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휴장은 지속 위한 ‘잠시 멈춤’… 지역 인구 소멸 막아야”
[심층 인터뷰]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중요한 건 ‘시장’ 아닌 ‘지역’의 부활…예산시장이 하나의 예시 되길”
그동안 여러 콘텐츠를 통해 상권을 활성화하고 지역을 조명해 왔다. 전통시장을 살리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중요한 것은 ‘시장’이 아니다. ‘지역’이다. 지역특산물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인 《맛남의 광장》을 하면서 지방을 많이 다녔다. 지역 인구가 줄어들면서 지역의 특색 있는 음식점들은 폐업하거나 위기를 마주했다. 그러면서 음식값은 오히려 올라가고, 사람은 더 찾아오지 않는 악순환이 빚어졌다. 그렇게 지역이 고유의 색깔을 잃어가는 것이 안타까웠다. 일본이나 중국, 홍콩 등 해외를 많이 다녀보니 특색을 살려 관광지로 활성화된 곳이 많았다. 음식이 살아있다면 지역이 살아나지 않을까, 경쟁력 있는 가격의 음식이 있다면 사람이 다시 모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내가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지역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봤고, 지역의 특색을 살릴 수 있는 도구가 무엇인지 고민했다. 예산은 그 첫 번째 시작점이고, 그 도구로 ‘시장’을 택한 것이다. 처음 계획했던 곳은 예산이 아니었다. 여기저기 두드리다 보니 고향인 예산이 가장 소통에 적극적이었다.”‘프랜차이즈 사업가’ 백종원의 행보는 ‘공익’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나는 원래 돈 버는 것이 주목적인 사업가다. 방송을 하면서 공익적인 면이 부각됐고, 그로 인해 많은 분이 사랑해 주셨다. 사람들이 친근하고 예쁘게 봐줬으면 하는 마음에 공익적인 행동을 하고 기부를 했는데, 어느 순간 공익적인 활동을 통해 얻는 기쁨과 즐거움이 돈을 버는 것 못지않게 커졌다. 주변에서 좋은 말씀을 해주시니 더 칭찬받고 싶고, 더 착해지고 싶고, 더 통이 커지고 싶었다. 그러면서 사회적인 책임도 느끼게 됐다.”예산을 활성화하는 도구로 ‘시장’을 택했다. 시장 활성화가 지역 인구를 늘리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본 이유는.
“어떤 지역에 살기 위해서는 돈벌이가 있어야 한다. 귀농으로 답을 찾으려는 곳도 많지만 농사를 짓고 싶어 하는 젊은이는 많지 않다. 농업, 수산업 등 지역 기반산업 외에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그중 젊은이들이 진입할 수 있는 영역이 서비스업이라고 생각했다. 관광객이 많아지면 그들을 대상으로 뭔가를 해보려는 사람들이 지역에 들어오게 된다. 그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인구가 되고, 또 그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여러 업종이 다시 살아난다. 예산시장에 입점할 창업자들을 선정할 때, ‘주민등록주소지가 예산일 것’을 조건으로 삼은 이유이기도 하다.”많은 지자체가 예산시장의 성공을 거울삼아 지역 활성화의 답을 전통시장에서 찾으려 하고 있다.
“전통시장 활성화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급하게 바라봐야 하는 문제는 인구 소멸이다. 많은 젊은이를 지역으로 오게 만들어야 한다. 예산시장 활성화를 계기로 모든 지자체가 시장에 집중할까 걱정이다. 지역의 매력을 찾고, 벌이가 되는 도구를 만들어주면 사람이 온다. 그동안 많은 지자체는 공단과 관공서를 유치하는 것에 힘을 쏟았다. 사람을 불러들이는 데 가장 주효한 것은 관광자원이라고 생각한다. 지리적 여건도 중요하지만 스토리를 만드는 작업이 우선돼야 하고, 그것을 지역특산물과도 연관시킬 수 있어야 한다. 예산시장에서는 예산 쪽파를 활용한 파기름 국수를 팔고 있지만, 양파가 많이 나는 무안에서는 양파기름 국수를 만들 수 있다. 그것 또한 경쟁력이 된다.”지역의 관광자원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뭔가.
“머지않아 통일이 될 거라 생각한다. 격차가 심한 나라가 합쳐지면 많은 지출이 발생한다. 통일이 됐을 때 이를 보전할 수 있는 기회는 ‘관광’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관광객을 가로막았던 남북 간 대치가 사라진 한국은 관광의 허브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부터라도 관광에 대한 준비가 돼있어야 하고, 그 범위는 지역까지 확대돼야 한다. 여행을 많이 가본 사람은 관광에 대한 시선이 다르다.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가가 요리 프로그램을 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음식을 만들어 먹어본 사람이 음식을 만드는 사람을 존중하고, 좋은 외식 문화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관광이 주업인 홍콩을 보더라도 관광객에 대한 시선이 따뜻하다. 관광 한국이 되기 위해서는 지역의 관광 요소를 특화시켜 관광문화 자체를 만들어야 한다. 많은 사람이 국내 관광지를 경험해야 하고, 가격 경쟁력이 있는 맛있는 음식을 먹어봐야 한다. K팝과 K콘텐츠가 만들어낸 긍정적인 분위기를 타고 ‘가고 싶은 한국’을 만들어야 한다. 지역을 활성화하는 것은 그 준비 작업이다. 향후 10년은 한국에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다.”“다음 프로젝트 도구는 ‘빈집’…바다 관광 요소도 구상 중”
그렇다면 예산은 국내의 관광 요소를 만드는 프로젝트의 시작점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추가로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는 지역이 있나.
“물론이다. 다음 프로젝트의 도구는 ‘시장’이 아니다. ‘빈집’이다. 추진 중인 부분이라 아직 지역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빈집을 활용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내륙뿐 아니라 바다를 활용한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3면이 바다인 나라는 많지 않다. 통일이 된다면 관광의 배경은 더 넓어질 것이다. ‘어부의 길’이라는, 바다의 관광 요소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배 면허도 땄다. 어촌에서 배를 타고 다니며 어촌의 먹거리와 즐길거리를 체험하는 1박2일, 혹은 2박3일 일정의 콘텐츠를 구상 중이다. 몸이 하나라 아직 진행을 못 하고 있다(웃음).”이번 프로젝트는 유튜브를 통해 공개됐다. 방송이 아닌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예산시장 프로젝트를 공개한 배경도 궁금하다.
“방송사와도 논의한 적이 있었지만 심의나 제작비 등 제약이 많았다. 《골목식당》 때는 방송이 방영되는 기간 안에 컨설팅을 마쳐야 한다는 부담감이 존재했고, 컨설팅을 지속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다. 유튜브 콘텐츠 《MZ들이 장사하는 세상》을 시작한 배경에도 《골목식당》의 짧은 컨설팅이 아쉽고 미안했던 마음이 있었다. 특히 지역을 살리는 프로젝트는 장기적으로 진행돼야 했다. 그래서 유튜브 채널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했고, 몇 년 전부터 치밀한 작전을 짰다. 음식을 가르쳐주는 채널에서 갑자기 시장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의아하게 여겨지지 않도록 ‘지역’으로 관심을 이끄는 방안을 만들고자 했다. 지역 시장의 사라져가는 맛집을 소개하는 《님아 그 시장을 가오》라는 콘텐츠가 그래서 나왔다.”예산시장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벤치마킹한 시장이 있나.
“홍콩이나 일본 등 관광업이 잘되는 나라를 보면 음식에 관한 스토리텔링이 잘돼 있다. 예산시장에 ‘스토리’를 넣은 이유다. 닭볶음탕에 예산 특산물인 꽈리고추를 넣고, 닭바비큐 소스에 예산 사과를 넣는 것도 스토리가 된다. 색깔을 가미하고 살을 붙여 나가면 더 특화될 수 있다. 벤치마킹한 곳은 아니지만, ‘나쁜 선례’로 잡은 시장은 서울의 광장시장이다. 천편일률적인 음식 메뉴들을 여러 매장에서 같이 판매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메뉴를 모두 갈라놨다.”젠트리피케이션의 부정적인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이사장으로 있는 예덕학원을 통해 점포를 매입하는 방안을 택했다. 효과가 있나.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시장 내 다른 점포를 매입하려는 외지인들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는데.
“장사가 잘되면 임대료가 오르고, 기존 상인들이 내몰린다. 《골목식당》 때도 젠트리피케이션 때문에 음식값이 올라가는 악순환이 생겼다. 그래서 매입을 통해 임대료를 유지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최근 예산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점포 주인들이 기존 상인들을 내보내려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외지인들에게 점포가 넘어가 임대료가 오르면 우리가 우려하던 문제가 생기게 된다. 이 현상을 막기 위해 시장상인회와 논의하고 있다. 기존에 장사하다 나가게 된 상인들을 우리가 매입한 가게에 우선 입점시키기로 했다. 시장을 살리는 프로젝트인데, 오랫동안 장사하신 분들을 당연히 고려해야 한다.”3500~4000원인 선봉국수의 저렴한 가격 때문에 주변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들었다. 이 외에도 예산 지역의 숙박비가 치솟는 등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파생된 문제들이 있다.
“보통 국숫집들은 7000원 정도에 국수를 판매하고 있다. 원래 예산 자체가 소비성이 없는 지역이다 보니 최소한의 매출을 만들어내기 위해 책정된 가격이다. 이와 관련해 계속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같은 가격에 판매한다는 전제하에 선봉국수의 레시피를 오픈하기로 했다. 최근 예산에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숙박료도 시장이 활성화되기 전보다 두 배 이상 인상된 것을 확인했다. 간담회를 통해 숙박업소의 바가지요금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자제를 당부했다.”위생 문제 역시 전통시장의 과제와도 같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위생등급제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는데.
“소비자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당이 돼야 한다. 이번에 위생등급 점검 결과 ‘최우수’가 많이 나왔다. 근처의 가게들도 원한다면 시장 내 가게들의 레시피를 쓸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전제는 가격을 맞출 것, 그리고 위생점검을 받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위생등급에 대한 인식이 퍼져나가 예산에 있는 대부분의 식당이 위생등급제를 시행하게 되면 외부에서 예산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이다. 도심에서도 잘 못 하는 일 아닌가. 이것은 지역이 스스로 관광객들이 믿을 수 있는 지역으로 거듭나겠다는 약속이기도 하다.”성공을 예측하기 어려웠던 만큼 기존 계획에서 변경된 부분도 많을 것 같다.
“원래 계획은 점포들이 잘되면 내보내는 것이었다. 1~2년 정도 있다가 닭볶음탕집을 내보내고, 다음엔 국숫집을 내보내고, 이들이 나간 자리에 새로운 매장을 여는 것이었다. 매년 예산시장의 음식이 바뀌는 설정으로 운영하려 했던 것인데 많은 분이 찾아주시면서 계획이 많이 수정됐다. 오시는 분들이 같은 음식을 맛보실 수 있게 다른 식당에도 레시피를 열었다. 처음에는 이렇게 많은 매장을 매입할 생각도 없었다. 딴 데 팔리면 임대료가 올라가겠다는 생각에 매물이 나올 때마다 급하게 매입하게 된 것이다.”“4월1일 재개장…시장에 ‘살거리’ ‘볼거리’로 재미 더한다”
재개장을 앞두고 있다. 예산시장의 무엇이 바뀌나. 방문객들이 가장 많이 불편을 호소한 부분은 음식을 먹을 곳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장옥 마당의 테이블 수를 늘리기는 어렵다. 일단 테이블 대기 시스템을 적용할 예정이다. 방문객들이나 유튜브 구독자들이 쓴 댓글을 본다. 멘털을 유지해야 하니까 다 보지는 않는다(웃음). 많은 분이 음식을 드시지 못하고 가셨다고 하더라. 서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도 확충된다. 예산시장은 스타필드가 아니다. 몇천억원을 투자하고 모든 걸 준비해 오픈하는 대형 쇼핑몰이 아니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이 많을 수 있다. 아직 더 갖춰야 할 부분이 많고, 그에 따라 2·3차 휴장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여름철 냉방 문제나 겨울철 난방 문제도 염두에 두고 있다.”추가적으로 시장에 들어오는 먹거리에 관해서도 설명해 달라.
“《님아 그 시장을 가오》에서 조명했던 한 전통시장이 있다. 갈치가 전국에서 가장 싸다. 갈치 때문에 시장이 알려질 정도다. 우리가 잘 소진되지 않는 농산물을 활용해 밀키트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농협·수협과 교류가 많은데, 요새 고등어가 많다고 해 고등어를 판매하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 고등어 자체도 판매하고, 고갈비를 구워줄 수도 있다. 재래시장에서도 가격 경쟁력이 있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계속 연구하고 있다. 피자가게를 준비하려 했지만 피자는 안 들어갈 확률이 높아졌다. 예산시장에서 오랫동안 장사해온 ‘도나스’ 가게가 들어오고, 튀김과 전, 우동, 어묵을 파는 가게가 생긴다. 불판빌려주는집 줄이 너무 길어 밥을 미처 구매하지 못하는 분이 많았는데, 전략적으로 예산 쌀을 홍보하면서 밥을 판매하는 ‘밥집’도 들어오게 된다. 골목양조장은 시장의 ‘보틀숍’이 된다. 골목막걸리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술도 예산시장 보틀숍에서 판매할 예정이다.”‘백종원’의 손을 거쳤으니 당연한 거겠지만, 예산시장은 ‘먹거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혹시 시장에 다른 재미를 더할 계획도 있나.
“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즐거움을 더할 ‘살거리’ ‘볼거리’를 구상하고 있다. 재개장되는 예산시장에서는 ‘사과 바지’를 판매할 계획이다.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만드는 옷으로, 추후에는 예산의 폐플라스틱센터에 모이는 플라스틱을 활용하게 된다. 연간 100톤 정도 배출되는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환경을 생각하는 뜻깊은 상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외에도 여기서만 살 수 있는 품목들을 넣으려고 한다. 그 제품이 무엇일지 연구하고 찾는 것도 하나의 노하우가 되는 것이고, 그것을 통해 지역과 협력하면서 사업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산 근처의 관광지도 장내 스크린을 통해 살펴볼 수 있게 된다. 최종 목표는 로봇 서빙이다. 드론은 현실화가 어렵다고 하지만(웃음), 어쨌든 그걸 목표로 하는 거다. 뭐든지 시작이 힘든 것이고, 시작하고 나면 발전시키는 건 쉽다.”유의미한 관광 수입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숙박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더본코리아가 제주에서 운영하는 호텔 더본처럼 예산에 숙박시설을 만들 생각도 있나. 주차시설이 확충될 가능성도 있는지 궁금하다.
“예산시장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야시장이다. 밤늦게까지 먹거리를 먹으면서 술도 한잔하고 놀기 위해서는 잘 곳이 있어야 되는데 숙박시설이 부족하다. 결국에는 숙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논의를 한 적은 있다. 하다 하다 안 되면 호텔도 구상해 보겠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고, 호텔을 지을 계획은 아직 없다. 수요가 있는 곳에 호텔을 짓는 것이지, 호텔을 통해 수요를 창출하지는 않는다. 방문객이 늘어나면서 예산군에서는 바로 주차타워를 짓겠다고 했지만 절대 하지 말라고 했다. 탁상행정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운영이 잘된다는 판단이 들 때 시설을 증설해야 한다.”그렇다면 예산시장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고 스스로 평가할 수 있는 시점은 언제인가.
“댓글을 보면 ‘6개월도 못 갈 것’이라고 말하는 분도 있다. 2년은 지나야 안정적으로 정착됐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오지는 않을 수 있지만, 근처에 왔다면 ‘예산 가서 밥 먹자’ ‘예산에서 막걸리 한잔하자’ 이런 분위기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래서 추가적인 장치를 만들 계획이다. 전통주 양조장을 준비하고 있고, 삽교 곱창거리도 4월 중 오픈할 계획이다. 예산에서 삽교, 덕산은 가깝다. 예산에서 놀다가 삽교에서 곱창 먹고, 덕산에 가서 온천을 하고 숙박할 수도 있다. 관광이 잘 연계되면 지역이 함께 살아난다.”결국 중요한 것은 장기화다. 지자체에서는 그동안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 중 하나로 청년몰 사업을 많이 추진했다. 최근 5년 의무 유지 기한이 끝나면서 폐쇄가 이어지고 있는데, 대부분 요식업을 중심으로 전개됐던 청년몰이 몰락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창업의 기회는 좋은 입지와 함께 주어져야 한다. 대부분의 청년몰은 싸게 얻을 수 있는 곳, 제일 구석에 집어넣었다. 입지 선정이 잘못됐다면 소비자가 찾아올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줘야 한다. 《골목식당》에서도 청년몰을 컨설팅하면서 가장 먼저 지적하는 것이 ‘가격’이었다. 찾아가기 불편한 곳에 있다면 가격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불편함을 상쇄시키고 추억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저렴한 가격이 필요한데, 그것을 지적하는 전문가는 없다. 매출은 안 나오고, 가격은 내릴 수 없고, 사람들은 오지 않는다. 청년몰을 오픈하며 홍보는 하지만 그에 걸맞은 경쟁력을 만들어주지 못했다. 초반에 매력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은 오지 않는다. 밑 빠진 독에 임대료만 대주면 뭘 하겠나. 실질적으로 손님들이 찾아올 수 있는 매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시장’ 아닌 지역 특색 보여줄 도구 찾아 지역 살려야”
예산시장 프로젝트는 청년 창업 문제에 대해서도 좋은 답안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본외식산업개발원이 창업과 가게 운영을 돕는 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궁금하다.
“예산에 백종원 국밥거리가 있다. 더본외식산업개발원을 통해 국밥집 위생교육과 컨설팅을 하다 욕심이 생겼다. 예산의 모든 식당을 기본 이상은 하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는 꿈이 생긴 거다.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알아보니 지자체에서 매년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많더라. 보통 도심에 있는 강사를 초빙해 교육이 이뤄지기 때문에 일회성 교육에 그친다. 회사 교육팀과 연계해 전문 강사진이 예산에 상주하며 교육을 진행하고, 제가 특강도 진행하니 반응이 좋았다. 축제 때는 먹거리 장터를 운영하는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25개 메뉴를 개발해 주면서 노하우를 쌓아갔다. 그다음에 시장 프로젝트를 시작한 거다. 외식산업개발원을 통해 지역의 관광자원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창업자 교육을 할 수도 있고, 지자체에서 필요한 교육을 실행할 수도 있다. 요식업 교육에 대한 수요도 늘었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도 필요한 교육을 대행해 주면서 매출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시장은 음식만 가지고 운영되는 것이 아니다. 홍보, 기획, 마케팅도 필요하다. 이번에 대학생들을 교육하는 ‘지역 혁신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컨설팅 기술을 배우면서 시장을 홍보하고, 기획하고, 마케팅하는 것을 익히면 지역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다. 관광자원에 대한 기획과 마케팅을 통해 자체적으로 홀로 설 수 있는 방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예산시장 프로젝트를 통해 일자리도 창출했다. 먹거리 장옥의 테이블 정리를 예산지역자활센터와 시장상인회가 연계해 고용한 ‘깔끔이 사업단’이 도맡아주고 있었다.
“원래는 더본외식개발원에서 고용했다. 처음 시작하는 것이다 보니 장사가 잘될지 예측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방문객이 늘어나면서 자활센터와 시장상인회가 용역계약을 맺게 됐다. 자활사업에 참여하시는 분 중에는 다문화가정의 구성원도 있고, 소통이 힘든 분들도 있다. 불편을 느끼는 소비자들도 있으실 거다. 하지만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그분들에게는 예산시장이 하나의 일자리가 되고, 자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된다. 그 자체가 뜻깊은 것이라고 본다. 불판빌려주는집 매출은 상인회 매출이다. 마진이 가장 많이 남는 매장이라 상인회에서 운영하기로 했다. 시장을 운영하는 전반적인 부분을 이 비용으로 충당한다.”더본코리아가 노하우를 전수하고, 대기업은 사회공헌을 하고, 지자체는 효과적인 자금 운용을 하는 ‘삼위일체’를 언급한 바 있다. 대기업의 참여가 이뤄진 부분이 있었나.
“중요한 것은 ‘이미지 홍보’가 아니다. 무작정 기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회사를 알릴 수 있는지, 사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장기적으로 기업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장옥 마당의 대형 모니터는 LG전자가 기부한 것이다. 강의를 갔다가 예산시장 프로젝트에 대해 언급했는데 사장단 측에서 ESG 사업으로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시장 곳곳의 모니터와 키오스크 기기 등을 지원해 줬다. 제가 모델로 활동한 유플러스 쪽에서는 와이파이 설비를 설치하는 데 도움을 줬다. 이 외에도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이 많다.”궁극적으로 예산시장 프로젝트를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 싶나.
“저는 다행히 많이 알려진 사람이고, 유튜브도 하기 때문에 많은 분이 저의 움직임을 지켜봐 주셨다. 민과 관이 만나 지역이 활성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었고, 또 이게 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다른 기업에 보여주고 싶었다. 지금까지 지역과 연관해 사업을 진행하는 회사는 많았지만, 기안만 해주고 사업비를 가져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회사는 더는 존재해서는 안 된다. 먼저 선투자를 하거나 결과물을 보여주고, 지자체가 회사를 선택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지역도 살아나고 기업도 매출을 올릴 수 있게 되면서 지속적인 성장이 이뤄질 수 있다. 이번에 휴장을 택한 것은 일회성 투자여서는 안 된다는 것, 또 지역과 관계를 맺은 프로젝트에 AS까지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시장을 부흥시켜 지역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기업과 함께 지역을 살릴 수 있다는 가능성, 지역을 살릴 수 있는 관광자원의 중요성을 바라봐주면 좋겠다. 예산시장 프로젝트가 지역의 특색을 보여줄 수 있는 ‘도구’를 찾는 계기로 작용하길 바란다.”* 연관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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