의도에 돌아오면 정국이 더 얼어붙을 것이란 우려섞인 전망도 제기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대통령 권력과 의회 권력의 중간에서 정치를 복원하고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유일한 변수가 바로 국민의힘 새 대표”라며 “새 대표가 대통령 권력을 견제하고 의회 권력까지 조율할 수 있다면 파국을 막을 지혜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다만 ‘한 전 위원장의 등판’과 관련해선 “국민의힘 새 대표가 되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강대강이 부딪히는 전쟁터에서 그는 또 하나의 화약고가 될 것”이라며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