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기 침체 우려 확산에 부동산 시장 예의주시
“금리 인하돼도 수요 없으면 지속 가능하지 않아”

금리가 떨어지면 모든 자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에게 최근 주식시장 변화는 혼란을 주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감에도 코스피 지수는 8월5일 하루 동안 8% 넘게 폭락했고 미국 증시도 연일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승승장구하던 나스닥 지수도 최근 한 달 동안 12% 가까이 하락했다. 만능키라고 생각했던 금리 인하가 자산시장에 오히려 불확실성을 키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산시장은 영리하다. 결과만이 아니라 원인을 묻고 있다. 금리 인하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금리 인하가 왜 필요한가가 중요하다. 물가가 급등하면서 금리가 인상됐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물가가 안정되면 금리는 내려야 한다. 그런데 물가 안정을 넘어 금리 인하 이유는 경기 침체로 전이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인해 불가피하게 금리 인하가 필요한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 상황을 보면 실업률이 상승하고 있고 고용이 줄어들고 있다. 경기 침체의 신호다. 경기가 위축돼 금리 인하가 불가피한 경우라면 자산시장은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 즉 금리 인하가 자산 가격 상승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금리 인하가 자산 가격 하락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지금 주식시장은 금리 인하가 자산 가격을 오히려 하락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박정훈
ⓒ시사저널 최준필·박정훈

“2010년 금리 하락기, 집값은 오히려 떨어져”

부동산 시장은 예외일 수 있을까? 경제 상황이 안 좋고 고용이 줄어들고 소비가 감소해 금리가 인하된다면 한국 아파트 가격은 지속 상승할 수 있을까? 최근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가격 상승세를 보면 사람들은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금리가 인하되면 집값은 무조건 오를 것이다.” 가계 대출이 급증하면서 집값이 상승하는 이유다. 사람들은 빚을 내서 집을 사고 금리 인하를 기다리고 있다. 2024년 7월 5대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조2000억원 증가해 3년3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굳은 믿음은 현실이 될 것인가?

자산시장은 반복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경제 상황은 달라질 수 있어도 자산시장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1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사람들은 돈을 벌고 싶고, 더 좋은 집에 살고 싶어 한다.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예금 은행의 신규 취급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살펴보면 2009년 이후 4년간 2%포인트 하락했다. 금리가 하락했으니 아파트 가격은 올랐을까? 서울 아파트 시장을 보면 2010년부터 오히려 매매가격은 떨어졌다. 대부분의 아파트 가격이 하락했고 거래량도 감소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떨어졌는데도 아파트 가격이 하락한 이유는 분명하다. 금리 인하에도 대출을 받아 지속해서 사줄 수요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가 전부가 아님을 보여주었던 시기였다.

2009년 가계대출이 증가하면서 급등했던 서울 아파트 가격은 금리 인하에도 2010년 이후 오히려 가격 하락 폭이 커졌다. 금리가 인하되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시장 변화였다.

“무주택자는 사고, 장기 보유자는 팔고 있다” 

최근 금리가 떨어지면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무주택자를 중심으로 빚을 내서 집을 사고 있다. 문제는 지속 가능성이다. 경기가 위축되고 시장에 매수할 사람이 충분하지 않으면 금리가 인하되어도 집값은 하락할 수 있다. 

아파트 가격이 본격적으로 상승한 4월부터 서울 아파트를 10년 이상 보유한 사람들의 매도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7월에만 2446명이 10년 이상 보유했던 아파트를 매도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바닥이고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오랫동안 아파트를 보유했던 사람들이 아파트를 팔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주택자와 실수요자들은 빚을 내서 집을 사고 있고 막상 아파트를 오랫동안 보유하고 있던 사람들은 팔고 있다.

자산시장은 수학 공식처럼 외우면 그대로 문제를 풀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금리 인하=자산 가격 상승’이라는 공식이 그대로 적용된다면 얼마나 쉽겠는가? 복합적인 사고와 끊임없는 숙고가 필요하다. 평균적으로 보면 한국 가계는 평생 2~3번 정도 주택 매매를 한다. 일생에 몇 번 없는 기회를 단순한 공식에 의지해 결정할 것인가? 답을 찾아야 할 때다.  

이광수 광수네 복덕방 대표
이광수 광수네 복덕방 대표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