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정책대출, 집값 상승 직접적 원인 아냐”
금융위는 “가계대출 증가에 정책자금 비중 높아”
정부가 공급하는 디딤돌대출과 버팀목대출 등 정책대출을 놓고 부처 수장들이 상반된 시각을 내놓으면서 금융 및 주택 시장에 혼선을 주고 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책대출이 집값 상승의 직접적 원인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불과 3일 전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가계대출 증가에 정책자금 비중이 높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향후 부처 간 충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규제 기조를 명확히 밝혔지만 국토부는 정책자금 축소는 없다는 입장이다.
전체 주담대 증가액의 70%는 정책대출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책자금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정책자금으로 살 수 있는 집과 현재 인기 지역의 주택 가격대를 보면 정책대출이 (집값 상승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책대출이 집값을 끌어올린 직접적 원인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박 장관의 발언을 놓고 현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올해 1∼7월 32조1000억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국토부의 국민주택기금을 활용한 디딤돌(매입), 버팀목(전세), 신생아 특례 등 정책대출만 22조3000억원 규모다. 은행권 전체 주담대 증가액의 70%가 정책대출로, 월별로 꾸준히 3조~4조원씩 늘었다.
이들 정책대출의 특징은 저리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받지 않는 등 대출 허들이 낮다는 점이다. 신생아 특례 대출은 신청일 기준으로 2년 이내에 출산·입양한 무주택 가구나 1주택 가구(대환 대출)에 최저 1%대 금리로 9억원 이하의 주택 구입에 대해 최대 5억 원까지 대출해준다. 디딤돌 대출도 부부 합산 연 소득 8500만원 이하인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2∼3%대 금리로 빌려주는 정책대출이다.
시장에선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과 맞물려 정책자금이 대거 풀리면서 부동산 매매 수요를 자극했고,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를 이끌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금융당국 수장 역시 이를 인정했다. 지난 6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거시경제·금융 현안 간담회 이후 브리핑에서 “4월 이후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데 정책자금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힌 것이다. 정책대출을 놓고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으면서 부처 간의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 간담회에는 박상우 장관도 참석했다.
대통령도 우려…국토부 “대출 대상 줄이는 일 하지 않아”
정책대출은 윤석열 대통령도 언급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에서 “정책금리에 대해서는 정부가 관리하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보내 과열 분위기를 진정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책대출 쏠림 현상으로 인한 가계대출 증가에 대해 우려를 표한 것이다.
하지만 박 장관은 정책대출 축소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전날 “청년층에게 집 살 수 있는 돈을 빌려주겠다고 한 약속, 아기를 낳으면 집을 살 수 있게 도와주겠다는 약속은 정부의 주요 정책 목표”라며 “약속된 대상을 줄이거나 정책 모기지의 목표를 건드리는 일은 가급적 하지 않고, 시중금리와 정책대출 금리의 격차가 너무 벌어지지 않도록 조정하는 정도로 하겠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규제에 나선 정부와는 상반된 기조다.
다만 3분기 시행할 예정이었던 신생아 특례대출의 소득요건 완화 시기는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신생아 특례 구입·전세자금 대출 소득요건을 올해 하반기 중 1억3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할 예정이었으나, 연말로 늦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도입 8개월 밖에 되지 않은 정책대출이 오락가락하는 모양새에 신혼부부들 사이에선 혼란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금융당국과 국토부의 정책대출 관리 기조가 충돌한다는 지적에 대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선을 그었다. 이 원장은 이날 “최근 국토부 등에서도 정책자금과 민간자금 금리 차이가 과다할 경우에 금리를 일부 조정해 운영한다고 했다. 최근 그런 과정에서 정책자금의 증가 포션이 줄어들고 있다”며 “그런 부분에서 부처와 예측가능하게 운영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