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백종원의 마법’ 실현된 예산시장, 무엇이 달라질까
백종원의 예산 살리기 실험, ‘시장’으로 통했다 지속 가능성을 위해 재정비 후 4월 재개장
2023-03-20 조유빈 기자
지역 특산물 메뉴로 차별화…밥집·생선가게 생긴다
‘먹거리 장옥’을 통해 1980년대로 들어간다. 옛것의 매력을 찾을 수 있는 장소가 전통시장이기에, 옛날의 분위기는 그대로 살렸다. 많은 이가 시장을 찾지 않는 이유가 노후한 시설이기에, 그 속의 시설은 초현대에 가깝게 바꿨다. 목조 처마 아래로 빛이 새어 들어오게 연출한 따뜻한 분위기는 옛날의 그것이지만, 시장 내 가게들을 소개하는 대형 스크린과 먹거리를 주문하는 키오스크는 현대식 그 자체다. 새로 생겨난 가게 다섯 곳과 기존에 있던 일곱 곳의 식당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먹거리 장옥을 이룬다. 옛날 간판의 느낌을 살린 신광정육점은 이 먹거리 장옥의 중심이 된다. 장옥 마당에는 스테인리스로 된 원형 식탁이 수십 개 놓였다. 시장에서 산 먹거리를 먹을 수 있는 이곳은 예산군이 매입한 공간이다.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고, 불판빌려주는집에서 불판과 부탄가스를 빌리면 시장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먹는 특별한 경험이 가능해진다. 국숫집 앞에는 오전 11시 전부터 50명에 가까운 사람이 줄을 섰다. 멸치육수에 멸치기름을 더해 만든 멸치국수와 예산의 쪽파로 만든 파기름 비빔국수를 파는 ‘선봉국수’다.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당시 예산군수였던 황선봉 군수의 이름을 따 가게 이름을 지었다. 두 가지뿐인 메뉴는 추억과 맛, 가격으로 무장했다. 시장에서 먹는 국수라는 추억에 더해 3500~4000원이라는 착한 가격이 손님들을 불러 모은다.시장 이용 편의성 확대…테이블 대기 시스템 정비
음식을 두 손 가득 받아든 이들은 장옥 마당으로 향한다. 수십 개 테이블이 있지만 몰려드는 손님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시장에서 산 음식이라면 무엇이든 시장에서 먹을 수 있다. 국수를 사서 닭볶음탕집 앞에서 먹어도 되고, 칼국수를 사서 장옥 마당에 나와서 먹어도 된다. 그래서 장옥 마당은 먹고 있는 사람들과 자리가 나길 바라며 대기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혹시 식사가 끝나시면 저희가 앉아도 될까요?” “이미 다른 분이 예약하셨어요.” “저희 다 먹었으니 앉으셔도 돼요.” 생소한 대화가 오가는 먹거리 시장의 새로운 풍경이다. 자리를 잡지 못한 사람들이 음식을 먹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리는 상황이 이어지자, 테이블 대기 시스템을 통해 불편함을 개선하기로 했다. 많은 사람이 돌아다니는 장옥 마당의 안전성과 위생을 위해 바닥 평탄화 작업도 진행한다. 신광정육점 앞은 고기를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이곳에서는 뒷고기나 도래창과 같은 특수부위를 만날 수 있다. 뒷고기 600g에 9000원. 삼겹살 200g에 4900원. 고물가 시대에 반가운 가격이다. 시장을 찾은 30대 커플은 “시장 안에서 고기를 구워 막걸리와 함께 먹는 게 재밌겠다고 생각했는데, 가격도 저렴해 고기를 2만원어치 샀다. 배부르게 먹고도 남아 포장해 갈 예정”이라고 했다. 다른 곳에선 보기 힘든 도래창은 특히 인기 있는 메뉴다. 대창과 막창을 섞어놓은 것 같은 맛을 내는 특수부위로, 저렴한 가격에 고소하고 기름진 맛을 자랑한다. 이 도래창은 이미 백 대표가 유튜브를 통해 소개한 바 있다.사과 바지 등 예산시장의 ‘살거리’ 등판
3월 중순 다시 찾은 예산상설시장은 새로 들어올 점포들을 맞이할 준비로 분주했다. 바닥을 평탄하게 만드는 작업은 거의 마무리됐고, 장옥 입구 쪽에는 음식을 다 먹은 테이블을 정리하는 데 쓰일 퇴식구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외부에서 시장 안쪽으로 들어올 생선집의 내부 시설 작업도 한창이다. 오래된 주단집은 새로운 가게로 태어나기 위해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매장의 위치가 바뀌는 곳도 있다. 시장의 오래된 명물 구구통닭은 고려떡집 옆으로 이사를 간다. 4월이 가까워올수록, 이미 한 번 ‘시장의 부흥’을 겪은 상인들의 기대도 커진다. 건어물가게의 김지준 사장은 “새로운 매장이 추가되면서 더 많은 분이 예산시장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지금도 공사 중이지만 많은 분이 구경하러 오신다”고 했다. 실제로 공사 중인 시장에는 또 한 번의 변화를 거칠 예산시장의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한산한 시장닭볶음과 선봉국수 앞 골목에서 인증 사진을 남기는 이들도 있었다. 조세제 예산시장 상인회장은 “시장의 부족한 부분도 채우고, 다양한 먹거리를 배치해 예산시장을 찾는 분들께 선택의 폭을 넓혀주려 한다. 상인회 차원에서도 예산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군에 건의하고, 자체적으로 검증된 먹거리와 볼거리를 꾸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먹거리 외에도 다른 재미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방문객들의 목소리를 들은 예산시장은 이제 ‘살거리’와 ‘즐길거리’를 장내에 더한다. 재활용 원사로 만든 사과 바지, 고무신 등 이곳에서만 살 수 있는 흥미로운 살거리들이 재개장되는 예산시장에 등판한다. 시장을 방문한 이들이 예산의 관광지와 주변의 즐길거리를 살펴볼 수 있도록 장옥 내 스크린도 활용할 예정이다. ‘지속 가능성’을 위해 ‘잠시 멈춤’을 택한 예산시장. 그 유의미한 변화의 결과는 4월1일 공개된다.* 연관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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