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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네이멍구자치구 출신 신예 화가 ‘하이리스’, 국내서 잇달아 전시회 개최

중국의 신예(新銳) 화가 ‘하이리스((海力斯)’가 국내에서 잇달아 전시회를 열고 있다. 어려서 피아노를 공부했지만, 첼로를 가르치던 교수에서 서예가로 전환한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화가가 됐다. 사범대학에서 밀화를 공부하다가 프랑스 유학시절에 유화의 색채와 표현에 감동을 받고 유화를 그리는 화가가 됐다. 

하이리스는 음악과 미술의 연관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그녀는 연주를 통해 예술이 되는 음악은 시간의 흐름이 있지만, 미술작품은 완성되는 과정에 시간이 포함된 템포가 있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이번 전시회의 제목도 악곡의 장르 ‘푸가(Fugue)’로 정했다. 하이리스는 음악적 작품 활동을 통해 생명의 경외심과 대자연의 신비로움을 유화에 담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상상의 해양생물을 템포가 있는 색채로 표현해 생명을 불어 넣은 작품을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하이리스는 한국과 남다른 인연을 갖고 있다. 유학생이던 네이멍구 출신의 남편을 한국에서 만났다. 그래서 첫 해외 전시회를 한국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지난 14일부터 롯데타워 2층 넥스트뮤지엄에서 40점을 전시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오는 25일까지 진행된다. 앞서 지난 9일 국회의원회관 3로비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하이리스는 오는 11월쯤 제주도에서도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하이리스로부터 자신의 작품 세계와 향후 작품 활동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출신의 신예 화가 '하이리스'가 음악과 미술을 연결한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구자익 기자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출신의 신예 화가 '하이리스'가 음악과 미술을 연결한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구자익 기자

피아노 연주 실력이 수준급인데 화가가 된 이유는. 

“원래 아버지가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에서 첼로를 가르치는 교수였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피아노를 공부했다. 피아니스트가 꿈이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서예가로 전환하셨다. 아버지를 따라 붓을 들고 그림을 그렸는데, 재능이 있다고 하셨다. 그 때부터 미술을 공부했다. 피아노는 취미로 계속 공부하고 있다. 피아노를 잘 연주하는 화가가 되고 싶다.” 

화가가 되기 위해 어떤 공부과정을 거쳤나. 

“사범대학교를 졸업했다. 선생님이 되려면 밀화나 유화를 모두 공부해야 한다. 석사과정 때 밀화를 전공했다. 밀화는 중국의 전통그림이다. 중국에서 화가가 되려면 반드시 밀화를 공부해야 한다. 그 후 프랑스 유학시절에 유화를 봤는데, 색채와 형체에 감동을 받았다. 또 유화가 음악과 연관성이 있다고 느꼈다.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유화와 음악의 연관성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에서 전시회를 개최한 이유는.

“원래 일본에서 먼저 전시회를 개최하려고 했다. 동·서양의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국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남편을 한국에서 만났다. 남편은 한국의 대학에서 학사와 석사, 박사과정을 마쳤다. 또 한국은 유화가 많이 성장해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많은 조언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 전시회의 제목을 악곡의 장르 ‘푸가’로 정한 이유는. 

“프랑스에서 ‘재즈’를 제목으로 전시회를 개최한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림이 재즈에 걸맞게 프리스타일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 때 나의 미술은 음악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에 대해 생각했다. 딱 떠오르는 것이 푸가였다. 푸가는 하나의 주제에 규칙성과 반복성을 가지고 고도의 대립기법으로 구성되는 복사율의 악곡이다.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푸가를 토대로 그림을 그릴 계획이다.” 

피아노 연주가 미술작품 창작에 도움이 되는가. 

“음악은 청각 중심이고, 미술은 시각 중심의 예술이다. 음악은 연주를 통해 예술이 되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이 있지만, 완성된 그림은 멈춰있다. 하지만, 그림을 그릴 때에 시간의 템포가 있다. 피아노를 연주의 템포가 그림을 그릴 때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음악과 미술이 서로 연관돼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음악이 미술작품 창작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하이리스가 상상의 심해 해양생물을 표현한 유화 작품 Ⓒ하이리스
하이리스가 상상의 심해 해양생물을 표현한 유화 작품 Ⓒ하이리스

유화와 밀화를 동시에 전시하는 이유는.

“밀화를 배우고 나서 유화를 배웠다. 지금은 미지의 해양생물을 색채로 표현하는 유화 작품을 그리고 있다. 이번에 전시회를 통해 나만의 미술이 변화하는 과정과 미술을 탐구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것은 생명에 대한 경외심과 대자연의 신비로움을 작품에 담아가는 여정이기도 하다. 잘 지켜봐 주시기 바란다.”   

하이리스가 그린 ‘밀화’의 특징에 대해 설명한다면. 

“밀화는 중국의 전통그림이다. 원래 밀화는 아담·우아·수수·산뜻·고상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채도의 포화도가 높고 색채가 짙다. 이번에 전시한 밀화는 남송시대의 밀화를 재해석했다. 통기성이 있고 우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이리스가 그린 ‘유화’의 특징은.

“추상적인 대상이 움직이는 효과를 내기 위한 터치, 그 시점을 위한 터치가 있다. 미지의 해양생물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 이 부분은 분명히 음악과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네이멍구자치구는 바다가 없기 때문에 해양생물에 대한 관심이 많다.”

이번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에게 어떤 의미를 전달할 것인가. 

“첫째는 중국인이기 때문에 밀화를 통해 중국의 문화를 알려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문화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둘째는 관람객들이 나만의 느낌을 담아갔으면 좋겠다. 붉은 색은 어떤 사람에겐 분노의 표현이지만, 어떤 사람에겐 열정의 색이다. 작가의 의도를 따라가기보다 관람객 스스로의 감성에 맞게 이해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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