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SM 시세조종’ 김범수 창업자에 구속영장 청구
네이버 이해진,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 만나며 AI 속도
양대 포털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최근 엇갈린 경영 행보를 보인다. 카카오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경영쇄신위원장이 7월17일 SM엔터 시세조종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등 1년 가까이 사법 리스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재판에 넘겨질 경우, AI 중심 신사업뿐만 아니라 해외사업, 투자유치 등에서 경영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카카오가 새로운 수장으로 정신아 대표를 선임하고도 인공지능(AI) 기반 신사업 추진 동력을 잃는 모양새다.
반면 경쟁사인 네이버는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는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경영 전면에 나서는 등 AI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억원을 투입해 SM엔터 주가를 하이브 공개매수가(12만원) 이상으로 끌어올린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또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 등과 공모해 SM엔터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도 이를 금융 당국에 보고하지 않아 공시 의무를 위반한 혐의도 받는다.
카카오 사법 리스크 확대될 가능성 있어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약 2년10개월 만에 임직원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카카오란 회사 이름까지도 바꿀 수 있단 각오로 임하겠다”면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특히 그는 “그룹 내 거버넌스 역시 개편하겠다. 자율경영 기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카카오로 가속도를 낼 수 있도록 구심력을 강화하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겠다”며 쇄신을 약속했다.
김 위원장은 올초 카카오 수장이 된 정신아 대표와 함께 인적 쇄신을 비롯한 AI 중심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집중할 계획이었다. 정 대표는 지난달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연내 ‘카카오다운 AI 서비스’ 출시를 공언했지만, 김 위원장의 사법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드라마 제작사 고가 인수’,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혐의 등에 대한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니만큼, 카카오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확대될 가능성이 남아있다. 여기에 카카오가 주요 계열사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지면서 그룹 내 분위기는 더욱 술렁이고 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정 대표가 CEO로 내정된 지 반 년이 넘었지만, 아직 신규 성장 전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AI 개발조직 통합도 진행됐지만 신규 모델 출시 일정이나 AI 서비스의 방향성이 공개되지 않아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코어 사업인 광고에서도 숏폼 영상 중심의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채 인당 이용시간 감소로 매체 매력도가 하락하는 상황이다. 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신규 성장 전략 제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카카오는 SM 인수 관련 검찰 조사와 모빌리티 회계 조작 관련 금감원 조사 등 사법 리스크로 경영진의 리소스가 분산됐다”며 “대형 플랫폼의 골목상권 진출 관련 비판 여론으로 신사업의 수익모델 도입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격적인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서는 사법·규제 리스크 해소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네이버 이해진, AI 지원차 경영 전면 등판
반면 경쟁사 네이버는 카카오와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는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GIO가 직접 젠슨 황 엔비디아 대표를 만나는 등 AI 사업 추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GIO는 지난 5월말 비공개로 진행된 ‘AI 서울 정상회의’ 정상 세션에 참석하는 등 대외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 GIO가 대외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19년 6월 한국사회학회·한국경영학회 심포지엄 이후 약 5년 만이다.
올해 취임 3년 차를 맞은 최수연 네이버 대표도 AI 사업 확대에 역점을 둔 경영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X’를 직접 발표한 데 이어, 지난 4월엔 AI 기술 흐름에 맞춰 사내 모든 기술 분야에 AI를 도입하고, 광고·쇼핑·지역 등 비즈니스 영역의 역량 강화에 중점을 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올해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네이버 서비스 전반에 적용 및 고도화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최 대표는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작년부터 지속해온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한 생태계 확장을 위해 뉴로클라우드나 클로바스튜디오 같은 기업 맞춤형 유료 서비스 제공에 집중해 나가면서, 네이버웹툰 등 네이버 서비스 전반에 생성형 AI 관련 기술을 고도화해 반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달초엔 프랑스 AI 유니콘기업인 미스트랄AI에 투자하는 등 글로벌 AI 경쟁력도 끌어올리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86학번 동기인 김범수, 이해진 창업자의 행보가 최근 들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김 창업자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어디까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카카오가 신사업을 과감하게 추진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라며 “네이버가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하는 사이, ‘비욘드 코리아’를 내걸며 글로벌 사업 확대를 강조한 카카오의 비전 달성은 사실상 멈춰버렸다”고 평가했다.
이어 “특히 지난해 경영 일선에 복귀한 김 창업자가 기소되면 카카오의 쇄신 작업뿐만 아니라 미래 사업 추진 동력이 흔들릴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