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이코패스 테스트 만점 ‘엄 여인 사건’이 최악

흔히 부부 사이를 ‘천생연분’이라고 일컫는다.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짝을 이룬 것은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부부가 모두 행복하고 백년해로하는 것은 아니다. 때론 인연이 악연이 되어 서로에게 비수를 꽂는 일도 있었다.

아내가 남편이나 전남편을 살해한 대표적인 것은 2005년 일어난 일명 ‘엄 여인 보험 살인 사건’이다. 20대 중반의 보험설계사인 엄인숙은 두 번 결혼했는데 남편을 모두 살해했다. 범행수법은 남편에게 수면제를 먹인 후 핀으로 눈을 찔러 실명시키고, 얼굴에 끓는 기름을 부어 화상을 입히는가 하면 배를 주방용 칼로 찔러 치료를 받다가 죽게 했다. 엄씨는 남편들을 살해한 후 수억원의 보험금도 챙겼다.

엄씨의 보험금 사냥은 직계 가족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어머니의 눈을 바늘로 찔러 실명하게 했다. 오빠에게는 수면유도제를 탄 술을 먹이고 양쪽 눈에 염산을 부어 실명시켰다. 또 세 들어 살던 아파트에 불을 질러 집주인을 살해했고, 보험금을 타내려고 입원 중이던 병원에 석유를 뿌리고 불을 지르려다가 미수에 그쳤다. 엄씨는 사이코패스 테스트에서 40점 만점을 받았는데 역대 최고 점수다. 20명을 살해한 유영철도 38점에 그쳤다. 엄씨는 현재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이 6월5일 제주동부경찰서 진술녹화실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이 6월5일 제주동부경찰서 진술녹화실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015년 3월 경기도 포천에서 노아무개씨(44)가 경찰에 붙잡혔다. 노씨는 첫 번째와 두 번째 남편 그리고 시어머니를 매일 소량의 제초제를 찌개에 섞는 방법으로 독살했다. 사망원인은 ‘폐질환’으로 나왔다. 노씨는 보험사로부터 5억3000만원의 보험금을 수령했다. 노씨는 친딸에게도 제초제가 들어간 음식을 지속적으로 먹여 병원 신세를 지게 했다. 노씨의 치밀한 사기극은 들통났고, 그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지난 2014년 7월29일 경기도 포천시 신북동의 한 빌라 2층에서 두 구의 백골 시신이 발견됐다. 집 안에 있던 고무통 안에 남성 시신이 포개져 있었다. 경찰이 신원 확인에 나서 빌라 주인인 이아무개씨(여·51)의 남편과 내연남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경찰에 체포된 이씨는 처음에는 “둘 다 내가 죽였다”고 시인했다가 나중에 진술을 번복해 “남편은 10년 전 자연사했다”고 말을 바꿨다. 결국 이씨는 내연남을 살해한 혐의로 징역 18년형을 선고받았다. 남편 사망은 지금까지 ‘의문’으로 남았다.

2013년 2월20일 충북 청주에서는 남편을 살해한 김아무개씨(31)가 경찰에 체포됐다. 김씨는 4년 전인 2009년 내연남 정아무개씨(39)와 짜고 장애가 있던 남편 박아무개씨(36)를 살해한 후 시신을 4년 동안 집 안에 유기했다.

발견 당시 피해자의 시신은 손발이 묶인 상태로 비닐랩과 이불로 수차례 감겨 있었으며 미라 상태였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와 정씨는 4년 전 서울에서 거주할 당시 박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청주로 이사와 시신을 다락방에 보관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인터넷 채팅으로 만나 사귀던 정씨에게 “남편을 죽여 달라”고 부탁해 범행이 이뤄졌다.

최근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남편 살해 혐의로 A씨(여·73)를 체포했다. 그는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에서 남편 B씨(76)와 함께 금은방을 운영해 왔다. 경찰에 따르면 19세에 결혼한 A씨는 20년 전부터 남편 B씨의 외도를 의심했고 최근 이를 이유로 ‘화병’을 호소했다. 그러다 지난 6월7일 병원비를 안 준다는 이유로 남편을 목 졸라 살해했다. A씨는 범행 직후 금은방에 연결된 112상황실 전화로 직접 신고했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게 범행을 시인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