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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몰아주기’ 재판 끝나자마자 내부거래도 증가, 왜?
하이트진로 측 “시장 수요 변화에 따른 일시적 현상”

 

하이트진로그룹 박문덕 회장의 장남인 박태영 사장 ⓒ시사저널 포토
하이트진로그룹 박문덕 회장의 장남인 박태영 사장 ⓒ시사저널 포토

공정위는 지난 2018년 1월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태영 사장(당시 경영전략본부장)을 포함한 경영진뿐 아니라 법인도 검찰에 고발했다. 2008년부터 10년간 이른바 ‘통행세’ 등을 받는 방식으로 박 사장의 개인회사인 서영이앤티를 부당 지원한 혐의였다.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서영이앤티는 지난 10년간 고속성장을 거듭해왔다. 지난해 매출은 1023억원(연결 기준)으로 10년 전(507억원)보다 101.8%나 폭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0억원에서 71억원으로 40.0%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하이트진로 협력업체가 피해를 본 반면, 오너 2세는 경영권 승계 구도를 구축할 수 있었다는 게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2019년 1월 박태영 사장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1·2심 재판부도 박 사장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회봉사가 120시간에서 80시간으로 줄어든 게 차이였다. 박 사장은 항소했지만, 대법원은 원심이 정당하다며 상고를 기각해 형이 확정됐다.

주목되는 사실은 편법적인 일감 몰아주기와 2세 승계 문제로 재판을 받는 와중에도 서영이앤티의 내부거래는 오히려 늘어났다는 점이다. 공정위가 처음 서영이앤티 일감 몰아주기 조사를 시작한 2015년까지만 해도 서영이앤티의 내부거래 의존도는 36.9%(매출 686억원-일감 253억원)에 이르렀다.

“서영이앤티 내부거래 비중 낮추기 위해 노력 중”

이듬해부터 내부거래 규모나 비중이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2016년 28.2%, 2017년 23.9%, 2018년 26.6%, 2019년 22.1%, 2020년 27.2%, 2021년 23.1%, 2022년 22.2%였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특히 2022년에는 연결 기준으로 내부거래가 19.9%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데 2023년에 갑자기 내부거래가 33.9%로 증가했다. 매출은 973억원에서 835억원으로 14.1% 감소했지만, 내부거래가 216억원에서 283억원으로 31.0%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과거 공정위 조사를 시작할 즈음까지 내부거래가 증가한 셈이 된다.

이와 관련해 하이트진로그룹 측은 “시장 수요 변화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해명했다. 그룹 관계자는 “2022년 매출이 343억원에 이르는 몬델리즈 사업이 이듬해 2월 종료하면서 총 매출액(분모)이 크게 감소한 영향이 컸다. 신제품 출시와 코로나 이후 생맥주 수요 증가도 거래액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면서 “서영이앤티의 내부거래 비중(의존도)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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