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독일의 인구절벽 극복 방안은? 재정 지원과 성평등 인식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인구위기에 대한 독일·일본·중국·프랑스·스웨덴·이스라엘 등의 ‘민간기업’ 역할 주목
2024-01-15 조해수 기자
시사저널은 우리나라의 인구위기와 관련해 21대 국회의원 298명의 출신 초등학교를 전수조사했다. 2023학년도 기준 학생 수가 60명 이하인 초등학교를 다녔던 의원은 35명이다. 특히 전남지역 학교 출신 의원이 11명으로 가장 많았다. 12명의 출신 초등학교는 이미 문을 닫았다. 조사 대상 초등학교 중 학생 수가 가장 적은 학교는 월곡초 삼계분교다. 전교생 수가 단 2명에 불과했다. 이곳은 이재명 민주당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모교다(<[단독]의원님 ‘국민학교’는 안녕하십니까?...‘금배지’ 간판도 걷어찬 저출산> 기사 참조).
일본, ‘3자녀 이상 가구’ 대학까지 무상교육
이웃 나라 일본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는 ‘일본 소멸’을 경고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우리나라보다 일본이 나은 편이다. 2022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8명인 데 반해 일본은 1.26명을 기록했다. 일본은 1990년대부터 저출산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왔다. 1994년 보육·육아 대책인 ‘엔젤 플랜’을 시작으로 2003년엔 “다음 세대를 이끌 어린이가 있는 가정은 국가가 지원한다”는 ‘차세대 육성 지원대책 추진법’을 제정했다. 2012년 보육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소비세를 늘렸고, 2015년에는 저출산 정책의 컨트롤타워로 내각부에 ‘자녀·육아본부’를 설치했다. 인구 1억 명 유지를 위해 ‘1억총활약 담당 장관’까지 신설했다. 2017년 취업 여성을 위한 보육시설을 확충하고 유아·고등교육 무상화를 실시했다. 노동시간을 줄이고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법안 역시 2018년 국회를 통과했다. 일본의 노력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일본 정부는 3명 이상 다자녀 가정에 대해 가구 소득 제한 없이 모든 자녀의 4년제 대학·전문대·고등전문학교 수업료를 2025년부터 면제하기로 결정했다. 저소득 세대를 대상으로 지급하는 아동수당도 증액했다. 기존에는 셋째 아이부터 매월 최대 6250엔(약 5만6000원)을 지급했는데, 이를 1만420엔(약 9만3400원)으로 올린 것이다. 아동수당을 받을 수 있는 세대의 소득 상한선도 연간 수입 360만 엔(약 3260만원)에서 385만 엔(약 3440만원)으로 높였다. 재택근무, 육아휴직과 관련한 법안도 통과됐다. 이에 따라 3세 미만 자녀가 있는 사원이 원할 경우 일본 기업들은 무조건 재택근무를 시행할 수 있게 제도와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육아휴직도 적극 장려된다. 현재 일본은 직원 수 1000명 이상 기업에 한해 육아휴직을 몇 명이 사용하고 있는지 의무적으로 공표하고 있는데, 이 기준을 사원 300명 초과 기업으로 낮췄다.독일, 아동수당 최대 25세까지
독일은 인구 위기를 극복한 모범사례로 평가된다. 독일은 1990년 통일 이후 출산율이 급감해 1994년 합계출산율이 1.24명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독일 정부의 빠른 대처로 출산율이 반등하기 시작해 2015년 1.50명을 넘어섰고 2021년에는 1.58명을 기록했다. 각 가정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은 저출산 위기 극복의 첫 요인으로 꼽힌다. 독일의 아동수당은 말이 ‘아동’수당이지 성인까지 지급된다. 기본적인 아동수당 대상 연령도 18세까지인데 구직 중이면 21세, 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직업훈련을 받고 있으면 25세까지 월 250유로(약 36만원)의 수당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만 7세 이하 아동을 키우는 가정에 월 10만원을 주는 데 그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회입법조사처는 ‘2023년 국정감사 이슈분석’에서 “합계출산율이 2022년 0.78명까지 하락한 상태에서도 재정 부담을 이유로 다수 국가가 시행 중인 아동기 전체에 대한 아동수당 지급을 유예하는 것은 합당하게 보이지 않는다”며 “현재 0~7세까지인 아동수당 지급 대상을 17세까지로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독일은 우리나라와 달리 유치원부터 대학 교육(박사 과정)까지 모든 교육이 무료로 제공된다. 독일이 무상교육을 위해 한 해 동안 지출한 예산은 2020년 기준 1586억 유로(약 220조원)로, 전체 지출 예산(5085억 유로)의 30%를 차지한다. ‘성평등’ 인식에 기반한 출산 여성에 친화적인 노동환경 역시 독일의 인구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입법조사처가 지난해 말 내놓은 ‘20~30대 여성의 고용·출산 보장을 위한 정책방향’에 따르면, 독일은 ‘최저임금법’ ‘임금구조 투명성 촉진법’ 등 지속적인 제도 개혁으로 여성의 고용을 유지하고 성별 임금 격차를 줄여나갔다. 그 결과 독일의 여성 고용률은 2012년 71.9%였던 것이 2021년 74.4%까지 올랐는데, 이는 합계출산율과 비례하는 결과를 보이고 있다. 민간기업의 역할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사장 정운찬)은 독일과 일본을 시작으로 중국, 프랑스, 스웨덴, 이스라엘 등의 ‘인구 위기와 기업의 대응’을 연구하고 있다. 《추락하는 일본의 출산율이 한국보다 높은 이유》라는 책을 쓴 한국방송통신대 일본학과 정현숙 교수는 “일본의 기업문화는 우리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유연하다”면서 “최근 남성 육아휴직 이용률 공개 등 기업의 출산 지원제도 도입을 의무화하면서 감소하던 일본의 합계출산율이 안정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은 저출산 대응의 성공사례가 아닌 실패사례이며, 한국은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저출산 극복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일본 30대 남성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혼인율 차이가 40~50%포인트 수준이다. 1990년대 이후 일본 남성의 비정규직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이 일본의 저출산 문제의 핵심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민자의 국가 독일, 출산율 회복의 성공모델》의 저자 가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남현주 교수는 “한국의 육아휴직은 기업이 근로자에게 제공하는 혜택이라는 인식이 강한 반면, 독일에서는 ‘부모시간’이라는 이름으로 부모의 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휴직을 장려한다”면서 “독일에는 이민자에 대한 사회적 존중과 배려가 있다. 이민자를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기관을 운영하지 않고 지역주민과 함께 동일한 사회시설에서 서비스를 이용하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이웃으로 포용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