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반쪽 광복절’
강경파 이진숙·김문수도 논란 도마에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 2년 9개월여 남아있다. 그사이에 지방선거도 실시된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따라 정치권 판세와 방향은 달라진다.
윤 대통령 입장에선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선은 0.73%포인트 차이의 신승이었다. 대선 상대였던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치적 휴지기 없이 바로 국회의원이 됐고, 다수당의 대표를 지냈다. 임기 내내 여소야대 국면이 지속되면서 윤 대통령의 공약은 거의 추진되기 어려운 구도가 됐다. 여기에 채 해병 특검법, 김건희 여사 의혹 등으로 향후 정국마저 매우 불투명해진 상태다. 여기에 지금 정치권에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진영 간 대결 국면이 만들어져 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스타일은 크게 바뀌지 않는 모습이다. 집권여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과 갈등 관계인 한동훈 대표가 무려 62.84%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탄생했지만 윤 대통령은 달라지지 않았다. 총선 직후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와 첫 단독 회담을 가졌지만 그 이후 여야 협치 관계는 별다른 진전이 없다. 총선 패배의 국면 전환을 위한 기자회견을 가졌지만, 채 해병 특검법과 김 여사 수사에 대한 진전된 입장은 사실상 표명되지 않았다.
총선 패배에도 달라지지 않은 尹의 국정 기조
우여곡절 끝에 한동훈 체제가 들어서고 난 후 오히려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은 총선 이전 또는 임기 초로 되돌아가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휴가 기간 중 정책위의장 자리 문제로 논란을 일으켰던 정점식 의원의 지역구를 방문했다. 고용노동부 장관에는 노동계와 갈등을 빚고 있는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을 지명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진숙 위원장 논란이 계속되다가 결국 국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었다. 방송 4법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되돌아갔고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정점은 ‘건국절’ 논란까지 불러왔던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이었다. 이종찬 광복회장을 비롯한 독립운동 관련 인사들과 단체들의 반발로 독립기념관에서 개최되는 광복절 기념식이 최초로 취소됐다. 윤 대통령이 기념사를 한 정부의 광복절 기념식도 ‘반쪽’이 되고 말았다. 광복회와 독립운동단체들은 김 관장 임명에 반발해 백범 김구 기념관에서 따로 광복절 기념식을 진행했다.
혼돈의 정국 속에서 대통령의 국정 운영 부정평가는 다시 올라가는 추세다. 한국갤럽이 7월23~25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윤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 잘못 수행하고 있는지’ 물어봤다. 긍정평가는 28%를 기록했다. 부정평가는 63%로 조사 응답자 10명 중 6명은 윤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 추이를 분석해 보면 총선 이전인 2월 5주 조사에서 긍정평가는 39%까지 올라갔었다. 대통령 지지율이 더 올라 40%를 넘기는 수준이 된다면 선거에서 여당 후보들이 불리한 구도가 아니었다(그림①). 그렇지만 그 시점 이후 대통령 지지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고 총선이 끝나고 두 달여 지난 시점의 조사에서 임기 들어 최저치로 고꾸라졌다. 야당은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고 총선 결과로 윤 대통령에 대한 민심 이탈에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서 탄핵까지 거론하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이 20%대 바닥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윤 대통령도 야권의 탄핵 공방에서 헤어나오기 어렵다.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 이유를 물어봤더니 경제·민생·물가가 14%로 가장 높았고 그다음으로 김 여사 문제, 소통 미흡, 외교, 독단적·일방적, 공정하지 않음, 전반적으로 잘못함, 부정부패 비리, 경험·자질부족·무능함, 거부권 행사, 통합·협치 부족, 해병대 수사외압, 의대 정원 확대 등으로 나타났다.
빅데이터는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빅데이터 심층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로 8월5~13일까지 윤 대통령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를 도출해 봤다. 윤 대통령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는 ‘범죄’ ‘논란’ ‘의혹’ ‘비판’ ‘우려’ ‘갈등’ ‘혐의’ ‘국정농단’ ‘명예훼손’ ‘강행’ ‘폭락’ ‘반발’ ‘일방적’ ‘위기’ ‘피해’ ‘격려하다’ ‘진상’ ‘최선’ ‘무책임’ ‘분노’ ‘진정성’ ‘평화’ ‘반대하다’ ‘안정적’ ‘합리적’ ‘혼란’ 등으로 나온다(그림②).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가 정치인의 경우 부정적인 경향성이 높다고 하더라도 윤 대통령의 경우 특히 매우 높은 수준이다. 야권과의 갈등, ‘윤·한 갈등’이 불거지는 측면도 빅데이터에 정성적으로 포함된 결과로 해석된다.
尹, ‘부정적’ 빅데이터 연관어 특히 많아
대통령 부정평가의 또 한 가지 이슈는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이다. 독립기념관은 항일 정신을 고양하고 역사적 정체성을 유지하는 정신적 중심이 되는 공간이다. 김 관장에 대한 논란은 3가지로 정리된다. 첫째는 과거 발언이 매우 극우적이고 편향되었다는 지적이다. 두 번째는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과 맥을 같이했던 뉴라이트 학자라는 평가다. 일본에 대해 관대하면서 공산주의에 대해서는 매우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독립기념관장에 걸맞은 역사 전문가인가라는 자격 문제다. 그는 독립운동사 전문가는 아니다. 독립운동과 관련된 논문을 몇 편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기간 동안 빅데이터 분석 도구 빅카인즈로 분석한 김 관장에 대한 빅데이터 연관어를 확인해 봤다. 그에 대한 빅데이터 연관어는 ‘광복회’ ‘뉴라이트’ ‘윤 대통령’ ‘광복절 경축식’ ‘독립운동’ ‘광복절’ ‘더불어민주당’ ‘기자회견’ ‘이종찬 광복회장’ ‘임명 철회’ ‘건국절’ ‘대한민국’ ‘윤석열 정부’ ‘역사적 논란’ ‘뉴라이트 계열인사’ ‘친일파’ ‘대통령실’ ‘조국혁신당’ ‘광복절 기념식’ ‘국가보훈부’ ‘일제강점기’ ‘인사들’ ‘뿌리째’ ‘임시정부’ ‘독립정신’ ‘정치권’ ‘진보당’으로 나왔다(그림③). 관련 연관어가 모두 논란이 될 만한 내용이다.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부정평가의 주요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이슈가 ‘인사 문제’다. 이진숙 위원장, 김문수 후보자, 김형석 관장뿐만 아니라 최근 외교라인을 밀어내고 대통령 측근 인사들로 대통령 안보실과 국방장관을 교체한 인사까지 지적받고 있다. 김용현 국방장관 후보자는 현재 대통령실 경호처장이고 육사 출신에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다. 아직 임기가 많이 남아있는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지지율은 기본이다. 호재는 없고 악재만 계속 불어나고 있다. ‘수난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