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남, 지난 대선 땐 국민의힘 이번 총선에선 개혁신당·민주당으로
20대 여성은 진보진영 지지세 더욱 공고화
4월10일, 드디어 2024년 상반기의 정치 일정을 지배했던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마무리되었다. 윤석열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라는 성격이 큰 이번 선거의 결과는 예상 외로 4년 전의 21대 총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야권이 200석 이상을 차지해 개헌선을 확보하는 것까지 예상했으나, 실제 결과는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새로운미래·진보당 등 야권이 189석을 차지하고 국민의힘이 108석을 얻으며 개헌 저지선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세부 내용에서는 다른 점도 많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중심으로 펼쳐진 공천 논란을 시작으로, 대통령실이 시작한 ‘의사와의 전쟁’에, 갑작스럽게 치고 올라온 조국혁신당 돌풍, 거기에 더해 제3지대의 주도권을 둘러싼 쟁투도 있었다. 선거 결과로 정의당은 원내에서 사라졌고, 대신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이 새롭게 등장했다.
하지만 필자가 이전에도 ‘MZ학 개론’에서 강조했듯, 이번 총선의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은 청년 이슈의 부재에 있었다. 40대와 50대 중년층이 민주당을, 60대 이상 노년층이 국민의힘을 강하게 지지하는 상황에서 민주당 지지층에서 부동층으로 돌아선 청년층 표심은 상당한 중요성을 지니게 되었다. 이 점이 가장 확실히 드러난 선거가 바로 2022년 대통령선거였다. 당시 국민의힘은 이전엔 민주당 지지층에 가까웠던 20대 남성의 표심을 일부 이동시키면서 승리를 얻을 수 있었다.
청년 남성 국힘 이탈, 청년 여성 민주 결집
이번 총선에서 청년 이슈가 사라진 데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첫째로는 총선은 개별 지역구가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에, 청년층 표심의 일부 이동으로는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없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부동층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는 지지세가 강한 전통적 지지층을 확고히 동원하는 것이 더 중요한 셈이다. 둘째로는 국민의힘 내부에서 ‘청년 표심’의 대변자를 자처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이 갈등하면서, 대통령실과 여당 내부에서 청년 논의, 특히 ‘이대남론’이 표류하게 된 탓도 컸다. 셋째로 민주당 입장에서도 성별에 따라 표심의 차이를 보이는 청년층을 함부로 공략하는 일이 위험했다. 마지막으로 청년 이슈가 지난 몇 년간 너무 많이 회자되어 화제성을 잃고, 대신에 정권과 직접 연관된 새로운 이슈들이 더 중요한 쟁점으로 올라선 점도 들 수 있다.
그러나 청년 이슈가 부재했다고 해서 청년 표심이 아예 변동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2020년 총선, 그중에서도 정당 지지율과 더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비례대표 투표 결과와 2022년 대선과 비교해보면 표심의 변화가 눈에 잘 들어온다. 역시 그중에서도 ‘이대남’으로 대표되는 청년 남성층의 투표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청년 여성층이 진보 계열에 대한 확고한 지지세를 유지한 반면, 청년 남성층에서 보수 지지세가 늘어나면서 뚜렷한 변화를 보였기 때문이다. 불완전한 지표이긴 하지만, 출구조사에 따르면 2020년 당시 20대 남성의 31%가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투표했고, 약 42%가 민주당 및 정의당에 투표했다. 하지만 2022년 대선에서 20대 남성과 30대 남성은 각각 약 59%와 53%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투표하면서 ‘보수로의 이탈’을 확연하게 드러냈다.
이번 4월의 제22대 총선은 어땠을까? 비례대표 기준으로, 20대 남성과 30대 남성의 31.5%와 29.3%가 국민의힘에 표를 던졌다. 2년 만에 엄청난 이탈이 발생한 것이다. 2020년 결과와 비슷해 보이지만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이 각각 16.7%와 9.5%를 득표하며 이탈분을 흡수한 것이다. 반면 20대 여성은 75% 이상이, 30대 여성은 65% 이상이 진보 계열에 표를 던졌다. 2년 전 대선에서 이재명 대표가 이들에게서 각각 58%와 49.7%를 득표한 것을 생각하면 민주당은 오히려 청년 여성 집단의 지지를 공고히 하는 데 큰 진전을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4년간의 청년 표심을 거칠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2020년만 하더라도 확고한 민주당 지지층이던 청년층에서 균열이 발생했고, 2022년 대통령선거 때는 청년 남성층의 일부가 보수 지지층으로 이탈했다. 하지만 이때 국민의힘이 확보한 지지는 윤석열 정부 2년을 거치면서 대부분 상실되었고, 민주당 지지로 돌아서거나 이준석 대표를 지지하는 추가적 이탈자들이 발생했다. 반면 청년 여성층은 민주당에 더 강력히 결집했다. 즉 윤석열 정부 2년간 국민의힘은 청년 표심에서 오히려 손해를 보았고, 민주당과 이준석 대표가 이득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젠더 갈등의 여진, 그리고 개혁신당 지지
단적으로 말하자면 원인은 2022년 선거에서 나타난 극한의 젠더 대립을 여당이 잘 관리하지 못한 데 있었다. 젠더 갈등은 이번 선거에서 한 줄도 찾아보기 힘든 ‘철 지난 이슈’가 된 지 오래지만, 물밑에서 그 파장은 계속 지속되고 있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필두로 청년 남성층이 선호하는 공약을 통해 지지를 확보했던 국민의힘은 내부에서 ‘이대남 정책’의 실현을 두고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대부분의 정책을 ‘없던 일’로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이 심화되자 청년 남성층에 국민의힘을 지지할 이유는 ‘민주당만큼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어서’라는 네거티브 심리만 남게 되었다.
이러한 구도를 깨기 위해서는 젠더 구분을 넘어서는 더욱 강력하고 새로운 의제를 발굴해 제시했어야 하지만 이 점에서 여당은 실패했고, 정치 효능감을 제공해 주지 못했다. 반면 청년 여성층은 국민의힘이 젠더 갈등을 통해 승리를 거두었다는 것 자체에서 위협을 느꼈다. 문재인 정권 당시 여성주의가 큰 영향력을 행사했음을 생각하면, ‘이대남 정치’와 결합한 여당은 그들 입장에서 어떻게든 저지해야 하는 것이었다. 이는 이전보다 더욱 강력한 청년 여성층의 민주당 결집을 만들어냈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것은 화성을에서 승리해 원내에 진입한 이준석 대표와 비례 의석을 확보한 개혁신당의 행보다. 개혁신당 역시 청년 정책과 의제로 승부를 본 것은 아니었지만,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모두 거부하는 일정 청년층의 지지를 얻고 있음을 입증했다. 개혁신당은 앞으로도 이들을 주요 지지층으로 삼아 제3지대로서 입지를 굳히고자 할 것이다. 만약 개혁신당이 기존 구도에 균열을 내 청년 의제를 부활시킨다면, 지난 2년간 청년 의제에 침묵했던 양당 역시 대응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그것이 효과적인 전략이 될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총선이 끝나고 다음 대선까지 남은 3년의 시간, 이제 각 정당의 행보를 지켜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