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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EDF 꺾고 한수원의 팀코리아 선정 쾌거…정부 총력 지원이 큰 역할
태양광·풍력 여건 안 좋은 체코, 재생에너지보다 원자력 선택할 수밖에 없어

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력과 국력을 유럽인들에게 각인시킨 쾌거임에 틀림없다. 체코 총리가 직접 결과를 발표할 만큼 중요한 체코의 국가적 사업에 프랑스 EDF를 꺾고 한국수력원자력이 이끄는 팀코리아가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가격 경쟁력과 건설 실적에서 불리한 프랑스는 마크롱 대통령까지 나서 유럽연합(EU) 국가 간 경제와 국방 유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반전을 시도했지만, 월등한 우리나라 원전의 경쟁력과 윤석열 대통령을 필두로 한 정부의 적극적 총력 지원을 넘어서지 못했다.

체코 총리가 발표에서 언급한 대로 팀코리아의 입찰서는 거의 모든 평가 지표에서 EDF를 앞섰다. 이미 6기의 원전을 운영하며 총전력 35% 이상을 공급하는 체코에서 자국 원자력 관계자 200여 명이 20만 쪽이 넘는 입찰서를 객관적이고 철저하게 평가한 후 내린 결론이기에 신뢰도가 높다. 그렇기에 이번 체코의 결정이 향후 폴란드, 영국, 스웨덴, 핀란드 등 유럽에서 이어질 신규 원전 수주 경쟁에서 팀코리아가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체코 원전 수주는 우리나라 원전의 유럽 추가 진출 교두보가 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에너지 전환 패러다임이 RE100(Renewable Energy 100%)에서 CF100(Carbon Free 100%)으로 변화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특별하다. 그 근간은 체코가 두코바니 신규 원전 1기 총사업비로 12조원이라는 상당히 큰 금액을 책정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체코는 이 사업비에 대한 EU위원회의 승인을 받았다.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왼쪽)이 7월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관련한 브리핑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연합뉴스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왼쪽)이 7월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관련한 브리핑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연합뉴스

RE100은 비용 문제 때문에 비현실적

팀코리아가 제안한 두코바니 신규 원전은 용량이 1GW인 APR1000이다. 최근 건설사업이 재개된 신한울 3·4호기는 용량이 1.4GW인 APR1400형으로 2기 건설비가 11조6804억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1GW로 보면 4.2조원 정도다. 두코바니 신규 원전은 이에 비해 2.8배 이상인 고가다. 비싸더라도 체코가 원전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체코는 유럽 내륙에 위치한 공업국가다. 기계 산업을 비롯한 제조업이 발달한 나라다. 세계 각국의 전력 믹스 현황을 보여주는 electricitymaps.com의 2023년 자료에 따르면 체코의 기반 전력은 석탄과 원자력으로 발전 비중이 각각 37.8%와 35.6%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태양광 3.3%, 수력 2.5%, 풍력은 0.8%에 불과하다. 인접국 독일의 풍력발전 비중이 28.6%로 아주 높은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이는 체코에서는 해상풍력을 기대할 수 없고 내륙 풍속도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체코는 우리나라보다도 재생에너지 여건이 좋지 않아 RE100이 불가능한 나라다. 반면 발달한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풍부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은 필수적이다. 이러한 이유로 체코는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석탄화력을 원자력으로 대체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체코와 같은 동유럽 여러 국가뿐만 아니라 세계 많은 나라가 재생에너지 여건이 좋지 않아 RE100은 불가능하다. RE100 주창자들은 풍력·수력 여건은 지역에 따라 안 좋을 수 있으나 태양은 어디에나 비추므로 낮에 대거 태양광 전력을 생산해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저장했다가 밤과 새벽에 쓰면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거대용량 ESS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 때문에 실제로는 불가능함을 외면한 주장에 불과하다.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탄소중립에서 RE100이 절대선이 될 필요는 전혀 없다.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포함한 100% 무탄소 전환 즉 CF100이 전 세계가 나아가야 할 바른 방향이다.

AI(인공지능)에 기반한 ChatGPT의 급속 확산을 계기로 장차 급증할 데이터센터의 반도체 수요와 전력 공급이 최근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반도체 생산에는 안정적인 다량의 전력이 요구된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노광 장비, 플라즈마 식각 장비 등의 가동뿐만 아니라 거대 클린룸 유지를 위해서도 다량의 전력이 필요하고, 정교하게 작동해야 하는 장비 특성상 전압이 일정하게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기업 전력 사용량 1, 2위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2022년 사용한 전력량이 각각 부산시 전체 전력량(215억kWh)과 대전시 전체 전력량(100억kWh)에 해당할 정도로 많다.

데이터센터 급증…원전 외에 대안 없어

향후 데이터센터의 세계적 확대에 대비해 경기 남부 일대에는 반도체 특화단지 조성이 추진되고 있다. 용인 반도체 특화단지에만 10GW의 전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발전소 이용률을 고려하면 1.4GW 원전 8기 정도에 해당되는 엄청난 규모다. 당분간은 단지 내에 3GW LNG발전소를 건설해 충당하기로 되어 있다. 재생에너지 확충 계획이 수립된 게 아니라는 사실이 RE100이 비현실적임을 상징한다.

확대된 데이터센터 운영에도 안정된 대전력이 필요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요량이 2022년 4600억kWh에서 2026년까지 4년 만에 3600억kWh 증가한 8200억kWh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증가량은 1GW 원전 약 50기 발전량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다.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 등에서의 안정적인 청정전력 수요 급증에 대비하기 위해 최근 ADVANCE법이라는 선진원자로 촉진법을 상·하원 및 양당 합의로 제정하고 발효시켰다. ADVANCE는 Accelerating Deployment of Versatile, Advanced Nuclear for Clean Energy의 약어로 그 명칭에 법안의 취지가 잘 담겨 있다. 이 법은 선진원자로 조기 배치를 위한 여러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인허가 규제를 합리화하라는 조항도 담고 있어 미국의 원자력 확대 의지를 분명하게 대표한다.

용인 반도체 단지 LNG발전소 건설계획, 미국 ADVANCE법 발효 등을 보면 RE100은 현실에서 멀어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반면 유럽위원회가 승인한 체코 원전 건설은 CF100 세계적 확산의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계기로 더 이상 RE100 논란에 함몰되지 말고 여야 합의를 통해 CF100으로 에너지 정책의 근간을 확고히 해야 한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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