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수수료 폐지 이어 올해 예치금 ‘파격 금리’
추가 깜짝 혜택 나올 가능성…과세 유예도 기대
최근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거래 수수료를 낮추는가 하면 더 높은 예치금 금리를 보장했다. 거래소들이 경쟁할수록 투자자들의 이익이 커지는 구조다. 거래소들의 경쟁이 가상자산 투자 열풍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5대 가상자산 거래소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하 가상자산법) 시행에 따라 7월19일 예치금 이용료(금리)를 설정했다.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한 곳은 코빗으로, 연 2.5%를 보장했다. 2위인 빗썸(2.2%) 대비 0.3%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업비트는 2.1%를 제시해 3위를 기록했다. 세 곳 모두 당초 1% 선에서 결정될 것이란 예상을 크게 뛰어넘은 수준이다. 반면 고팍스와 코인원은 각각 1.3%, 1.0%를 제시했다.
예치금이란 투자자들이 거래소 이용 시 거래를 위해 맡긴 원화를 말한다.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일시적으로 맡긴 예수금과 유사하다. 거래소는 예치금을 은행에 맡겨 운용하기에 투자자들에게 이용료를 제공해야 한다. 사실상 금리와 같은 성격이다. 거래소는 예치금을 보통 실명 계좌 발급 계약을 맺은 은행에 보관한다. 은행 예금 상품에 넣거나 신탁계약을 맺는데, 대부분 예금에 투입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 중 운영비를 제외한 나머지를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예치금 금리 연 2.5%…‘파킹통장’보다 높아
투자자들에겐 ‘경사’다. 예치금 이용료율이 인터넷은행의 파킹통장보다 더 높기 때문이다. 파킹통장이란 자금을 언제든 넣었다가 뺄 수 있는 예금 상품으로, 일반 수시입출금 상품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 현재 은행권 파킹통장 가운데 금리가 가장 높은 곳은 케이뱅크로 연 2.3%다. 카카오뱅크는 2%, 토스뱅크는 1.8%다. 업비트, 빗썸, 코빗을 이용하는 가상자산 투자자는 시장이 잠시 침체에 빠질 때 자금을 빼서 다른 곳에 넣지 않고 그대로 두더라도 높은 수준의 금리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거래소들이 높은 수준의 이용료를 정한 이유는 점유율 경쟁이 격화됐기 때문이다. 이번 금리 결정 과정에서도 거래소들은 눈치 게임을 치열하게 전개했다. 국내 최대 거래소 업비트는 7월19일 저녁 연 1.3%로 결정했다. 그러자 점유율 2위인 빗썸은 연 2.0%로 정하면서 응수했다. 업비트도 이에 질세라 2.1%로 올렸고, 빗썸도 2.2%로 상향 조정했다. 처음에 1.5%를 제시했던 코빗도 마지막에 2.5%로 대폭 올렸다.
거래소 간 경쟁의 불길은 지난해 빗썸이 댕겼다. 업비트 독주 체제를 막기 위해 작년 10월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한 것이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지난해 12월 점유율 50%로 업비트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이후 올해 2월 수수료를 다시 받기 시작하면서 1위 자리를 내줬지만, 5월까지 점유율 20%대를 기록했다. 작년 상반기에 6%까지 떨어졌던 것에 비하면 크게 상승한 것이다.
예치금 이용료 경쟁은 일단 종료됐지만 향후 또 다른 파격 조건을 내거는 곳이 나올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7월23일 저녁 빗썸이 이용료율을 갑자기 연 4%로 1.8%포인트 대폭 인상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물론 빗썸은 금융 당국의 개입으로 인해 6시간 만에 이 결정을 철회했다. 은행 예금 금리를 뛰어넘는 이용료율로 인해 시중 자금이 거래소에 몰릴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국의 개입이 없으면 얼마든지 깜짝 조건을 추가로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은행 간 경쟁이 심해진 점도 예치금 금리를 끌어올린 이유로 꼽힌다. 올해 초 농협은행과 거래하고 있던 빗썸이 다른 은행과 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이에 이미 거래소와 계약을 맺은 은행은 거래소를 붙잡기 위해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빗썸이 4.0%의 이용료율을 내걸었을 때 밝힌 이용료 산정 근거는 농협은행이 2.0%의 금리를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농협은행의 기업자유예금 금리가 0.5% 이하인 점을 고려하면 크게 높은 수준이다. 거래소의 예치금은 언제든지 출금할 수 있어야 하기에 보통 기업자유예금에 예치한다.
과거 은행들은 가상자산 거래소와 계좌 발급 계약을 맺는 걸 꺼려 했다. 가상자산과 관련된 법률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업을 어떤 형태로 어디까지 해야 할지 불명확했다. 또 자금세탁 사건이 발생할 위험을 떠안아야 하는 점도 큰 부담이었다. 하지만 가상자산법 시행으로 제도화 단계에 들어서자 은행의 부담도 줄었다. 더구나 케이뱅크의 성공 사례도 나머지 은행에 시사한 바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규모가 크지 않은 케이뱅크에서 자금세탁 사례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으면서 나머지 은행들도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대형 은행은 거래소와의 계약으로 대규모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거래소로부터 받은 예치금을 초단기 금융상품인 환매조건부채권(RP)에 투입한다. RP의 금리가 3.5%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은행이 2%의 금리를 부담하더라도 1%가 넘는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더 높은 금리를 부담할 유인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과세 유예 땐 ‘코인 돌풍’
투자자들에겐 예치금 이용료뿐만 아니라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가 유예될 가능성이 있는 점도 호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7월14일 가상자산 소득 과세를 3년 유예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가상자산 소득 과세 시행일을 내년 1월에서 2028년 1월로 3년 늦추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면 벌써 세 번째 과세 유예가 된다. 현재 소득세법에 따르면 내년 1월1일부터 가상자산 투자로 수익을 낼 경우, 기본 공제 금액 25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소득에 20%의 세율이 적용된다.
미국 대선도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7월13일 피격당한 이후 당선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트럼프는 스스로를 ‘가상자산 대통령’이라 부른다. 특히 트럼프는 15일 대선을 함께할 부통령 후보로 JD 밴스 미 연방상원의원을 지명했다. 밴스는 2022년 첫 상원의원에 당선된 후 꾸준히 가상자산에 우호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에 시장에선 트럼프가 당선되면 가상자산 시세가 크게 오를 것이란 전망이 늘어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가상자산이 제도화되면 기존 금융사들이 이 시장에 더욱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기에 투자자에게 제공되는 혜택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이는 결국 가상자산 투자자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