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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도 열람 가능한 오픈 아카이브…복지부, 수사의뢰 예정
“추석 의료대란 막고자 힘써주시는 분들” 비꼬기도

9월8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진료 지연 안내문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9월8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진료 지연 안내문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응급실 의사 부족으로 이른바 ‘중환자 뺑뺑이’ 사례가 이어지는 가운데 응급실에서 근무 중인 의사의 실명 등 개인정보가 담긴 블랙리스트가 등장했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사들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아카이브(정보 기록소) 형태의 한 온라인 사이트에 최근 ‘응급실 부역’이란 이름과 함께 응급실을 운영중인 각 병원별 근무 인원이 일부 근무자 명단과 함께 게재됐다.

‘감사한 의사 명단’이란 이름의 이 사이트는 운영자가 제보 등을 통해 의료현장에 있는 의사들의 정보를 취합한 뒤 매주 업데이트 되는 구조다. 최근 신설된 응급실 근무 의사 명단은 “000 선생님 감사합니다. 불법파업을 중단하고 환자 곁을 지키시기로 결심한 것 감사합니다” 등의 문장으로 근무 의사의 실명을 거론하고 있다.

또한 “‘응급실 의사가 부족한데도 응급의료는 정상가동 중’(이란 보건복지부의 말을) 가능하게 큰 도움을 주신 일급 520만원 근로자분들의 진료 정보”, “인근 지역 구급대 및 응급상황에 처한 국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등의 표현도 찾아볼 수 있다.

명단엔 ‘군 복무 중인 와중에도 응급의료를 지켜주시는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응급실에 파견 근무중인 군의관으로 추정되는 의사들의 실명도 언급돼 있다. 주로 군의관 혹은 공중보건의 중 파견을 지원하거나 연장을 희망한 사례들이다. 명단엔 “당직 서며 응급실 정상화 위해 노력 중”, “8명 중 7명이 병원에서 ‘쓸모없다’고 판단돼 대체자 없이 지방자치단체로 복귀한 와중에 유일하게 쓸모를 인정받아 1개월 더 연장한, 정말 감사한 선생님” 등의 표현이 있었다.

이번에 블랙리스트가 게재된 ‘감사한 의사’ 사이트는 일반인도 주소만 알면 열람이 가능한 오픈 아카이브다. 해당 명단 외에도 “불륜이 의심된다”, “탈모가 왔다”, “래디컬 페미니스트”, “싸이코 성향” 등의 악의적 표현이나 휴대전화 번호, 좋아하는 프로야구팀, 부친의 이름, 고등학교 때 학교폭력 피해 등의 구체적인 개인정보가 나열된 사례도 있다. 의료계에 대해 악의적인 글을 썼다는 취지로 일부 기자들의 이름과 기사 제목, 취재 활동 등도 함께 언급하고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특정 사이트에서 응급실 근무 의사, 파견 군의관 및 공보의 등의 신상정보가 공개되는 현상황을 경찰 측에 전달하고 수사를 요청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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