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틀어쥔 巨野, 李 사법 리스크 커지자 법원·검찰 압박 본격화
추가 기소에 ‘법 왜곡 판검사 처벌법’ ‘판사 선출제’로 겹겹 방탄
중도층 외면 가능성에 ‘추미애 의장 낙선’처럼 당내 이견 분출할 수도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와 소수 여당의 불참·거부로 22대 국회가 시작부터 유례없는 강 대 강 대결을 이어가는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관련 제3자 뇌물 혐의로 추가 기소되면서 또 하나의 불씨가 던져졌다. 이에 이 대표는 친명계 의원들과 강성 지지층을 동원해 ‘방탄 철옹성’을 쌓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대북 송금 검찰 조작 특검법’을 추진하는가 하면 당 일각과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는 이 사건 담당 검사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재판한 판사를 탄핵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입법권과 탄핵소추권을 동원해 법원과 검찰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민주당 당무위원회가 당헌·당규에서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정지 조항을 삭제하고, 대표가 대선 출마 시 1년 전에 사퇴하도록 한 규정에 예외를 두기로 개정한 것도 이 대표 대권 가도를 위한 ‘방탄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검찰의 창작 수준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비판하고, “이럴 힘이 있으면 어려운 민생을 챙기고 안보, 경제를 챙기시기 바란다”며 프레임 전환에 힘쓰는 모습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했다”고 평가하면서 “사법부 무력화와 입법부 장악을 노리지만 갈수록 겁먹은 지도자의 왜소한 리더십이 부각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제3자 뇌물 혐의 사건으로 받아야 할 재판이 하나 더 늘어나면서 이 대표는 또 한 번 기로에 선 모양새다. 원내 171석을 확보한 민주당이 사실상 국회를 장악함에 따라 이 대표는 ‘여의도 대통령’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러나 그 이름이 가진 무게만큼 리스크가 커진 것이 사실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한 엄호를 이어간다면 중도층의 반감을 키워 지난 대선 데자뷔를 맞을 수 있다는 경고가 당 안팎에서 나온다. 추미애 국회의장의 경선 탈락에서 확인했듯 의원들이 지도부 생각과는 다르게 행동할 여지도 있다. 윤석열 정권 심판에 대해 민주당과 한목소리를 내는 다른 야당들이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한 ‘방탄’ 행보에 동조해줄 것이라는 보증도 없다.
‘이재명의 민주당’은 ‘사법부 때리기’도 진행 중이다. 민주당은 이미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 1심 선고가 있기 사흘 전인 6월3일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을 수사하기 위한 특검법을 발의했다. 향후 윤석열 대통령이 이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해당 사건에 관여한 수사 검사를 탄핵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검찰을 겨냥한 ‘검사 기피제’와 ‘수사기관 무고죄’, 판검사의 법 왜곡 행위를 처벌하겠다는 ‘법왜곡죄’ 등을 신설하기 위한 입법도 추진 중이다.
검사기피제·수사기관 무고죄 입법…사법체계 흔든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대권 가도에 무리가 없게 ‘방탄’ 국회 모습도 하나씩 갖춰가는 모습이다. 우선 국회 상임위원회 중 양당이 서로 가지려 다퉜던 법제사법위원회와 운영위원회를 사수했다. 민주당은 6월10일 단독으로 국회를 열어 상임위 18개 가운데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투표로 의결했다.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은 현재 공석이다.
법사위는 모든 법안을 지키는 ‘길목’에서 실질적인 ‘상원’ 역할을 하는 곳이다. 역대 법사위원장은 제2당 소속 의원이 주로 맡았지만, 이번엔 제1당이 맡게 됐다. 21대 국회에서 김도읍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장이 여러 차례 법사위를 묶어 국회 일정을 동결 상태에 이르게 한 일을 경험한 민주당은 법사위를 내놓지 않았다. 법사위원장으로는 대표적인 ‘강성 친명(친이재명)계’로 알려진 정청래 의원(4선)을 내세웠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법사위 회의에 불참하더라도 속전속결로 법안 심사·처리를 밀어붙인다는 방침이다. 법사위에는 또 서영교·장경태 최고위원, 서울중앙지검장 출신 이성윤 의원, ‘처럼회’ 소속 강경파 김용민 의원, 이른바 ‘대장동 변호사’로 불리는 박균택·이건태 의원 등이 배치됐다. 대통령실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는 운영위 역시 ‘강성 친명’으로 분류되는 박찬대 의원이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몽골 기병과 같은 자세로 입법 속도전에 나서겠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6월10일 국회 상임위원회 11곳의 위원장 선출안을 단독으로 강행 처리하면서 했던 말이다. 지난 대선 때도 “몽골 군인 10만 명이 유럽과 아시아를 휩쓴 힘은 빠른 속도, 단결된 힘이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가 중요한 순간마다 ‘몽골 기병’을 소환해 일종의 단합을 강조하는 이유는 뭘까. 그 밑바탕에는 힘으로 밀어붙이는 ‘입법 독주’에 동료 의원들이 한마음으로 동참하는 것은 물론, 자신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에 흡사 전쟁을 치르듯 단일대오로 맞서 싸워 달라는 주문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미애 ‘의장 낙선’ 트라우마, 단일대오 강조하는 李
이 대표의 ‘전위부대’로 불리는 민주당 내 ‘더민주전국혁신회의’(이하 더혁신)와 처럼회도 존재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원외 인사로 구성됐던 더혁신은 4·10 총선에서 31명의 당선자를 배출해 원내 ‘최대 조직’으로 부상했고, 검찰 개혁을 기치로 내건 처럼회는 신규 멤버를 모집하며 세를 확장하고 있다. 이들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연임 여부를 결정할 오는 8월 전당대회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등 각종 당내 주요 현안을 주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개딸’(개혁의 딸)도 도를 넘는 행태로 이 대표 엄호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화영 전 부지사가 불법 대북 송금 의혹 사건 1심에서 징역 9년6개월의 중형을 선고받자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해당 판결을 내린 판사의 실명은 물론 고향까지 언급하면서 “판레기(판사+쓰레기)”라고 비판하는 글들이 게시됐다.
일련의 이 대표 엄호 행태를 두고 당 안팎에서 거대 야당의 ‘독재’로 비춰져 역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총선 압승 결과와 동떨어진 30%대 지지율에 머물고 있는 이유로 ‘방탄’ 일상화와 이 대표 ’독주체제’를 꼽고 있다. 이 대표 스스로도 압도적 파워를 가진 원내 제1당 대표로서 책임 있는 국정 운영을 해달라는 여론의 요구를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주당 의원은 “총선 결과로 확인했듯 이 대표 정도의 구심점을 가진 인물이 없다는 게 현재 민주당의 현실”이라면서 “덩치가 커진 만큼 책임감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이 대표 스스로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심을 얻는 데 실패한다면 당 중심에 누가 있든 다음 대선 때 후폭풍이 올 것이고, 거꾸로 대표 자리를 양보했는데 대선에서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 경우에도 (대권주자로서) 책임 있게 일을 하지 못한 데 대한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의장 선거에서 반전이 일어났듯 민주당 의원들이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당내 소통 강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원내대표나 지도부가 당내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는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면서 “전당대회 이후 당내 이견이 외부로 표출돼 분열로 비춰지지 않으면서도 수렴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나 인사가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거대 야당에 맞설 대응책을 찾지 못하던 국민의힘은 당권 후보군을 중심으로 이 대표 추가 기소와 관련해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나경원 의원은 “이화영 전 부지사 다음이 이재명 대표라는 것을 세상에서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바로 이 대표 본인일 것”이라며 검찰의 신속한 수사·기소를 촉구했다. 안철수 의원 역시 “이화영의 대북 송금 유죄는 이재명의 유죄”라며 이 대표의 ‘이실직고’를 요구했다.
한동훈, ‘헌법 84조’ 해석 논쟁 불붙여 이재명 직격
유력한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또한 ‘헌법 84조’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놓으며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직격했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은 6월9일 SNS에 “이미 진행 중인 형사재판은 피고인이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중단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적었다. 대통령 재직 중 ‘새로운 혐의’로 형사 소추를 받지 않는 것일 뿐 기존 재판은 이어지며, 여기에서 ‘집행유예’만 받아도 대통령직이 상실된다는 주장이다. 재직 중에 저지른 범죄에 대해선 해석이 명확하지만, 재직 전에 수사나 재판이 시작된 범죄의 경우 헌법학계에서도 해석이 갈린다. 한 위원장이 이 대표를 미래의 대통령으로 가정한 것이 되레 그의 정치적 입지를 키워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