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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실적에도 성과급은 ‘찔끔’ 배당은 ‘펑펑’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최근 708억원을 현금 배당한다고 발표했다. 배당 금액으로 치면 전년(518억원) 대비 36.7%나 오른 규모다. 덕분에 BGF리테일 최대주주인 BGF와 홍석조 회장 등 오너 일가는 올해에만 213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했다. 홍 회장 등이 지주회사인 BGF에서 받은 배당금(80억원)까지 더하면 3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BGF리테일이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해 BGF리테일의 매출은 8조2000억원, 영업이익은 253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7.6%와 0.3% 증가했다. 당기순이익도 1958억원으로 1.2% 늘었다.

문제는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성과급을 30%나 줄였다는 점이다. 임금 협상을 통해 연봉을 4.4% 일괄적으로 인상했지만, 물가상승률과 비교하면 사실상 동결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내부 직원들의 성토 내용이다.

홍석조 BGF 회장 ⓒ연합뉴스
홍석조 BGF 회장 ⓒ연합뉴스

지난 6월 중순 편의점 업계 최초로 BGF리테일 노동조합이 출범한 것도 이 때문으로 알려졌다. 회사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회사는 올 초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임승배 대표 명의로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성과급을 줄일 예정임을 안내한 것으로 안다”면서 “‘재주는 곰(직원)이 부리고 돈은 되놈(오너 일가)이 버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내부적으로 팽배해져 있다.

BGF리테일 직원들은 올 초 카카오톡에 ‘조직문화 개선방’이라는 비공개 오픈 채팅방을 개설했는데, 1000명 넘는 직원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남구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는 트럭 시위를 벌였다. 당시 전광판에는 ‘두 얼굴의 영업이익, 밖으로는 자랑거리 안에서는 핑곗거리, 지원 감축은 BGF’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실제로 BGF리테일이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BGF리테일 실적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기 침체에도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매출은 6조7812억원에서 8조1948억원으로 20.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 역시 크게 증가했다. 올해 이 회사는 지난해 수준의 실적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주요 증권사들은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직원들의 월급은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1인 평균 급여액은 2021년 6200만원에서 6500만원으로 4.8%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에 배당은 518억원에서 708억원으로 36.7%나 증가했다.

이와 관련해 BGF리테일 관계자는 “당사는 업계의 일방적인 배당성향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배당 규모 역시 회사 수익과 투자요인, 자금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1인당 평균 급여의 경우 매년 신규로 채용되는 다수의 신입 직원의 급여가 포함되는 만큼 실제 임직원이 받는 급여 수준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배당과의 단순 비교에는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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