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숭숭한 국민의힘 “3연속 당대표 사퇴 압력에 당내 피로감 커져”

“한동훈 체제 유지” 당내 여론 우세…친윤계는 대다수가 침묵

2024-01-26     이원석 기자
1월21일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사퇴를 요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일순간에 커진 윤석열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정면충돌 양상에 국민의힘 내부에도 당황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사태를 바라본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게 과연 실화가 맞나 싶다. ‘약속대련’이라고 주장하는 정치인도 있는데 차라리 이 모든 게 기획이길 바란다”며 “‘20년 지기’라는 두 사람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파열음을 낼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1월23일 충남 서천시장 화재 현장에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전격적으로 만난 후 갈등은 일단 봉합된 모습이지만, 약 사흘간의 공개 갈등 상황에서 당내 여론은 ‘한 위원장 체제 유지’에 더 힘을 실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친윤(親윤석열)계 대다수가 침묵한 게 주목됐다. 대선 때 윤 대통령 수행팀장을 맡았던 이용 의원이 1월21일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 대한 신뢰와 지지를 철회했다’는 언론보도를 국민의힘 의원 단체대화방에 공유한 이후로는 친윤계의 별다른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았다. 시사저널이 접촉한 친윤계 의원들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의견을 밝히길 꺼렸다. 당내 몇몇 상황과 관련해 친윤계 초선 의원 등이 단체로 목소리를 내왔던 과거 장면과 확연히 대비됐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월18일 의원총회에서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친윤도 공천 앞 눈치싸움?

친윤 인사들이 윤심(尹心)이 직접적으로 노출됐음에도 잠잠했던 이유로는 가장 먼저 공천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이 총선 때까지 지속될 경우 실질적인 공천 권력을 한 위원장이 쥘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임기가 2년도 채 지나지 않은 살아있는 권력인 대통령에게 공천 권력 또한 주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현재 권력인 윤 대통령은 30%대 지지율에 갇혀있고, 반면 미래 권력인 한 위원장의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는 상승세를 타고 있어 친윤계 입장에서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친윤계의 핵심인 장제원 의원의 2선 후퇴 등 구심점 악화가 원인이란 분석도 나온다. 반면 공개적으로 한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당내 목소리들은 부각됐다. 서울 강남갑이 지역구인 태영호 의원은 “‘선민후사’를 앞세운 한동훈 비대위가 들어서면서 국민의힘은 다양한 정치 개혁 메시지를 내세웠고 국민들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며 “한동훈 비대위 체제로 끝까지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3선 안철수 의원도 “한 위원장이 사퇴를 한다면 이번 선거가 굉장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로 중도층 민심에 예민한 수도권 지역의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낸 게 주목됐다. 당내에선 지속적으로 윤심이 과도하게 당무에 개입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기류도 강한 것으로 관측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민의힘 다선 의원은 “이준석-김기현 전 대표에 이어 연속적으로 세 번이나 대통령실에서 당대표 사퇴 압력을 넣는 모양새가 나온 게 상당히 피로감을 주는 게 사실”이라며 최근 사태에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앞의 국민의힘 관계자는 “현재 친윤이든 비윤이든 당내 대부분이 총선 승리를 위해선 당정 관계를 수평적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데는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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