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구 예산군수 “지방 소멸에 대한 해법, 예산시장에서 찾았다”

[인터뷰] 지자체 브랜드 파워 1위 예산, 서울 강남 제쳐

2023-03-20     이석 기자
한국기업평판연구소는 최근 전국 226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한 기초자치단체 브랜드 평판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전까지 압도적 1위는 서울 강남구였다. 올해 조사 결과는 달랐다. 인구 8만여 명의 예산군이 전체 1위를 차지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진두지휘한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예산시장은 낙후된 전통시장 중 하나에 불과했다. 하지만 전통시장 살리기 프로젝트 이후 평일에는 5000명, 주말에는 1만~2만 명의 방문객이 몰리는 ‘명소’가 됐다. 백 대표의 뒤에서 조용히 전통시장 부활 프로젝트를 지원한 사람이 최재구 예산군수다. 그는 그동안 예산이 고향인 백 대표와 함께 지역 상권이나 스타트업 살리기에 주력해 왔다. 그 결과물이 예산시장의 성공이라고 말한다. 최 군수는 3월14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예산시장은 현재 전통시장 활성화를 통한 인구 유입과 지역경제 활성화의 표준 모델로 자리 잡았다”면서 “3월말까지 휴장을 단행한 이유 역시 그동안 제기된 문제점을 보완하고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시사저널 최준필

예산시장 성공에 전국 지자체 ‘러브콜’

예산군은 현재 전국 지자체로부터 뜨거운 러브콜도 받고 있다. 예산시장의 성공 모델을 벤치마킹하기 위한 다른 지자체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최 군수는 “백 대표와 함께 다른 지자체장이나 의회 관계자들을 여러 차례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면서 “예산시장의 성공이 한국 사회의 문제인 지역 소멸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최 군수와의 일문일답.

예산군이 서울 강남을 제치고 전국 226개 지자체 브랜드 평판 조사에서 1위를 기록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추진한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가 성과를 냈기 때문으로 본다. 예산시장은 이제 전국적인 명소가 됐다. 시장이 개장되고 두 달여 만에 18만 명이 다녀갔다. 다시 한번 큰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예산을 방문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의 성공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고향이 예산인 백종원 대표의 애향심과 예산군의 행정력이 더해진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예산시장은 낙후된 전통시장 중 하나에 불과했다. 방문객도 끊겨 절반 이상의 상가가 문을 닫았다. 쇠락한 전통시장과 연계한 신성장동력 발굴이 시급했다. 백 대표와 논의 끝에 낸 결론이 예산을 청년 창업의 메카로 만드는 것이었다. 더본코리아는 우선 옛 보건소 건물을 활용한 新활력 창작소와 민관 최초의 외식 창업 교육기관인 더본 외식산업개발원을 오픈했다. 이렇게 육성된 청년 창업가는 더본코리아가 매입한 예산시장 내 점포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예산군의 경우 중앙광장인 오픈스페이스 부지를 제공했다. 방문객들이 이곳에서 자유롭게 먹거리를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하면서 인기를 얻은 것 같다.”

잘나가던 예산시장을 3월말까지 휴장한 이유도 궁금하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잠시 휴장을 결정했다. 시장을 운영하면서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오픈스페이스 공간 바닥과 천장, 화장실 리모델링과 함께 신규 청년 창업 업체 준비를 위해서였다. 4월1일 재개장 예정이다. 많은 관심 가져 달라.”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예산은 충청권의 대표적인 곡창지대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공주 등과 함께 가장 발전한 도시 중 하나였다. 충청권에서 가장 먼저 은행이 들어선 것도 예산이었다. 상대적으로 풍족하다 보니 발전이 더뎠다. 젊은 층이 외부로 빠져나가면서 재래시장과 같은 상권 역시 활력을 잃고 쇠퇴할 수밖에 없었다. 예산시장을 오픈하면서 시장 상인들과도 대화를 많이 했다. 옆에서 보는 제가 민망할 정도로 백 대표가 시장 상인들을 혼내는 모습도 봤다. 상인들 중 일부는 이런 모습을 싫어했다. 간섭이나 참견이라고 생각했다. 그 정도로 처음에는 습관이나 고정관념을 바꾸기가 쉽지 않았다. 지금은 분위기가 바뀌었다. ‘왜 예산시장만 챙기냐’면서 다른 시장 상인들이 화를 낸다. 변화된 시장의 외관뿐 아니라 상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많이 느꼈다.”

예산시장이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다른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고 들었다.

“그렇다. 예산시장은 이제 전통시장 활성화를 통한 인구 유입이나 지역경제 활성화의 표준 모델로 자리 잡았다. 이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전국 지자체에서 방문과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경남 창녕군의 군수와 군의회 관계자들이 최근 예산시장을 방문하고, 백 대표와 함께 다양한 발전 방안을 논의하고 갔다. 다른 지자체들과의 간담회가 현재 줄줄이 예정돼 있다.”  

“제2, 제3의 예산시장 성공 모델 준비 중”

지방 소멸과 청년 인구 감소가 최근 한국 사회의 큰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예산시장의 성공이 해법이 될 수 있나. 

“다른 지자체에서 예산시장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예산시장은 매우 낙후됐다. 예산시장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구도심의 상권 전체가 흔들렸다. 청년들이 외부로 빠져나가면서 인구 역시 감소했다. 예산시장의 성공은 지방 소멸과 청년 인구 감소에 대한 해법을 일부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청년 창업교육과 함께 유휴 공간을 활용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인구 증가는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국가 정책의 어젠다 설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향후 계획은.

“지금까지는 구도심에 위치한 예산시장 살리기에 공을 들였다. 여기서 얻은 노하우를 군내 다른 곳으로 확대하는 게 향후 계획이다. 예산시장의 경우 휴장 전까지 평일 5000명, 주말 2만여 명의 방문객이 찾았다. 하지만 예산시장만으로 밀려오는 관광객을 소화할 수는 없다고 본다. 이들을 더 붙잡아둘 수 있는 게 무엇일지 현재 고민 중이다. 가깝게는 제2, 제3의 예산시장이 될 곱창거리나 역전시장, 덕산시장 등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대흥면 폐교를 활용한 전통주 체험단지 조성 사업이나 삽교, 예당호, 덕산온천 등을 잇는 관광벨트 조성도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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