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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실시된 중국 군사훈련에 대만해협 긴장 고조
대만 “우리는 우크라와 비교할 수 없이 다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2월24일, 중국은 대만을 향한 무력시위를 벌였다. 먼저 J-16 전투기 8대, Y-8 정찰기 1대 등 총 9대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IDZ)에 들어갔다. 이는 중국이 1월23일 39대, 2월10일 11대의 군용기를 투입해 대만 AIDZ를 침범한 이래 올해 들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중국은 지난해 총 239일에 걸쳐 961대의 군용기를 대만 AIDZ에 들여보냈다. 2019년에 비해 무려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특히 10월1일 중국 건국기념일 연휴에는 수십 대의 군용기를 대만 AIDZ에 5일 연속 진격시켰다.

이번 무력시위는 해상에서도 진행됐다. 대만 일대를 관장하는 인민해방군 동부전구가 대형 상륙함과 최신 상륙정을 운용한 상륙훈련을 벌인 것이다. 동부전구가 ‘웨이보’로 전한 소식과 사진에 따르면, 훈련은 중국해 모 해역에서 진행됐다. 상륙함과 상륙정은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때 최전선에 투입하는 장비이기에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게다가 최신 상륙정은 처음 공개됐다. 중국의 군사적 압박은 계속 이어졌다. 중국 해사국이 홈페이지를 통해 2월27일부터 3월1일까지 남중국해 일부 해역에서 군사훈련이 실시된다고 공지했던 것이다.

중국은 이런 일련의 군사행동이 대만을 겨냥한 것임을 숨기지 않았다. 스이루 동부전구 대변인은 싱가포르 ‘연합조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미국이 대만해협의 긴장을 고조시켜 대만의 독립세력을 부추기고 있다”고 미국과 대만에 원인을 돌렸다. 이렇듯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중국이 대만을 압박하자, 미국은 즉각 견제에 들어갔다. 대만 주재 미국대사관 격인 미국재대만협회는 침공일에 성명을 내고 “미국의 대만 지지는 반석처럼 굳건하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은 대만을 향한 군사·외교·경제 압박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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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크라, 내일은 대만’ 우려 동의 안 해”

2월26일에는 미 해군 7함대 소속 알레이버크급 미사일 구축함인 랠프 존슨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했다. 7함대는 홈페이지를 통해 “통항 자유 작전에 따른 정례적 차원”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진 않았다. 하지만 “미군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비행하고, 항해하고, 작전을 펼칠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다분히 중국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이러한 미국의 조치에 대만은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다음 침공 대상이 대만이 아니냐는 우려가 국제사회 일각에서 터져 나오던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대만 정부의 속내는 2월25일 밝힌 공식 입장에 잘 드러났다. 중국 담당 부처인 대륙위원회 추타이싼 주임은 “‘오늘은 우크라이나, 내일은 대만’이라는 우려가 있으나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이유를 “지정학적 전략상 지위, 지리적 정세, 경제적 중요성, 미국과의 관계 등 4가지 조건에서 대만은 우크라이나와 비교할 수 없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만이 무너지면 남중국해 정세가 요동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설령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더라도 우크라이나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하도록 미국이 방관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

추 주임의 호언장담처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터져 나온 중국의 대만 침공설은 뜬금포에 가깝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압박은 줄곧 있어온 일이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그 대의명분을 “독립을 획책하는 대만 내 세력의 준동을 막기 위해서”라고 밝혀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중국의 대만 침공설을 부추긴 장본인은 대만 정부 인사였다. 그 대표적인 이가 우자오셰 외교부장이었다. 우 부장은 2월23일 워싱턴 싱크탱크가 주재한 화상 대담에서 “중국은 궁극적으로 대만을 침공하려는 의도가 있다”며 “언제 침공할지 예상하지 않고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 부장의 발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날 나왔기에 큰 관심을 불러모았다. 물론 우 부장은 “중국의 군사적 팽창에 맞서 미국과 대만이 긴밀한 협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해, 미국의 관심과 지원을 환기시키는 차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 부장은 2월11일 인도 CNN-뉴스18 방송과의 화상 인터뷰에서도 “현재 서방이 우크라이나 문제 대응에 분주한 틈을 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지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같은 날 차이잉원 총통도 나섰다. 그는 국가안전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정세를 보고받은 뒤 “우크라이나 상황을 이용해 대중의 불안감을 높이는 외부세력의 시도를 저지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서 외부세력은 중국을 가리킨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직후 대만 정부는 즉각 미국이 주도하는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렇듯 대만 정부 고위인사가 침공설을 흘린 이유는 명백하다. 대만의 내부 결속을 다지고 미국과 서구의 대만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기 위한 여론전이다.

이러한 대만의 노력은 큰 수확을 거두었다.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지지를 받아냈고, 미 해군 7함대가 움직였다. 3월1일에는 마이크 뮬런 전 합참의장이 이끄는 5명의 대표단이 대만을 방문해 3일까지 머무르며 차이잉원 총통, 추궈정 국방장관 등과 회담했다. 이로써 미국은 향후 대만을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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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국의 대만 침공설이 다 시 부각되고 있다. 사진은 2019년 6월5일 러시아를 방 문한 시진핑 주석을 푸틴 대통령이 맞이하는 모습ⓒAP 연합

중국이 당장 침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그렇다면 대만의 여론전처럼 중국은 언제든 대만을 침공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살펴보면, 당장은 침공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지금 중국은 침공을 감행할 만큼 상륙전과 공습전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과 대만 사이에 있는 대만해협은 가장 좁은 폭이 130km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는 대만을 줄곧 ‘침몰하지 않는 항공모함’처럼 만들어왔다. 과거 사례도 있다. 1949년 10월 중국은 사회주의정권 수립의 여세를 몰아 대만 진먼도(金門島) 대규모 상륙전을 벌였으나 처참하게 패배했다. 게다가 대만의 배후에서 막강한 미 해군 7함대가 수시로 백업해 주고 있다.

공습전도 마찬가지다. 분명 중국 공군의 무기와 화력은 대만군을 압도한다. 하지만 대만도 섬을 요새화해 최첨단 방공 시스템으로 무장했다. 이런 현실에서 우크라이나 다음의 침공 대상이 대만이 되긴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수년 뒤에는 다르다. 2020년 12월 대만 국방대학이 발간한 보고서는 “2025년 중국이 대규모 상륙전에 필요한 Y-20 대형 수송기와 075형 강습상륙함을 충분히 배치한다”며 “육·해·공 연합작전 숙련도도 고도화된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3월 필립 데이비슨 전 미군 인도태평양사령관도 “중국이 2027년 이내에 대만을 침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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